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의 먼지 털어내고 새롭게 마주하는 ‘갈음옷’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갈음옷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갈음옷 입니다.
그림 속, 맑고 은은한 햇살이 방 안 창가로 부드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따스하게 번지는 빛줄기 아래, 한 사람이 활짝 열린 여행 가방 앞에 앉아 깨끗하게 갠 옷가지를 차곡차곡 담고 있습니다. 손에 든 옷 한 벌을 정성스레 매만지는 손길과 설렘 가득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디론가 떠나기 앞서 짐을 꾸리며 새로운 날을 기다리던 마음이 떠오릅니다.
방 한쪽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은은한 빛방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땀과 먼지로 얼룩진 하루를 훌훌 털어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듯 우리 마음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다는 따스한 위로가 전해집니다.
나들이 짐을 꾸리며 다시 만난 우리말
아직 여름 말미를 다녀오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머리를 깎으러 갔다가 알았습니다.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가방을 챙길 때 빠뜨리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물놀이를 하거나 땀을 흘린 뒤 갈아입을 옷이지요.
앞서 ‘대체휴일’을 알기 쉽게 풀어 쓴 ‘갈음쉼날’을 나누면서 ‘갈음옷’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분께서 갈음하다 는 모임이나 잔치에서 인사말을 하는 사람이 이것으로 인사말을 갈음하겠습니다. 라고 하는 말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갈음옷 이라는 말은 처음 봤습니다. 갈음옷 이라는 말이 있으니 갈음쉼날 이 낯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도 가만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말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우리말을 알리는 사람이 오히려 어려운 말을 또 하나 얹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우리말을 살리는 일은 알고 있는 말을 내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처음 듣는 사람의 마음에도 말의 뜻이 다정하게 가닿도록 풀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은 ‘갈음옷’이라는 말을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입고 있던 옷을 대신해 갈아입는 ‘갈음옷’
나들이를 떠날 때 우리는 흔히 ‘여벌옷’을 챙긴다고 합니다. 여벌 은 남을 여(餘) 에 벌 을 더한 말입니다. 그런데 여벌 만으로는 무엇의 여벌인지 얼른 알아차리기 어려우니 뒤에 옷 을 붙여 여벌옷 이라고 합니다. 말 뜻을 똑똑하게 하려고 옷 을 덧붙인 셈입니다. 그래서 ‘여벌옷’이라고 하면 뜻은 알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는 옷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굳이 여벌 에 옷 을 덧붙이지 않아도 옷을 갈아입는다는 뜻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갈음옷’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갈음옷’을 ‘일한 뒤나 외출할 때 갈아입는 옷 이라고 풀이합니다. ‘대신하다’라는 뜻을 가진 ‘갈음하다’에서 나온 갈음 에 옷 을 더한 말로, 입고 있던 옷을 갈아입을 때 마련해 두는 옷이라는 뜻이 자연스럽게 살아 있습니다. 같은 뜻으로 갈음 이라는 말도 씁니다.
땀을 많이 흘린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거나, 나들이를 가면서 입고 있던 옷 대신 새 옷을 챙겨 입을 때 ‘갈음옷’이라고 하면 됩니다.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떠날 때도 여벌옷 챙겼니?”라고 하지 않고 갈음옷 챙겼니?” 하고 말해 보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두 번 뜻을 알려 주고 자꾸 부려 쓰다 보면 ‘갈음옷’이라는 말도 어느새 우리 삶 가까이에 자리 잡을 것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여벌 , 여벌옷 과 뜻이 같은 갈음옷 이라는 말이 뜻을 더 똑똑하게 알 수 있고 쉽게 느껴지시나요? 그렇게 느끼신다면 둘레 분들에게 ‘여벌옷’ 대신 ‘갈음옷’이라는 말을 알려 주고 써 보라고 권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처음에는 낯설더라도 뜻을 함께 알려 주고 자꾸 부려 쓰다 보면 우리말 하나가 우리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줄 생각]
좋은 우리말도 알려 주고 써야 살아납니다. 앞으로는 여벌옷 대신 갈음옷 을 챙겨 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의 토박이말]
▶갈음옷
뜻: 일한 뒤나 나들이 갈 때 갈아입는 옷.
보기: 이번 주말에 물놀이를 떠나기 앞서, 가방에 뽀송뽀송한 갈음옷을 넉넉히 챙겨 넣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