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를 옮긴 뒤, 공공 홈페이지는 누가 돌보나 [뉴스] 지난해 9월 26일은 금요일이었다. 퇴근하고 동네에서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우연히 가게 텔레비전의 뉴스특보를 접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이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이 2025년 9월 27일 대전시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화수조에 담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소방청 제공, 출처 뉴시스)
당시 맡고 있던 공공기관 홈페이지 네 곳이 국정자원 대전 그곳 서버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그날 저녁부터 담당 사무관들의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이어졌다. 홈페이지는 언제 다시 열리는지, 임시로라도 열 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나도 당장 답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주말에는 아이들과 어린이대공원 일정이 있었다. 혹시 모를 마음에 노트북을 챙겼다. 이내 전화와 문자는 이어졌고, 아이들이 동물원을 구경하는 동안 한쪽에 자리를 잡고 긴급 대응 문서를 작성했다. 전화가 오면 주변 소음을 피해 조용한 곳을 찾아다녔다.
백업한 자료로 밖에서 홈페이지를 열면 안 되나요. 담당자들은 가능한 방법을 하나씩 물었다. 당장 서비스에 쓸 수 있는 백업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 역시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연락은 추석 연휴에도 이어졌다. 홈페이지 대신 기관에서 운영 중인 여러 SNS 채널을 통해 필요한 기관의 소식을 올렸다. 한 기관의 정기 자료는 매일 이른 아침 전달받아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그렇게 3주 남짓을 보냈다. 홈페이지가 멈춰도 결코 기관의 업무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026년 9월 30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에서 전산실 복구 상황과 디지털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행정안전부)
복구 목표 3주,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
화재 이후 정부는 공공 정보시스템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을 바꿨다. 사용자 수 중심에서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고, 약 1만 5000개 시스템을 A1부터 A4까지 재분류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0월 2일 발표한 재해복구 목표시간은 A1이 1시간 이내, A2가 3시간에서 12시간, A3가 하루에서 닷새다. A4는 3주 이내다.
지금 구축에 들어간 재해복구체계의 대상은 A1과 A2, 그리고 A3까지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의 A1·A2등급 97개를 대상으로 계획을 세우고, 중요도가 높은 13개는 이달부터 이중화 구축에 들어갔다. 나머지 A1~A3등급 121개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주센터에 데이터를 실시간 복제한다. 광주·대구센터도 A1~A3등급부터다.
황규철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실장이 2026년 10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1년 계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행정안전부)
발표 어느 대목에도 A4는 이름이 없다. 그리고 3주라는 기간이 낯설지 않았다. 지난해 사고 당시 홈페이지 대신 다른 채널에 자료를 올리던 시간이 그만큼이었다.
등급을 매기는 일은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시스템을 동시에 복구할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서비스를 먼저 살리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이용자가 적은 홈페이지라고 해서 기다리는 사람의 사정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필요한 공고를 확인하고, 자료를 찾고, 기관의 결정을 읽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담당자에게는 그날도 올려야 할 정보가 있다.
복구 순서를 정했다면 그 사이의 업무를 어떻게 이어갈지도 정해야 한다. 어느 채널에서 무엇을 안내하고 누가 그 일을 맡을지, 임시 서비스에 필요한 자료는 어디에 보관할지까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지난해에는 그 빈자리를 담당자와 유지관리 인력이 전화와 메시지로 메웠다.
홈페이지 유지에 2000만 원, 그릇에 1억 원
올해의 일은 봄에 시작됐다. 정부는 22개 기관의 정보시스템 50개를 민간 클라우드로 옮기기로 했다. 기관 누리집과 단순 정보제공형 서비스처럼 비교적 빠르게 옮길 수 있는 시스템들이 우선 대상에 포함됐다. 그리고 운영·유지관리 사업으로 수행 중인 기관 중 2곳이 그 목록에 있었다. 위원회와 같은 소규모 중앙행정기관의 홈페이지다.
일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밀리기 시작했다. 사업자 선정은 8월 말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그 뒤로는 클라우드 제공사들이 기관을 찾아다니는 시간이었다. 나도 일주일에 두세 번 세종을 오가며 기관 담당 사무관, 통합사업자와 함께 민간클라우드 사업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민간 클라우드 제공 사업자 선정의 1차 마무리는 연장을 거쳐 지난 23일에야 진행됐다.
올해는 이제 두 달 남았다. 이전은 내년 1분기까지 마치는 일정이다. 남은 일정을 맞추는 몫은 결국 현장으로 내려온다. 연말과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뜻이다.
만남을 이어가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견적서였다. 두 홈페이지의 연간 유지관리비는 각각 2000만 원 안팎이다. 계약서로 확인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민간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하기 위해 받은 견적은 달랐다. 국내 클라우드 제공사 여섯 곳의 금액에 차이는 있었지만, 두 홈페이지 모두 연간 인프라 관련 비용이 1억 원 안팎이었다.
단순한 서버 임대료만은 아니다. 보안과 백업 소프트웨어, 운영관리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홈페이지의 게시물과 오류를 관리하는 기존 계약금액의 몇 배를, 그 홈페이지가 돌아갈 기반에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기존 유지관리비가 홈페이지 운영에 들어가던 모든 비용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인프라를 운영했다. 기관은 자기 예산에서 홈페이지 유지관리비를 집행했지만, 그 아래의 서버와 보안, 백업을 유지하는 비용은 다른 곳에서 부담하고 있었다.
그릇이 공짜였던 것은 아니다. 그릇의 계산서를 작은 기관이 직접 받지 않았을 뿐이다.
민간으로 옮기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여러 팀이 맡던 일을 클라우드 제공사와 운영관리 사업자가 수행하게 된다.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어느 곳도 부당한 값을 불러주지 않았다. 견적이 1억 원이라는 사실만으로 낭비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연간 홈페이지 유지관리비로 2000만 원 남짓을 지출하던 기관이 새로 1억 원 안팎의 반복 지출을 추가 감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 전체에서 필요했던 비용과 개별 기관이 확보할 수 있는 예산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결국 한 기관의 담당 사무관은 홈페이지 예산에 비해 인프라 비용이 너무 크고, 그만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행안부에 이전 사업 철회를 요청했다. 행안부 최종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전이 필요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문턱이었다.
2028년부터는 누가 내나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공공 정보시스템의 민간 클라우드 이전에 548억 원이 새로 편성됐다. 주요 정보시스템의 이중운영체계 구축에는 2716억 원이 잡혔다. 재난이 발생해도 행정서비스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투자다.
이전 기관의 초기 부담을 덤어주는 지원도 있다. 행안부는 이전 비용과 함께 전환 이후 2027년까지 발생하는 클라우드 이용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다. 그 다음 해부터 필요한 클라우드 이용료와 운영 지원 예산은 기관이 확보해야 한다. 2027년까지 지원한다는 말과 2028년부터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 사이에, 담당자가 풀어야 할 숙제가 남는다.
기관이 부담할 비용을 계산하고 그 비용을 어느 예산에서 마련할지 정하는 일은 이전 이후로 미뤄둘 수 없다. 이전비를 지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해마다 필요한 운영비까지 마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이 끝난 뒤 기관의 전체 예산이 충분히 늘지 않는다면 무엇을 줄여야 할까. 클라우드 이용료는 서비스를 유지하는 동안 계속 내야 한다. 그 밖의 일들 가운데 미뤄도 될 수 있는 것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홈페이지를 돌보는 일에는 그렇게 뒤로 밀리기 쉬운 업무가 많다.
고쳐야 할 홈페이지도 남아 있다
연간 2000만 원 상당의 유지관리 계약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일상적인 운영과 오류 대응을 넘어 디자인을 새로 하거나 기능을 크게 바꾸는 일은 별도의 과업과 예산이 필요하다.
담당자는 화면을 바꾸고 싶어 한다. 오래된 메뉴를 정리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기 쉽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개선 예산부터 확보하기 어렵다.
오래된 개발 기반을 바꾸는 문제도 있다. 행안부는 지난 9월 전자정부 표준프레임워크 구버전의 서비스 지원 종료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취약점 공격 위험에 대응하고 공공 정보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버를 옮기는 일과, 그 위에서 돌아가는 홈페이지의 낡은 부분을 고치는 일은 다르다. 두 일 모두 필요한데 기관이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다. 게다가 두 일의 시한이 거의 같은 해에 걸려 있다.
기존 홈페이지를 고칠 예산도 마련하기 어려운 곳에 훨씬 큰 인프라 비용이 새로 들어온다. 그 비용을 확보하고 나면 홈페이지 개선에 쓸 여력은 얼마나 남을까.
서버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도 오래된 안내문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찾기 어려운 자료가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지는 것도 아니다. 접속이 된다는 것과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총액이 아니라 기관이 감당할 내역
2027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물어야 할 것은 이전에 얼마를 쓸 것인가만이 아니다.
기관별로 이전 이후 매년 얼마를 부담하는지, 그 견적에는 어떤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기존 홈페이지 유지관리 계약과 새 인프라 운영관리 계약 사이에 빠지는 일이나 겹치는 일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8년부터 필요한 예산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참여 기관이 알아서 마련할 일로 남겨두기에는 작은 행정기관이 새로 떠안는 비용의 규모가 크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맡던 비용을 기관별 예산으로 옮기는 것이라면, 그에 맞추어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함께 이번 사업대상 선정 과정 중 사전에 제시했어야 한다. 홈페이지의 보안과 기능을 개선하는 별도 예산까지 살펴야 이전 이후의 운영을 말할 수 있다.
시스템 등급도 마찬가지다. 복구의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기관별 적용 결과와 그에 따른 대응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복구 순서가 뒤인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는 어떤 대체 통로가 마련되는지도 알려야 한다.
지난해 아이들이 동물원을 구경하는 동안 나는 노트북을 켰다.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는 자리에서라도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담당 사무관들도 그랬다. 당장 답을 줄 수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면서, 어떻게든 기관의 업무를 이어갈 방법을 묻고 있었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직원들이 2026년 10월 7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유성소방서와 함께 배터리 화재에 대비한 합동 소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행정안전부)
올해는 그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홈페이지를 옮긴 뒤에도 우리는 이것을 계속 돌볼 수 있을까. 서버를 안전하게 옮기는 일은 꼭 필요하다. 그다음 해에도 담당자가 필요한 일을 맡기고, 유지관리 인력이 낡은 곳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예산이 닿아야 한다.
이사가 끝난 뒤에도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은 계속 올 것이기 때문이다.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