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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휘슬러 영화②] 죽음의 문턱서 모성이 빚어낸 생명 서사

[휘슬러 영화②] 죽음의 문턱서 모성이 빚어낸 생명 서사
[뉴스]
(편집자 주) 시민언론민들레는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를 공동주최합니다. 휘슬러영화제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침묵 당한 목소리를 스크린 위로 불러내는 영화제로, 2024년 첫걸음을 뗀 뒤 올해로 3회를 맞았습니다. 제3회 영화제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립니다. 올해는 약 260편이 출품된 가운데 18개 국 46편이 상영되고, 영화와 함께 4차례의 포럼도 마련됩니다. 슬로건은 너의 비밀을 말해봐 입니다. 민들레는 영화제의 의미를 독자와 함께 나누기 위해 영화제 기간까지 출품작 소개 글을 연재합니다. 웨이크 업(Wake up)|로즈 르죈(Rose Lejeune)·막심 튀를리에(Maxime Turlier), 9분, 프랑스 텅 빈 병원 복도에 한 아이가 홀로 서 있다. 품에는 애착 강아지 인형이 안겨 있고, 아이는 엄마를 찾아 인기척 없는 공간을 헤맨다. 러닝타임 9분의 단편 애니메이션 〈웨이크 업〉은 이 적막한 장면으로 관객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이끈다. 엄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 끝에 마주하는 것은 신비로운 형체로 변이한 사슴이다. 그 조우를 계기로 봉인되어 있던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기억 속에서 아이는 엄마와 함께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을 달리고 있다. 도로변의 사슴 출몰 표지판이 스쳐 지나가고, 시계는 10시 17분을 가리킨다. 그 순간 불쑥 뛰어든 사슴과 충돌하면서 차는 크게 전복되고 화염에 휩싸인다. 영화비평가 앙드레 바쟁은 『사진 이미지의 존재론』에서 영화가 사물의 지속, 곧 변화 그 자체를 방부 처리하듯 보존한다고 말했다. 〈웨이크 업〉에서 10시 17분은 바로 그렇게 박제된 시간이다. 아이의 삶이 멈추어 선 그 시각은 서사의 복선이자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시간적 좌표가 된다. 사슴을 암시하는 표지판 역시 비극을 예고하는 장치로서 절제된 긴장감을 부여한다.   프랑스 단편 애니메이션 〈웨이크 업(Wake up)〉 공식 포스터. 2026.10.13.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위험에 처한 아이는 소방관에게 극적으로 구조되어 구급차로 옮겨진다. 그런데 아이는 길 건너편에서 실려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 장면에서 작품은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철학자 질 들뢰즈는 현재의 이미지와 그것의 잠재적 이미지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순간을 결정체-이미지 라 불렀다. 구급차 안의 육신과 길 건너편에 선 영혼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장면은 그러한 이중성을 선명하게 시각화하며, 아이가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는 실존적 순간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때 엄마가 신비로운 사슴과 함께 나타나 아이를 죽음의 세계에서 이승으로 인도한다. 아이는 이승과 저승을 가로막은 문을 열고, 산소호흡기를 쓴 채 누워 있는 자신의 귀에 Wake Up(일어나) 이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다시 살아난다. 이 작품에서 사슴은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사고를 불러온 존재이면서 동시에 아이를 삶으로 되돌리는 안내자다. 동아시아 전통에서 사슴이 십장생의 하나로서 장수와 영험함을 상징해 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하늘나라로 간 엄마와 사슴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시 나타나는 설정은 곧 생명의 연장을 의미한다. 결국 홀로 살아남은 아이의 곁에 엄마는 없다. 그러나 아이만이라도 살리고자 했던 엄마의 모성애는 슬픔을 넘어 아름다운 여운으로 남는다.   프랑스 단편 애니메이션 〈웨이크 업(Wake up)〉 중 한 장면. 2026.10.13.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이 작품의 미덕은 서사만큼이나 영상 언어에 있다.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거장 노먼 맥라렌은 애니메이션을 두고 움직이는 그림의 예술이 아니라 그려진 움직임의 예술 이라고 정의했다. 〈웨이크 업〉의 움직임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몽환적인 빛을 두른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사슴, 시종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짓으로 아이를 감싸는 엄마의 모습은 대사 없이도 감정의 결을 전달한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가 『봉인된 시간』에서 영화 작업의 본질을 시간을 조각하는 일 로 규정했듯, 이 작품은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사고 이전과 이후, 이승과 저승의 시간을 섬세하게 조각해 낸다. 서정적인 음악은 화면의 정서를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떠받치며 전체적인 조화미를 완성한다. 9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은 흔치 않다. 간결한 스토리텔링, 복선을 활용한 치밀한 구성, 뛰어난 연출과 영상미가 어우러진 〈웨이크 업〉은 단편 애니메이션이 도달할 수 있는 서정성의 한 정점을 보여 준다. 상실의 슬픔을 생명의 찬가로 바꾸어 내는 이 작품 앞에서, 관객은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존재를 조용히 확인하게 된다. /이건웅 (서일대학교 교수) 더 와일드 페어그라운드(The Wild Fairground)|샤오징 리우(Xiaojing Liu), 23분, 중국 2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상처 입은 모녀 관계의 회복 과 소외된 존재들의 동행 이라는 개인적 서사를 통해 인권과 평등의 본질을 묻고 있다. 상처를 가진 이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어린 새끼양을 어미양에게 찾아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모습은 따뜻한 위안을 준다. 인권이란 결국 모든 인간이 정서적으로 구원받고 존엄성을 회복할 권리 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단편 〈더 와일드 페어그라운드(The Wild Fairground)〉 공식 포스터. 2026.10.13.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영화 〈더 와일드 페어그라운드〉는   정서적 인권 과 아동·여성의 평등한 권리 를 섬세하게 들춰낸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제의 취지에 매우 깊이 부합한다 생각한다. 화려한 소비와 유희가 마감되는 폐장된 놀이동산 의 시공간은, 한때 화려하고 눈부셨던 가정을 이루었던 순간에서 딸과의 이별이라는 상실의 절망으로 추락한 주인공의 비극과 완벽히 맞물린다. 낯선 아이와의 갑작스러운 여정이 가져다준 구원은 다분히 환상적인 영화적 허구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가 베어 물고 치유되는 이 우연한 기적은 우리 모두가 서로의 삶에 빛이 될 수 있다는 아련한 가능성을 준 것 같아 좋았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촬영된 장면의 웜톤과 자연배경, 주인공 여자 배우의 삶에 지친 냉소적 분위기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과하지 않은 표정과 몸짓의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 것 같다. /진광선(초등학교 영어교사)   중국 단편 〈더 와일드 페어그라운드(The Wild Fairground)〉 중 한 장면. 2026.10.13.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덧붙이는 글 휘슬러영화제는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영화제입니다.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침묵 당했던 목소리를 내는 영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텀블벅 바로가기 링크 https://tumblbug.com/2026swff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swff202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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