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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베이비 부머, 86세대가 해야 할 마지막 사회운동

베이비 부머, 86세대가 해야 할 마지막 사회운동
[사람들]
지난 8월 13일, 서울 중로구 교원투어 콘서트홀에서 아름다운 재단과 60+기후행동 등의 시민모임 사회적 상속 마중물 이 마련한 사회적 상속기금 출범식 이어받은 세상, 이어갈 사람에게 가 열렸다. 아름다운 재단 베이비부머 세대의 역사적 예외성 보통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 베이비 부머란 대략 1946년~1964년생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군인들이 귀향하면서 전후 번영기와 함께 대규모 출산 붐이 일어난 세대를 말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시간이 좀 뒤로 밀린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1955년~1963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1차 베이비 부머라 부르며, 약 700만 명 규모의 세대다. 그리고 2차 베이비 부머는 1964년~1974년까지 산아제한 정책 속에서도 인구가 급증했던 시기로, 9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일 세대 집단으로 꼽힌다. 이 베이비 부머 중에서 특히 1990년대 후반,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세대 라 불리는 그룹이 등장했다. 이들은 1차 세대의 끝과 2차 세대의 앞부분에 걸친 베이비 부머로서, 역사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갖는 세대로 분류된다. 이후 나이 들며 10년 단위로 명칭이 486-586-686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통칭 86세대 (80학번, 60년대생)로 불린다. 한국 현대사에서 베이비 부머 와 86세대 는 종종 겹쳐 불리지만, 엄밀히는 결이 다른 집단이다. 베이비 부머(1차)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나 전후 재건과 산업화의 물결을 온몸으로 받아낸 인구통계학적 거대 집단이다. 한편 86세대는 그 뒤를 이어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유신 이후의 군사독재와 정면으로 맞선 정치적·문화적 세대를 가리킨다. 나이로 보면 동생뻘이지만, 역사적으로 이들의 배역은 조금 달랐다. 베이비 부머가 산업화의 몸을 만들었다면, 86세대는 그 몸에 민주주의라는 정신을 심었다고 할까. 반만년 역사 이래 베이비부머들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 그럼에도 이 두 세대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근대화의 압축성장을 겪는 동안 유년기를 보냈고, 청년기에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전환을 연달아 통과했으며, 장년과 노년의 문턱에서 그 전환의 결실인 경제적 자산, 정치적 권력, 문화적 발언권을 가장 넓고 두텁게 경험하고 소유한 세대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세계 인류사에서, 아니 5천 년 한국 역사 이래로 한 세대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것을 이루고 독점하게 된 사례는 없었다. 다시 말해 한반도 반만년 역사 이래 지금의 베이비 부머는 역대 어느 국왕과 절대 권력자도 누리지 못한 물질적 편리와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후 세대들은 이들 베이비 부머 만큼의 자원 소비나 물질적 풍요를 지속적으로 누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기후환경 위기와 자원 고갈의 위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베이비 부머는 특별한 역사적 예외성을 갖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86세대의 역사적 성과와 과제. 지속 불가능한 성장 신화를 버리고 다종족 공생의 생태문명으로. 압축 성장이 낳은 세대 베이비 부머 세대의 특수성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시간의 밀도를 짚어야 한다. 서구 사회가 200년에 걸쳐 겪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한국은 한 세대의 생애 안에 압축해서 이루어냈다. 1960년대 초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58달러로 세계 최빈국 수준이던 나라가, 2024년 기준 약 3만 6천 달러로 약 230배 성장했다.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 산업국가의 문턱을 넘었고, 같은 기간 정치체제는 군정에서 독재를 거쳐 형식적인 민주주의 체제로 변화되었다. 베이비 부머와 86세대는 바로 이 압축의 한복판에서 유년-청년-장년기를 통과한 첫 세대이자 마지막 세대다. 이 압축적 성공은 축복이자 굴레였다. 축복이었던 이유는, 경제적 노력이 계층 이동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사다리로 실제 작동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굴레였던 것은, 그 성공의 경험이 이후 세대에게도 같은 사다리가 존재할 것이라는 착시를 남겼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자주 놓치는 또 하나의 착각이 있다. 압축 성장은 인간 사회 내부의 사다리만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을 무한한 자원 창고로 생각하는 개발주의적 세계관을 함께 심었다는 점이다. 산을 뚫어 거침없이 도로를 닦고, 강을 대규모로 개발해 직강화하며, 도시를 넓혀 택지를 조성하고, 광대한 갯벌을 매립해 공단을 만드는 일이 발전 이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윤리적 도덕적 저항없이 이루어진 시대를, 이 세대는 유년기부터 당연한 풍경으로 받아들이며 자랐던 것이다.   연도별 나이에 따른 486세대.   위키백과 이들이 이룬 공(功)의 목록 이 세대의 역사적 기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베이비 부머는 맨손으로 산업 기반을 쌓았다. 농촌을 떠나 도시의 노동자로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을 견디며 수출 역군으로 자본을 축적했다. 그 축적이 이후 한국 경제의 물리적 토대가 되었다. 여기에 86세대는 유신과 군사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때로는 감옥에서 구속·고문·강제징집을 겪으며 청춘을 통째로 갈아 넣어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1987년 6월 항쟁은 이들의 청춘이 만든 역사적 성취이며, 이후 30여 년간 형식적 민주주의를 유지해온 배경에는 이들이 만든 제도적 성취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급속한 교육 확대의 최대 수혜자였다. 대학 진학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고, 어렵지 않게 취업했고, 이후 사회 각 분야의 전문직·관리직을 장악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문화적으로도 이들은 검열과 억압에 맞서 싸우며 대중문화·언론·학술의 지형을 넓혀온 세대다. 학생운동가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하기도 했으며,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였다. 전태일 이후의 노동운동, 지방자치와 언론자유의 제도화, 1990년대 이후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참여연대 등 초기 시민운동·환경운동 역시 이 세대가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서 조직해낸 성취이다. 이들이 남긴 과(過)의 목록 1 그러나 이들이 쌓은 공(功) 위에 그에 못지 않은 과(過)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자산의 세대 내 독점 : 산업화로 경제적 성공을 이룬 이들이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압도적 규모를 소유하며 부가 이 세대에 집중되었고, 청년 세대는 노력해도 같은 사다리에 오를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베이비 부머는 거대한 중간 기득권이 되었고, 민주화 세력 또한 이 기득권에 포함되었다. 정치권력의 재생산과 기득권 : 586-686세대는 민주화운동의 도덕적 자산을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하며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정치의 중심 무대를 차지해왔다. 도덕적 정당성이 시간이 지나며 현실적 기득권으로 굳어지는 동안, 다음 세대는 대표성을 얻을 기회 자체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했다. 가난을 이겨내고 발전을 성취했으며 군부독재와 싸워 민주화를 이뤘다는 성취감에서 오는 도덕적 우월감은,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불통과 꼰대 기득권의식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돌봄과 재생산의 위기 : 압축 성장의 이면에는 돌봄노동의 불평등한 배분이 있었다. 임금노동 중심의 사회를 떠받치고 있던 것은 여성들의 가사노동이라는 무급 돌봄노동이었지만, 이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온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지역, 성별, 학력, 고용형태에 따른 양극화로 더욱 심화되었다. 이들이 남긴 과(過)의 목록 2 생태적 부채를 떠넘긴 성장주의 : 이 세대는 압축 성장의 최대 수혜자이자, 동시에 화석연료 기반 산업문명의 최대 설계자이자 소비자였다. 이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자원 소비를 토대로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다. 그 과보로 기후위기라는 청구서가 날아왔지만, 이 청구서는 이들의 자녀와 손자녀 세대, 그리고 인간이 아닌 무수한 생명들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지구 온난화, 대량 멸종, 서식지 파괴, 해양 오염, 해수면 상승 등의 오염과 위기는 이 세대가 누린 성장의 그림자다. 성장의 단맛은 현 세대가 누리고, 위기의 쓴맛은 다음 세대와 비인간 생명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를 만든 것, 이것이야말로 이 세대가 책임져야 할 가장 무거운 윤리적 과제이다. 현세대 인간들만의 민주주의 : 무엇보다 이 세대가 설계한 정치·경제 체제는 처음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만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도록 설계되었다. 대통령제, 삼권분립 같은 민주주의 제도는 근대 100년 전후에 만들어진 정치적 발명품이지만, 이 민주주의는 현재 존재하는 인간들만의 합의로 한정되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면, 역설적이게도 그 인식이 바로 위기의 원인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어떤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에서도 강과 산, 멸종위기종,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의 입장을 실직적으로 대변하는 장치는 없다. 이들에게는 투표권이 없고 의회의 의석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구조적으로 배제된 채 개발과 성장의 논리 앞에 늘 뒤로 밀려났다. 최근 들어 기후위기를 앞두고 환경과 자연에 대한 고려가 국제사회의 중심이라고 말하지만, 자기 나라로 돌아오면 여전히 환경보다 경제를 우선시한다. 다수의 정치는 4~5년 단위의 단기적 이익만으로 갇혀 있으며, 20-30년의 장기적 관점의 제도적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온전히 이 세대만의 잘못은 아닐지라도, 이 세대가 가장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던 시기에 가장 방치된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베이비 부머와 86세대의 역사적 과제와 전환의 실천 더 이상 물질적 성장이나 생산력의 고도화가 진보가 될수 없다 베이비 부머와 86세대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끌었다. 성장이 곧 발전이라 믿었고,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생산력의 고도화 가 곧 진보라고 생각했던 세대이다. 그러나 생산력의 고도화에 기대온 경제성장은 유한한 지구의 한정된 자원의 채굴을 기반으로 하기에, 결국 기후위기와 인류 절멸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이룬 근대적 성취는 눈부시지만, 행성적 한계를 외면한 무한성장이었고, 미래세대와 비인간 존재를 고려하지 않은 인간중심주의적 민주주의였다. 따라서 오늘날 생태위기 시대 베이비 부머의 역사적 과제와 실천적 정의는, 인간 사이의 단순한 재분배를 넘어 생태문명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진보(?)운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개발주의 성장사회를 넘어 생태적 성숙 사회로 베이비 부머 세대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탄탄한 경제력과 사회적 관계망,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집단이다.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과 자원 소비의 정점을 찍은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은 미래세대를 위해 탈탄소 정책, 에너지 전환, 탈성장 논의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결집해야 한다. 신공항 건설을 비롯한 무분별한 토목·개발산업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던 태도를 버리고, 생태계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길로 전환하는 일이야말로 다음 세대와 비인간 생명에게 갚아야 할 가장 실질적인 부채 상환이다. 개인적 소유를 넘어선 자산의 사회적·생태적 상속으로 또한 개인 자산을 자기 자녀에게만 물려주는 단힌 상속의 회로를 넘어, 부의 일부를 공동체와 생태계로 환원하는 사회적 상속 운동이 필요하다. 자신이 번 자산이 자연의 은혜와 사회적 기반 위에서 가능했음을 깨달아, 유산의 일부를 생태복원이나 자연신탁, 미래세대를 위한 기금 등 공유자산으로 전환 하는 실천이 요구된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60+기후행동 을 비롯한 몇몇 단체가 중심이 되어 최근 사회적 상속기금 이 출범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인간만의 민주주의를 넘어 생태민주주의 사회로  베이비 부머가 이룩한 민주화는 생태적 관점에서 보면 현세대 인간들만의 합의로 한정된 것이다. 이제 비인간 존재와 미래세대를 고려한 합의, 즉 생태민주주의로 한단계 더 심화되어야 한다. 특히 강과 산, 멸종위기종에게 법적 인격과 소송 당사자 자격을 부여하는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도롱뇽 소송, 설악산 산양 소송 등 자연을 원고로 세우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으며, 최근에는 제주남방 큰돌고래와 순천만 흑두루미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 세대가 가진 법률·행정·정치의 경험과 자원을 이러한 소송과 입법에 결집시키는 것은, 인간 세대 간 재분배 못지않게 중요한 회향(廻向)이다. 모든 생물종이 함께 공유하는 다종족 커먼즈(multispecies commons)의 복원  갯벌, 하천, 마을숲 등은 인간과 비인간 생명이 오랜 세월 함께 기대어 살아온 공유지다. 이를 사유화하고 함부로 파괴해온 과거의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과 다른 생명종이 함께 누리고 돌보는 공유자산으로 되살려야 한다. 단순히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생활양식 전반을 다른 생물종들과의 공생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돌봄의 재분배와 생명 감수성 지혜의 전수  압축 성장기에 왜곡되었던 돌봄노동의 구조를 재조정하는 동시에, 다음 세대에게 생명에 대한 외경심과 겸허함이라는 생명 감수성을 전수하는 일 또한 이 세대의 몫이다. 물질적 자본에 의존하기보다 사람과 사람, 생명과 생명 사이의 유대와 돌봄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를 일구어 내야 한다. 나아가 자신들이 이룬 압축성장과 민주화의 경험은 그 자체로 인류사적으로 희귀한 자산이다. 이를 일방적인 성공담으로 포장하지 않고 실패와 모순까지 정직하게 기록하고 전수할 때, 다음 세대가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다리가 되는 세대가 되어야 베이비부머와 86세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결실을 이룬 세대이자, 그만큼 많은 책임을 짊어진 세대다. 그러나 이들의 역사적 소임은 끝나지 않았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산과 강을 넘어온 이들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자신이 건너 온 강 위에 다음 세대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는 일이다. 물론 그 다리는 인간과 뭇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며 건너는 다리여야 한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녹색불교연구소 소장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베이비 부머-86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남을 향한 훈계가 아닌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며 다짐이다. 우리가 쌓은 것을 끝까지 움켜쥐고 있을 것인가, 기꺼이 되돌려 줄 것인가. 우리가 차지한 자리를 지킬 것인가, 다음 세대를 위해 내어줄 것인가. 우리의 회향(廻向)은 인간사회 내부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강과 숲,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무수한 생명들에게까지 이를 것인가 스스로 쌓은 기득권을 움켜쥐는 세대가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생명,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해 온전히 되돌려 주는 세대로 기억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이 세대가 해야 할 마지막 사회운동이며 가장 숭고한 역사적 소명일 것이다.유정길의 생명정치 ecogil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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