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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한전보다 싼 민간 충전기’의 역설과 예산 낭비

‘한전보다 싼 민간 충전기’의 역설과 예산 낭비
[뉴스]
[사용 중지된 완속 충전기 알림]-최근까지 사용한 충전기임 요즘 공동주택 주차장이나 공공시설을 둘러보면 기이한 안내문이 붙은 전기차 충전기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충전기 설치업체의 전기요금 체납으로 인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공급이 정지되었으니 이용에 유의 바란다 는 내용이다. 대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 즉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번듯하게 구축된 친환경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전기가 끊긴 고철 덩어리로 전락해 방치되고 있다. 세금은 세금대로 매몰되고, 친환경 정책을 믿고 전기차를 구매한 이용자들은 당장 눈앞의 충전기를 두고도 발을 동동 구르는 황당한 사태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운영 중단된 급속 충전기 알림]-새로 설치해 놓고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고 함 이처럼 눈앞에 충전기를 두고도 쓸 수 없는 황당한 판이 벌어진 배경에는 시장의 기형적인 요금 구조와 민간 사업자들의 무리한 출혈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 시장은 전기를 직접 생산하고 공급하는 원천 기업인 한국전력의 표준 충전 요금보다, 전기를 사다 쓰는 민간업체의 충전 요금이 더 저렴한 모순적인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들이 초기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며 ‘역마진 저가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충전기의 ‘사후 관리’나 ‘운영 능력’ 검증보다 오직 ‘설치 수량 늘리기’에만 급급해 막대한 예산을 퍼주며 업체의 난립과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현재 환경부의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보조사업 보조금 및 설치·운영지침 에 따르면 설치 보조금은 충전 속도와 용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아파트 주차장 등에 주로 설치되는 7kW(킬로와트)급 완속 충전기의 경우 보통 기기당 약 100만 원에서 140만 원 선의 보조금이 지원되며, 신규 설치되는 화재 예방형 스마트제어 완속충전기 의 경우 설치 대수에 따라 1기당 180만 원에서 최대 220만 원까지 지원되며, 기존 노후 기기를 교체할 때도 90만 원에서 110만 원의 보조금이 꼬박꼬박 쓰인다. 급속 충전기로 넘어가면 판이 훨씬 커진다. 비교적 하위 용량인 40kW급이 1000만 원 선이고, 흔히 볼 수 있는 100kW 이상 급속 충전기는 최대 2600만 원이 지원된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들어서는 200~350kW급 초급속 충전기는 용량에 따라 4800만 원에서 최대 8200만 원이 책정되며, 600kW 이상의 대용량 시설은 기기당 무려 1억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이렇듯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자본력과 저가 경쟁을 버텨내지 못한 중소·영세 충전 사업자들이 한전에 낼 기본 전기료마저 체납하며 연쇄 도산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부실업체의 무책임 속에 멀쩡한 하드웨어는 먼지만 쌓인 채 낡아가고, 인프라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예산을 들여 인근에 새 충전기를 짓는 예산 중복 낭비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이제는 정부와 관계 부처가 적극 행정의 관점에서 과감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가장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가동이 중단된 부실 충전기들을 국가나 공공기관이 적법하게 거두어들이는 ‘공공 인수제’의 도입이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전기료 체납 등 장기 방치된 보조금 충전기를 전수조사하고, 해당 업체의 가동 권한을 취소한 뒤 한전이나 한국환경공단 등 공공 영역에서 이를 흡수·통합하는 방안이다. 이미 매몰될 위기에 처한 하드웨어를 공공 자산으로 편입해 재가동하면, 기설치된 인프라를 활용하므로 완속과 급속을 가리지 않고 신규 설치 예산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어 가장 청렴하고 지혜로운 세금 절감책이 된다. 또한 한전의 체납 전기료 채권과 시설 자산을 상계 처리하거나, 이후 발생하는 공공 운영 수익을 통해 한전의 부실 채권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묘수가 된다. 인프라는 세워두는 것만으로 제 몫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중단 없이 흘러갈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무분별한 보조금 정책이 낳은 유령 충전기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지금이라도 민간의 왜곡된 요금 경쟁 체계를 바로잡을 표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방치된 인프라를 공공의 자산으로 환원하여 회생시켜야 한다. 어두운 주차장 구석에서 멈춰 선 채 불 꺼진 충전기들이 하루빨리 공공의 책임 있는 관리 속에 다시금 든든한 ‘에너지 주유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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