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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내란 청산 과제 지우고 기지개 켜는 세력들

내란 청산 과제 지우고 기지개 켜는 세력들
[뉴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종편을 봤다. 거의 하루 종일 영화 ‘암살자(들)’ 얘기다. 하루 이틀 정도면 참으려고 했다. 영화를 개봉한 9월 23일 이후 연일 떠들어댄다. 무슨 큰일이 난 줄 알았다. 잠깐 들어보니 이 영화가 역사를 왜곡했다고 한다. 역사 왜곡? 역사 교과서나 다큐 영화라면 무슨 얘긴지 들어보려고 했다. 도대체 영화나 드라마를 갖고 왜 역사 왜곡을 거론하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다.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더라도 상상력을 가미해 창작한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자세히 들어보니 의도가 보였다. 먼저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막말을 보도한다. 패널들이 맞장구를 친다. 내란 직후 방송에 나와 계엄을 옹호했던 자들이다. 그리고 우국 시민들이 배우 유해진 집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옳커니. 마침내 본심을 털어 놓는다. 촛불 2기 정부인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 정부 출자금이 투입됐다며 정부의 부동산 실책과 농지 전수조사 등을 실책이라고 비난한다.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앵커의 말투. 너무나 듣기 거북했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역사왜곡이란 주홍글씨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연합뉴스는 한술 더 떴다. 연합뉴스는 지난 10일 ‘[살아보니] 1974년 현역기자들의 영화 ’암살자(들)‘ 팩트체크’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팩트체크는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발언, 온라인에 유포되는 허위정보를 대상으로 한다. 예술 창작품인 영화를 팩트체크한 언론은 연합뉴스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팩트체크도 영화 내용이 아니라 극적 효과를 내기 위한 편집국 분위기나 소품 등에 집중했다. 그것도 당시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운 해당 신문사 기자들을 인터뷰한 것이 아니었다. 보수 성향 원로 언론인들의 일방적 기억을 세심하게 보듬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보수의 대변지임을 선언한 사건이다. 연합뉴스와 거대언론의 요즘 보도 행태를 보노라면 개화기 때가 떠오른다.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집어삼키기 위해 언론을 이용했다. 영국이 로이터를 이용해 식민지를 쟁탈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다. 그래서 1894년 말 설립한 것이 한성신보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격일제 한글 신문이다. 일본은 한성신보를 통해 조선 백성들에게 일본의 영혼을 심기 시작했다. 대원군과 중전 민씨의 알력을 왜곡 과장 보도하며 여론 분열 공작을 펼치고 정치 혐오증을 유발했다. 이에 맞서 개화파 지식인들이 1896년 설립한 언론사가 독립신문이다. 백성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자주 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다. 지금 우리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며 권력이나 자본이 아닌 백성을 섬기고 있을까? 아니면 과장 왜곡 보도를 일삼으며 사회 분열과 혐오를 유발하고 있을까?   5월 9일 저녁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언론개혁 시민문화제에 내걸린 구호.  공영언론과 거대언론은 촛불 2기 정부 출범 이후 몸을 납작 엎드렸다. 내란 부역자로 몰려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란특검팀의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어떤 수사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까지 급락했다. 이제 반격에 나설 때가 왔다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기성언론은 내란세력을 등에 업고 한 달 가까이 영화 한 편을 사회적 쟁점으로 띄우고 있다. 그 저의는 뻔하다. 바로 어젠더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영화 ‘암살자(들)’ 역사왜곡이 사회적 어젠더로 부상하는 가운데 내란청산이란 화두는 자치를 감췄다. 내란 수괴를 지지했던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뉴스의 전면에 등장하고 태극기 부대가 힘을 얻고 있다. 사법부가 내란세력에 대한 1심 판결을 뒤집는가 하면 대통령의 인사권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사회 곳곳에 움츠리고 있던 내란세력이 기지개를 펴고 목소리를 높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정치를 어젠더 주도권 쟁탈전이라고 규정한다. 정치의 목적은 권력 쟁취고 권력 쟁취를 위해서는 민심을 장악해야 한다. 민심은 어젠더 주도권을 쥔 자가 얻게 된다. 이는 권투 시합에 비유한다. 링위에 오른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격해야 한다. 주먹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케이오 승리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 공격의 무기가 바로 어젠더다. 약은 정치인들은 상대를 공격하는 와중에도 다음번 퍼부을 어젠더를 구상한다. 상대가 반격할 틈을 줘서는 안 된다. 일단 기선을 잡으면 절대 공세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이 어젠더 주도권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언론에는 거대언론, 공영언론, 시민언론이 있다. 거대언론은 영향력이 막강하다. 하지만 자본이나 족벌의 통제를 받고 있다. 그래서 어젠더 주도권 전쟁터는 보수가 이길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나마 공영언론이 역사의 주체인 시민들을 섬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이재명 정부가 집권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KBS나 연합뉴스 경영진은 아직도 윤석열 측근들로 채워져 있다. 반면 보수는 아주 영악하다. 집권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영언론을 접수한다. 그렇다면 민주화 진영이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지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언론개혁이다. 촛불시민들이 검찰개혁과 함께 그렇게 애타게 외쳤던 구호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무엇일까? 시민들이 거대언론의 어젠더에 세뇌당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시민들이 언론의 주체가 되어 뉴스를 생산하고 어젠더를 주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불가역적인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먼저, 지배 권력이 공영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법을 가다듬어야 한다. 만의 하나 내란세력이 집권하게 되더라도 공영언론을 집어삼킬 수 없게 해야 한다. 둘째, 거대언론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죽으라고 두들겨 팰 필요는 없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응급실로 옮겨 소생시킬 필요도 없다. 정부가 세금으로 광고비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시민언론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국민들이 낸 세금을 국민을 위해 쓰자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는 언론은 서서히 종말을 고할 것이다. 이제 시민언론의 시대를 꽃피워야 할 때다.  권영석 전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 kk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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