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하는 정치인 없다 가 1등인 세상 [뉴스] 누군가를 믿어서 한 사람을 선택했다기보다 믿을 만한 정치인을 찾지 못한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지표가 씁쓸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을 제치고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1위에 올랐다. 한국갤럽이 시사IN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 의원을 꼽은 응답은 11.4%였다. 2021년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온 이 대통령은 처음으로 선두 자리를 내줬다.
그런데 이 숫자를 곧이곧대로 ‘국민의 신뢰’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다.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없다·모름·응답 거절’이라고 답한 사람이 39.3%에 달했다. 특정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보다, 신뢰할 정치인을 찾지 못했거나 답을 유보한 사람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표본 1013명 가운데 한동훈 의원을 지목한 사람은 11.4%였다.
물론 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한동훈이라는 정치인이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그 11.4%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더구나 이번 조사가 나온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 의원은 최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에서 청문위원으로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일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김승원 후보자를 겨냥해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정치적 존재감도 키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 그의 이름은 끊임없이 뉴스에 등장했다.
한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한동훈이 신뢰도 1위한 것보다 현직 대통령이 신뢰도 추락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승원 후보자를 임명하면 이 대통령의 신뢰도가 지하실로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1위에 오른 자신감인가. 참 묘한 정치의 세계다.
평생 검찰에서 살아온 사람이 정치에 뛰어들어 초선 의원이 된 뒤, 거침없는 발언과 공격적인 메시지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좋은 뉴스든 나쁜 뉴스든 이름이 반복해서 언론에 오르내리면 정치적 존재감은 커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쌓인 노출도가 어느 순간 ‘신뢰’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더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한동훈 의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11.4%에 이르렀다는 사실보다, 39.3%가 특정 정치인을 꼽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는 국민이 정치인에게 보내는 신뢰의 바닥이 얼마나 얇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누군가를 믿어서 한 사람을 선택했다기보다, 믿을 만한 정치인을 찾지 못한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지표가 씁쓸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조사는 가구 유선전화 RDD 및 휴대폰 RDD를 병행한 전화 면접조사(CATI) 듀얼 프레임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8.7%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