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 하동 석탄발전 정의로운 전환 추진…1조5000억원 투자에도 고용계획은 공백 [환경] 한국남부발전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이후를 대비해 양수발전을 중심으로 하동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 모델 구축에 나섰다. 석탄발전을 다른 발전원으로 단순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저장설비와 대체 전원, 주민 지원을 묶어 지역 산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남부발전, 양수발전·대체 전원·주민 지원 묶어 정의로운 전환 추진
지난 23일, 남부발전은 하동군과 ‘에너지 전환 및 지역상생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한국남부발전
지난 23일, 남부발전은 하동군과 ‘에너지 전환 및 지역상생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대비해 양수발전 유치와 LNG 복합발전소 건설, 주민 이주단지 조성, 양수발전 관광자원화 등을 연계한 정의로운 전환 모델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지정도 추진한다.
하동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양수발전 유치를 추진하는 지역이다.
남부발전이 하동군 옥종면에 추진하는 양수발전소의 설비용량은 700MW이며, 총사업비는 약 1조5000억원이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준비기간 5년과 건설기간 8년을 거쳐 준공될 예정이다. 하동군은 건설기간 8년과 운영기간 50년 동안 특별지원금 등을 포함해 총 783억원의 지역지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엔데사, 석탄발전소 폐쇄 뒤 재생에너지·제조업 일자리 구축
스페인의 에너지 기업, 엔데사(Endesa)가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 중인 테루엘주 안도라 석탄발전소/Endesa
해외에서는 석탄발전소 폐쇄를 지역 산업 재편과 연결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스페인의 에너지 기업 엔데사(Endesa)는 2020년 폐쇄한 테루엘주 안도라 석탄발전소 일대를 재생에너지와 제조업, 농업이 결합된 산업거점으로 전환한다.
엔데사는 2022년 스페인 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사업자로 선정된 뒤 1800MW 이상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사업에는 14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배터리저장시설 2곳, 15MW 규모 수전해설비가 포함됐다. 태양광 부품공장과 수전해설비 제조센터, 폐풍력터빈 재활용센터도 함께 들어선다.
총투자액은 18억유로(약 3조원)를 웃돈다. 엔데사는 재생에너지 건설과 지역 산업계획을 통해 63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028년까지 장기 일자리 500개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용 목표에는 직업훈련도 결합됐다. 엔데사가 운영하는 지속가능에너지학교는 1년여 동안 태양광 설치와 발전소 운영, 전기설비, 생물다양성 관리 분야에서 17만시간 이상의 교육을 제공했다. 수료자는 협력업체 채용 인력풀에 등록되며, 사업 참여업체에는 지역인력 최소 고용 비율과 성별 고용목표가 적용된다.
남부발전의 하동군 석탄발전소 전환계획은 양수발전과 LNG복합발전, 주민 지원을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엔데사의 사례와 같은 목표를 지향한다. 다만 엔데사가 폐발전소 부지를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부품 제조와 설비 재활용, 농업까지 확장한 반면, 하동은 현재 발전설비와 지역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계획이 제시돼 있다.
남부발전, 1조5000억원 투자에도 고용 전환 수치는 공백
한국남부발전 하동빛드림본부/한국남부발전
세계은행은 2024년 ‘정의로운 전환 택소노미’에서 석탄지역 전환사업을 거버넌스, 노동자와 지역사회, 폐광 및 관련 자산 재활용 등 3개 축과 57개 경제활동으로 분류했다. 발전원만 바꿔서는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려면 건설기간의 일자리와 사업 이후 유지되는 일자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가 2026년 7월 승인한 스트랫퍼드 사업은 폐탄광에 300MW·12시간 규모의 양수발전과 320MW 태양광발전을 건설하며 최대 350명의 건설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운영단계의 상시고용은 10명으로 제시돼, 같은 전환사업에서도 사업 단계에 따라 고용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남부발전의 하동 계획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와 783억원의 지역지원 효과가 제시됐다. 그러나 양수발전 운영단계의 상시고용 규모와 기존 석탄발전 종사자의 전환 인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설비 투자와 지원 규모만 구체화됐을 뿐, 고용 전환의 실체를 보여줄 수치는 아직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