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시절 엉망이었던 제넨셀 수사 사과부터 [뉴스] ④ 한동훈 의원은 엉망진창이었던 검찰 수사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공연한 정치공세로 세상을 어지럽힌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예상했던 대로 15일 끝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 주요 일간지들은 ‘맹탕 청문회’였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16일자 조간 1면에 실린 김 후보자 청문회 관련 기사 제목들을 보자.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김 후보자가 청문회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요구한 자료 376건의 64.6%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정치적 내상을 입은 여권이 추가 낙마를 막기 위해 적극 엄호에 나섰고, 야권은 인사 검증을 통해 확보한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맹공을 퍼부어 혈전 이 벌어졌다고 청문회를 요약한 신문이 있다.
진보 매체도 김승원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안 된다는 뜻을 사실상 내비쳤다. 한겨레는 사설 에서 김 후보자가 청탁의 대가를 받았다거나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김 후보자 주장대로 자신의 청탁이 공익적 민원 이었다는 점을 국민에게 납득시키지 못했다. 특정 기업의 이권과 관련된 사안, 특히 임상시험처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을 사적인 부탁을 받고 규제기관의 장에게 전달한 행위만으로도 법무부 장관에게 필수적인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에서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이 부적합다는 응답이 43%로 적합하다는 답변의 곱절 가까이 나온 지난 1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세에는 사퇴한 용혜인 전 후보자와 함께 김 후보자 지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임명 여부를 국민 눈높이에서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6.9.15 연합뉴스
이번 김승원 후보자 인사 청문회는 과거와 아주 다른 환경에서 열렸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도파민 넘치는’ 폭로전이 온통 휘감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청문회는 한 의원에게 주도권을 빼앗겼거나 넘겨준 국민의힘 의원들의 무기력함, 또는 주진우 의원 류의 엇나간 ‘가족 기업’ 공세, 그걸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나약함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는지 모른다.
이에 따라 김승원 후보자 청문회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뼈대를 만들어 채워나갈 능력과 자격을 갖췄는지, 이재명 대통령에 걸린 여러 갈래 재판을 둘러싸고 조작기소 특검의 방향과 나아가 공소 취소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김 후보자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란 ‘본류’를 망각한 채 김 후보자의 임상시험 ‘불법 청탁’과 대가 수수 여부, 주가조작 연루 의혹, 배우자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돌봄시설의 ‘가족 기업’ 여부 등 ‘곁가지’들만 건드리다 만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다 언론이 한동훈 의원의 어지러운 폭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따옴표 안에 그대로 인용해 보도함으로써 만들어진 ‘거짓 프레임’ 안에 스스로를 가뒀다는 반성은 빠져 있었다. 한 의원의 폭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고 그 잘못의 책임을 묻고 따지지 않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법으로 확대 재생산하기만 바빠 엉뚱한 논란과 스캔들이 청문회의 시작과 끝을 맺게 하는 데 언론 역시 책임이 있었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 한 의원은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으로 부임한 뒤 이듬해 9월 이진동 검사를 서부지검장으로 임명해 당초 수사하던 식품의약범죄조사부에서 형사5부로 재배정했다. 관심사건’으로 분류될 정도로 이 사안을 챙겼다는 전언이 있다. 다른 사건 수사와 비교했을 때 유독 많은 수사보고서는 한 장관 등 윗선의 궁금증을 채우기 위하거나 검사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윗선에 보여주기 위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 의원이 장관 대변인과 부대변인으로 신동원과 김종욱 검사를 임명했는데 이들이 박성재 장관 취임 후 서부지검 차장검사와 형사5부장으로 각각 기용돼 2024년 12월 기소유예를 결정한 것이 그냥 우연의 일치이기만 할까?
해서 다시 한번 이 사건의 검찰 수사 시계열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21.9.30 앙모 씨,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 교수와 통화 (김 후보자가) 이재명 쪽에서 모든 법률을 봐주고, 식약처 소통 바로 돼”
2021.10.6경 강 교수, 양씨에게 임상시험 승인 나지않을까 걱정
2021.10.8경 양씨, 김 후보자에게 제넨셀 자료 건네며 부탁 문자
2021.10.12 김 후보자,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빠른 처리 부탁
2021.10.19 강 교수, 세종메디칼에 제넨셀 주식 66만주(약 63억원) 어치 매도
2021.10.26 식약처, 제넨셀 코로나 신약의 임상시험 승인
2021.12.13 제넥센, 양씨 소유 회사의 전환사채 6억원 인수
2022년 1월 최초 제보자 조모 씨, 양씨와 금전 및 법적 분쟁
2022년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2022년 11월 조씨, 국민권익위원회와 대검에 ‘부정 청탁 의혹’ 신고
2022.11.28 서부지검 검사, 김승원과 이재명의 인연, 대장동 인맥 등 수사보고서 작성
2022.11.30 서부지검에서 조씨 진술 조서 작성
2023년 1월 제넨셀 압수수색 때 이재명 이낙연 등 민주당 쪽만 포렌식했다는 진술
2023. 6. 10 조선일보 단독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져
2023년 9월 한 장관, 이진동 서부지검장 임명해 식품의약범죄조사부에서 형사 5부로 변경, 민주당 정치인들 쫓던 수사가 임상시험 승인 청탁 및 후원금 500만원 수사로 변경
2023년 12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퇴임
2024년 5월 박성재 법무, 한동훈 장관의 대변인 신동원과 부대변인 김종욱을 각각 서부지검 차장검사와 형사5부장으로 임명
2024년 8월 서부지검, 김 후보자 소환 조사한 뒤 기소 계획을 대검에 보고(기소 계획 보고서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 대검은 보완 지시
2024.12.19 강 교수 1심 범죄수익은닉 혐의 무죄 판결(승인 신청서에 잘못된 내용 기재해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 혐의는 유죄 인정 징역 3년 집유 5년 선고)
2024.12.27 서부지검, 김 후보자 기소유예 처분하고 불기소 이유서, 양씨는 알선 뇌물 약속 혐의로 추가 기소
2025년 5월 김 후보자 헌법소원 청구
2026년 9월 무소속 한동훈 의원 보름새 SNS에 604건(김 후보자 관련 412건, 하루에 88건도) 게재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입장 표명
2026.9.15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및 양씨 1심 최종변론에 양씨와 강 교수 출석
2026.9.30 강 교수 2심 선고 공판 예정
한 의원이 장관 때 제대로 인사권을 활용해 유능한 검사를 배치해 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서부지검과 대검이 김 후보자의 기소유예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장관 재직 때 대변인과 부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검사와 김종욱 같은 지검 형사 5부장과 의사소통도 원활했을 것으로 보인다. 맨먼저 수사를 맡은 전유경 검사부터 11명의 검사가 투입됐던 사안이다. 서부지검 검사 정원 50여명의 5분의 1을 투입하고도 김 후보자의 부정 청탁과 알선 금품 수수 여부를 규명해내지 못했다. 몇 년의 징역형을 구형하려 했다는 검찰의 기소 계획은 지금 이 시점에서 하등의 의미가 없는 공허한 주장이다.
그런데도 한 의원은 기소유예 결정에 어떤 커다란 음모의 손이 뻗쳤다는 냄새를 풍겼지만 하나도 증명해내지 못했다. 당시 본인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엉망이 된 수사의 책임이 있었다는 사실만 드러날 뿐이었다. 그러자 꺼내든 것이 ‘민주당 오빠’ 색칠하기였다. 그런데 색연필 가운데 국민의힘 것이나 윤석열 대선 캠프 것이 있음이 드러나자 ‘독약 로비’로 논점을 전환했다.
1차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한 뒤 2차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 2상 승인 절차가 늦어진다는 양씨의 민원을 듣고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전화해 물어본 것인데 이제는 시험에 쓰인 햄스터 한 마리가 피를 쏟으며 죽었고, 94명의 코로나 환자에게 투약해 사람 목숨을 빼앗을 뻔했다고 공포 마케팅에 나섰다. 김 후보자가 목숨을 해칠 수 있는 ‘독약’을 승인받도록 불법 로비에 동원됐다고 두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신약 청탁 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브로커 양 모 씨(왼쪽)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제넨셀 설립자 강 모 씨가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6.9.15 연합뉴스
한 장관이 떠난 뒤 궁지에 몰린 서부지검이 찾은 묘수는 ‘쪼개기’ 기소였다. 1차 기소 때 양씨를 기소하지 않았던 것, 강 교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여드레 뒤 양씨를 강 교수의 1차 기소와 같은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대북송금 사건에서 제기됐던 ‘쪼개기 기소’를 연상케 한다. 공범 중 한 명만 재판에 넘겨 나머지 사람의 방어권을 사실상 방해하는 ‘법기술’이다. 먼저 기소된 사람이 실형을 받게 되면, 나머지 사람은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실상 유죄가 확정되는 결과를 맞게 되는, 조금은 소름끼치는 방식이다.
뒤집어 보면 2년 넘게 검사 11명을 투입한 수사에도 갈피를 못 잡게 수사 방향을 이리저리 튼 결과를 호도하며 시간을 버는 한편, 옭아매고 싶은 범죄자를 계속 사정권에 두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원 후보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해 이를 무력화하려는 것도 검찰의 현란한 법기술을 막기 위한 몸부림일 수 있다.
그런데도 한동훈 의원은 이달 들어 보름새 소셜미디어(SNS)에 604건의 글을 올렸는데 김 후보자 관련해선 412건이었다. 하루에 88건을 올린 날도 있었다. 매일 아니면 격일로 기자 간담회도 열어 부지런히 떠들고 있다. 그런데 공연히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한 의원은 엉망진창이었던 검찰 수사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공연한 정치공세로 세상을 어지럽힌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6.9.15 연합뉴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15일 인사청문회 도중 오늘 이 자리 돌아가는 양상이 2019년 9월 7일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 때와 비슷하다 며 그 후 추미애(경기지사)·이재명(대통령) 수사 때와 패턴이 똑같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보자님 정신 똑바로 차리시라. 친윤 정치검찰들은 70년 간 국민 위에 군림하며 수사권을 가지고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며 내란을 저질렀다 며 한동훈 같은 정치검사를 없애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인적청산 없이는 검찰개혁 없다 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한 의원의 행태가 검찰개혁의 당위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장관 후보자 검증이라는 공론의 장을 저렇게 타락시키고 있다 고 꼬집은 뒤 본인이 (법무부) 장관이었는데 (신약 로비 의혹이) 중대범죄라면 본인이 구속하든가 기소하든가 했어야지 못해놓고 이제 와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고 직격했다.
한동훈 의원은 4년 전 자신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를 잊은 것 같기도 하다. 한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했던 개인정보 관련 자료가 언론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논란이 되자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증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인데 경찰은 최강욱 당시 민주당 의원 사무실과 언론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가 반발하자 한동훈 당시 후보자는 경찰 수사를 두둔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탓하는 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는 말도 남겼다.
2년 전 그가 당 대표였던 국민의힘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공익신고자 인 김규현 변호사를 파렴치한 인물로 몰아갔다. 임성근 당시 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일원이었던 김 변호사가 카톡 대화 내용을 공수처에 제보하자 국민의힘은 김 변호사가 채 상병 사건 수사단장이었다가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통령의 변호인인 점을 들어 제보 공작 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공익신고자인 김 변호사의 인적 사항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랬던 한 의원이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2년 만에 김승원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최초의 신고자 조모 씨의 신상을 조금 공개하자 거칠게 반격했다. 한 의원은 공익제보자들을 물어뜯으면 제가 민주당 오빠들의 이X을 다 뽑아드리겠다 고 품격 떨어지는 발언을 했다. 자신이 폭로한 의혹의 공익제보자 는 감싸고, 상대 진영의 공익신고자 는 가짜 라고 몰아붙이는 행태야 말로 전형적인 이중 잣대다.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