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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민선 9기 의정 지금, 여기 골목에서부터 시작하라

민선 9기 의정 지금, 여기 골목에서부터 시작하라
[뉴스]
지난 1일 백사마을 재개발 현장을 찾은 서준오 노원구청장. 노원구 제공 연합뉴스 민선 9기의 막이 지난 1일 올랐다. 시작하는 모습은 저마다 달랐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높고 화려한 단상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붙든 것은 구두에 묻은 흙이었고, 빗물 냄새가 묻어나는 방재 현장이었고, 골목 상인의 한숨을 바로 듣는 자리였다. 정치의 첫 장면이 의전이 아니라 생활의 자리에서 펼쳐질 때, 주민들은 그 권력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비로소 알아본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취임식을 생략한 채 시민 브리핑으로 시정을 열고 곧바로 이동,노동자와 골목상인들을 찾았다. 전진선 양평군수 역시 취임식 대신 이날 하루를 의료, 어린이 안전, 노인복지처럼 주민의 일상과 맞닿은 현장 8곳을 쉼 없이 돌아 보는 일정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공식 출범 전부터 하수암거 안으로 직접 들어가 침수 취약지를 점검했다. 말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고, 행사보다 안전이 앞섰다. 민선 9기의 첫 문장은 그렇게 쓰였다. 이 장면들이 유독 크게 다가온 것은 단지 보여주기식 현장 방문이 아니어서다. 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누가 취임식장에서 그럴듯한 문장을 읽었는지는 오래 남지 않지만, 누가 첫날부터 삶의 문제 속으로 걸어 들어왔는지는 오래 기억된다는 것을. 결국 정치는 취임사보다 첫 동선에서, 수사(修辭, 꾸밈말)보다 첫 발걸음에서 본심을 드러낸다. 그래서 현장은 이벤트가 아니라 약속의 방식이다. 그러나 시선을 우리 동네 풀뿌리 현장으로 돌리면 풍경은 사뭇 달라진다.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할 기초·광역의원들의 행보는 뜻밖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선거 기간 내내 골목을 울리던 확성기 소리, 허리를 깊숙이 접던 90도 폴더 인사, 누구보다 낮은 자세로 민원을 듣겠다던 다짐은 당선증을 거머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어제까지는 그렇게 간절하던 사람이, 오늘부터는 너무 조용하다. 물론 모든 의원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당선 직후부터 자신의 고민과 일정을 꾸준히 공유하고, 지역 현안을 짚으며, 주민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의원들의 존재는 분명 반갑고 또 소중하다. 다만 문제는 침묵하는 이들이다. 우리 지역의 어떤 의원은 도무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선거철 내내 쉼 없이 올라오던 소셜미디어 게시물도 멈췄고, 의정 활동의 방향성은커녕 지금 어떤 주민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지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그 순간 의원은 주민 앞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8호선 혼잡도를 점검하는 이수희 서울 강동구청장. 강동구 제공 연합뉴스 이 침묵이 왜 문제일까? 의원의 일은 원래 눈에 잘 띄지 않는 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공부도 해야 하고, 자료도 들여다봐야 하고, 조례와 예산도 검토해야 하니 당장 눈에 띄는 장면이 없을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민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장면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 이 사람이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살피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첫 과제로 붙잡았는지 정도는 보여야 한다. 조용히 일하는 것과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다르다. 성실함과 불투명함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더구나 기초·광역의원은 대통령도, 장관도, 광역단체장도 아니다. 그들의 정치는 거대한 담론보다 동네의 균열에 더 가까이 있어야 한다. 새벽 시장의 주차 문제, 장마철 침수 우려, 아이들 통학로, 경로당 냉방, 골목상권의 빈 점포, 재개발 구역의 갈등, 복지 사각지대의 한숨 같은 것들. 큰 뉴스의 제목이 되지 못하는 문제들을 먼저 붙드는 것이 의원의 존재 이유다. 주민이 의원을 뽑는 까닭은, 내 삶 가까운 곳의 작고 구체적인 문제를 대신 끈질기게 물고 씨름해 줄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선 직후의 침묵은 단순한 개인의 스타일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표성의 공백이고, 책임감의 지연이며, 주민과 맺은 약속이 느슨해지는 일이다. 선거가 끝났다는 이유로 소통이 멈추는 순간, 정치는 이미 유권자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주민은 다음 선거를 기다리며 4년을 버티는 존재가 아니다. 오늘 비가 새고, 오늘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오늘 장사가 안 되고, 오늘 돌봄이 필요하다. 정치는 늘 ‘나중’이 아니라 ‘지금’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지난 2일 안천면에 있는 의료·요양 통합돌봄 가정을 찾은 전춘성 진안군수. 진안군 제공 연합뉴스 앞으로 남은 4년이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금 당장 내 삶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대변인을 뽑았지, 4년 뒤 선거철이 다가와서야 그럴싸한 성과를 알록달록 포장한 의정보고서를 우편함에 밀어 넣을 사람을 뽑은 것이 아니다. 의정보고서는 결과를 정리하는 문서일 수는 있어도, 주민과의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 더구나 보고서의 문장은 늘 반듯하지만, 주민의 삶은 늘 반듯하지 않다. 정치는 그 반듯하지 않은 현실 속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다. 거대한 구호도, 근사한 사진도 아니다. 아주 투박하더라도 지금 내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알리는 일이다. 한 장의 사진이어도 좋고, 짧은 글이어도 좋고, 주민 설명회 한 번이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성과를 전시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맡고 있는 책임을 드러내는 일이다. 주민은 완벽함보다 성실한 존재감을 원한다. 정치는 당선 직후 입을 다무는 순간부터 주민과 멀어지고, 무관심 속에 뒤로 밀린다.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두꺼운 의정보고서의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동네 골목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투박하지만 진실한 생존 신고다. 그 생존 신고는 단순한 안부가 아니다. 주민 앞에 다시 서겠다는 약속이며, 선거 때의 겸손을 임기 내내 이어가겠다는 다짐이다. 민선 9기의 첫 장면이 현장에서 시작되었다면, 의원의 첫 의정 역시 주민이 사는 골목에서 시작되어야 한다.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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