먹고 싶은 것을 보면 절로 넘어가는 침, ‘도리깨침’ [뉴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도리깨침
먹거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보기에도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소담하다’를 살펴보았습니다. 먹거리를 그릇에 넘치도록 담는다는 뜻의 ‘안다미로’, 음식을 먹는 태도나 분량을 나타내는 ‘먹새’, 여러 음식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색다른 맛으로 먹는다는 뜻의 ‘맛맛으로’까지 생각해 보니, 먹거리와 아랑곳한 우리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에서도 아주 재미있는 말을 하나 더 만나 보려고 합니다. 배가 고플 때 맛있는 것을 보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저절로 꿀꺽 삼키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딱 나타내는 말이 있습니다. ‘도리깨침’입니다.
먹고 싶은 것을 보면 왜 침이 넘어갈까요?
배가 고플 때는 참 신기합니다. 평소에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던 것도 유난히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따끈한 국에서 김이 오르고, 잘 익은 과일이 눈앞에 놓이고, 소담하게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면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시장에 가서 갓 구운 빵 냄새를 맡거나, 누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먹거리인데도 갑자기 먹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키기도 하지요.
우리는 이런 모습을 흔히 보면서도 그것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바로 이때 ‘도리깨침’이라는 말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도리깨가 휘돌아가듯 넘어가는 침
‘도리깨’가 무엇인지는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연장이지만, 요즘에는 실제 도리깨를 본 사람도 드물고 도리깨를 돌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도리깨는 콩이나 보리 같은 곡식의 낟알을 떨어내는 데 쓰던 농기구입니다. 긴 자루 끝에 휘추리를 달아 곡식을 두드리는데, 자루를 휘두르면 휘추리가 돌아가며 움직입니다.
도리깨를 실제로 돌려 보았거나 누군가 도리깨질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도리깨침’이라는 말이 훨씬 실감 나게 다가올 것입니다. 도리깨가 휘돌아가며 넘어가는 모습처럼 침이 저절로 삼켜진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리깨침’을 도리깨가 꼬부라져 넘어가는 모양처럼 침이 삼켜지는 것으로, 너무 먹고 싶거나 탐이 나서 저절로 삼켜지는 침 이라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니 이런 장면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니 도리깨침이 절로 넘어갑니다.
말만 들어도 어떤 모습인지 눈앞에 그려지지 않나요?
‘도리깨침’에는 먹고 싶은 마음까지 들어 있습니다
그저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도리깨침’에는 무엇인가 너무 먹고 싶거나 탐이 나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아주 배가 고픈데 갓 지은 밥 냄새가 솔솔 풍겨 온다면 어떨까요? 잘 익은 김치를 보아도 그렇고, 노릇노릇 구운 생선이나 따끈한 부침개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침이 고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것을 얼른 먹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깁니다.
그래서 ‘도리깨침’은 몸에서 일어나는 모습만 나타내는 말이면서도 그 안에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먹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도리깨가 휘돌아가는 모습에 빗대어 나타낸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도리깨를 알면 말의 모습도 더 또렷해집니다
저는 이 말을 생각하면서 말은 그 말을 쓰던 사람들의 삶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요즘에는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도 기계가 많이 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리깨를 직접 본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도리깨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모른다면 ‘도리깨침’이라는 말도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도리깨를 한 번이라도 직접 보았거나, 어른들이 도리깨질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도리깨가 휙 돌아가며 휘추리가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면 ‘도리깨침’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토박이말을 살펴보는 일은 낱말 몇 개를 더 외우는 일이 아니고그 말이 태어난 삶의 모습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침’과도 조금 다릅니다
먹음직스러운 것을 보았을 때 침이 고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군침’도 익숙합니다. 그래서 ‘도리깨침’과 ‘군침’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군침’이 음식 따위를 보거나 생각할 때 입 안에 도는 침을 두루 나타낸다면, ‘도리깨침’은 너무 먹고 싶거나 탐이 나서 저절로 삼켜지는 침이라는 데 말맛이 있습니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입안에 침이 고이면서 꿀꺽 삼키게 되는 순간에는 ‘도리깨침’이 참 잘 어울립니다.
이런 말을 알고 나면 흔히 쓰던 말도 조금 달라 보입니다.
맛있겠다.”
하고만 말하던 장면에서
보기만해도 도리깨침이 절로 넘어가네.”
하고 말해 볼 수도 있으니까요.
먹거리 앞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일
생각해 보면 ‘도리깨침’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살면서 몇 번이고 이런 경험을 합니다. 잔칫날 차려 놓은 밥상 앞에서도 그렇고, 시장에서 맛있는 냄새를 맡을 때도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정성껏 차려 준 밥상을 보았을 때도 그렇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던 냄새를 맡았을 때도 그럴 수 있습니다.
특히 배가 몹시 고픈 날에는 작은 음식 하나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빵 한 조각, 삶은 고구마 하나, 잘 익은 과일 한 알에도 침이 넘어갑니다. 그럴 때 ‘도리깨침’이라는 말을 알고 있다면 그 느낌을 조금 더 재미있고 생생하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는 어떤 것을 보며 ‘도리깨침’을 삼키셨나요?
어제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면 어떨까요? 점심때 먹은 것일 수도 있고, 퇴근길에 본 붕어빵일 수도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 식탁에 차려진 저녁밥일 수도 있고, 냉장고를 열다가 눈에 들어온 과일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보았을 때 입안에 침이 고이고 저절로 삼켜졌는지 생각해 보면 ‘도리깨침’이라는 말이 조금 더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말은 알고 있을 때보다 내 삶의 한 장면에 갖다 붙여 보았을 때 더 오래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어떤 먹거리를 보면 ‘도리깨침’이 절로 넘어가시나요? 도리깨침을 삼켰던 적이 있었나요? 그런 경험을 함께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한 줄 생각]
먹고 싶은 마음까지 살려서 말해 주는 ‘도리깨침’, 알고 보니 참 우리다운 말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도리깨침
뜻: 너무 먹고 싶거나 탐이 나서 저절로 삼켜지는 침을 이르는 말입니다.
보기: 상 위에 차려진 먹거리를 보니 도리깨침이 절로 넘어간다.
오늘 한마디: 배가 고픈데 맛있는 냄새까지 나니 도리깨침이 절로 넘어갑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