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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마약 중독은 개인 결함 탓인가, 사회적 스트레스 탓인가

마약 중독은 개인 결함 탓인가, 사회적 스트레스 탓인가
[칼럼]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의 주인공인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범죄자로 낙인찍혀 무려 19년이나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어쩌면 빅토르 위고는 선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심리학자들은 장발장 같은 사람이 왜 범죄자가 되었는지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여왔다. 다수의 심리학자들은 ‘한 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라고 믿었던 소설 속의 자베르 경감처럼, 장발장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주요한 원인이 생리(생물)학적 요인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비록 소수이지만 장발장을 범죄자로 만든 주요한 원인이 잘못된 사회에 있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자들도 있다. 이렇게 심리학자들은 범죄나 약물중독 나아가 인간의 행동에 무엇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두고 두 진영으로 나뉘어 오랫동안 치열하게 논쟁해왔다. 유전적 요인, 생리적인 원인을 강조하는 진영과 환경적 요인, 사회적인 원인을 강조하는 진영 간의 싸움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심리학계를 관통해오는 이러한 논쟁을 마약중독에 관한 상반되는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뇌의 쾌락중추가 마약중독 원인이라는 생물학주의 심리학 1954년, 맥길 대학의 심리학자 올드와 밀너는 후에 쾌락센터(pleasure center)라고 이름 붙여지는 두뇌 부위에 전기자극을 가하기 위해 흰쥐가 지렛대를 미친 듯이 누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의 실험에서 흰쥐들은 두뇌의 쾌락센터에 자극을 가하기 위해 한 시간 안에 최대 6천 번까지 지렛대를 눌러댔다. 올드와 밀너의 실험 이후 다른 연구자들도 비슷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한 실험에서 동물들은 마약을 스스로 주입할 정도로 마약중독에 빠져 음식을 거부하고 몽롱한 상태에서 천천히 굶어 죽어갔다. 또 다른 실험에서 흰쥐들은 앞발에 강한 전기충격을 받으면서도 기어이 약물을 빨아 먹었다. 이 실험은 마약이 주는 보상 효과가 전기충격이 주는 처벌 효과 따위를 쉽게 뭉개버릴 수 있음을 시사해주었다. 이 외에도 동물을 이용한 많은 실험들이 엇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실험들에 의하면 마약중독은 생리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뇌의 쾌락중추가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주의 심리학에 따르자면 장발장이 빵을 훔친 것은 그의 위장(위장에서 배고픔의 신호를 받는 뇌 부위) 때문이다. 제 때에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은 위장이 요동을 쳤기 때문에 장발장은 빵을 훔치게 되었고, 만일 그것이 성공했다면 그의 행동은 강화되어 그는 계속해서 빵을 훔치는 범죄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생물학주의 심리학은 마약중독의 주요한 원인이 뇌의 쾌락중추라는 주장을 통해 마약중독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다.   남백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유통안전과장이 22일 청주 오송읍 식약처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해외직구 식품 적발과 국내 반입 차단 조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식약처는 영문으로 대마 (Cannabis), 헴프 (Hemp), 칸나 (Kanna) 등의 단어가 적혀 있거나 그림·도안을 봤을 때 마약류 함유가 의심되는 해외직구 식품 32개를 조사한 결과, 22개 제품에서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2026.7.22 연합뉴스 쾌락중추 아닌 병든 사회가 마약중독 원인이라는 또다른 실험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Bruce Alexander)는 열악한 조건 속에 있는 실험실의 흰쥐들을 보면서 만일 자신이 그런 실험실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가능한 한 흥분된 상태로 지내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쥐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마약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던 것이다. 1981년에 알렉산더는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쥐공원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흰쥐들이 비교적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200제곱피트 크기의 쥐공원을 만들었다. 쥐 16마리는 그 쥐공원에 집어넣고, 다른 16마리는 실험실 우리 안에 가두었다. 그런 다음 흰쥐들에게 두 가지의 물을 제공했다. 그중 하나는 마약과 설탕을 섞어놓은 물이었고(쥐는 단맛을 좋아하는데 마약은 쓴맛이 나기 때문이다) 나머지 하나는 그냥 보통 물이었다. 결과는 알렉산더의 예상대로였다. 실험실의 우리 안에 갇혀있는 흰쥐들이 쥐공원의 흰쥐들보다 마약이 든 물을 최대 16배나 더 마셨다. 또 다른 실험은 쥐공원의 흰쥐들이 실험실의 흰쥐들에 비해 마약중독을 더 쉽게 극복한다는 사실도 확인해주었다. 알렉산더의 쥐공원 실험은 마약중독의 주요한 원인이 뇌의 쾌락중추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나쁜 환경, 사회에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해주었다. 심리학자 알렉산더는 마약중독의 주요한 원인이 사회에 있다는 것을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상당수의 미군 병사들은 마약중독자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 병사들 중에서 90퍼센트는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특별한 조치나 노력 없이도 마약 복용을 중단했고 그 이후로도 다시는 마약중독에 빠져들지 않았다. 알렉산더는 쥐공원 실험과 베트남 전쟁의 사례 등을 근거로 약물중독이 생리적 원인이 아닌 사회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약리적으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고서는 힘든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적 스트레스 원인설이 왕따 당하는 이유 심리학자 알렉산더는 마약중독에 관한 실험을 통해 생물학주의 심리학의 문제점과 오류를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의 심리학계는 그의 실험과 주장에 대해 의도적 무관심으로 반응함으로써 알렉산더를 왕따시켰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토로하기도 했다. 우리는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작성하여 지와 지에 발표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게재를 거부당했습니다. 계속요. 그래서 좌절감을 느꼈지요.” 유력한 학술지들이 논문 게재를 계속 거부했기 때문에 알렉산더는 쥐공원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행 부수가 얼마 안 되는 지에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왜 미국 심리학계는 알렉산더의 실험을 외면했고 나아가 그를 왕따시켰을까? 미국 심리학계가 그를 거부했던 이유를 의 저자인 로렌 슬레이터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970년대에 스탠퍼드 대학의 애브럼 골드스타인이라는 연구자는 체내에 자연 생성되는 아편물질 엔도르핀을 발견하였고, 헤로인 복용자에게 이 내성 물질이 부족하다고 추측했다. 따라서 마약중독자에게 엔도르핀을 주입하면 마약을 찾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그의 구상은 완전한 실패였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그 설명구조가 알렉산더가 가장 우려하는 인종이나 계급문제를 회피하거나 무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딱 맞는 생물학적 토대를 가진 설명이었기 때문이다.” 슬레이터가 정확히 지적했듯이, 알렉산더가 미국 심리학계로부터 무시를 당했던 것은 그의 실험이 계급문제나 인종문제 같은 사회 문제들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한 배 탄 생물학주의 심리학과 보수주의 생물학주의 심리학은 보수주의 이념과 통한다. 생물학주의 심리학처럼 보수주의는 장발장이 범죄자가 된 주요한 원인이 병든 사회 혹은 사회모순에 있다는 주장에 한사코 반대한다. 그런 주장을 인정할 경우 사회개혁에도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주의 심리학과 보수주의는 가난, 범죄, 사회병리 현상 등의 기본 원인이 사회가 아닌 개인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사회를 개혁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개인을 손보거나 고쳐야 한다 - 뇌 수술을 하든, 약물을 투여하든, 행동치료를 하든 간에 - 고 주장한다. 미국 심리학은, 알렉산더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의 탈을 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친자본주의, 친보수적인 학문이다. 독점자본가 계급의 영향권 하에 있는 주류 심리학계는 사회모순을 폭로하거나 건드리는 과학적이고 진보적인 심리학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유행할 수 있고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심리학은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독점자본가계급에 복무하거나 적어도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심리학이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생물학주의 심리학을 포함하는 미국 심리학이 주류 심리학인 것은 그것이 과학적이거나 중립적이어서가 아니다. 미국 심리학이 본질에 있어서 친자본, 친보수 심리학이어서다. 이것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가 지속되는 한 생물학주의 심리학처럼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친자본, 친보수적 심리학이 계속 주류 심리학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미국 만세!’에서 해방되는 날, ‘미국 심리학 만세!’에서 벗어나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란다.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psyt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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