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ESG】 단독인데 왜 내렸나요”…공시 로드맵 보도 뒤의 복잡한 계산 [뉴스] 금융위원회가 지난 8일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정협의회를 열고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는 최종안을 확정했습니다.
금융위는 원래 지난달 30일 이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면서 당정협의 일정도 함께 미뤄졌습니다.
임팩트온은 같은 날 이 최종안의 상세 내용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단독 보도가 가능했지만, 속보 경쟁보다 정책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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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협의 기다리다 급부상한 기업 부담론 …기울어진 여론에 보도 결정
당정협의를 기다리는 그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지난 5일, 한 유력 매체가 ESG 공시 의무화 내용을 단독보도했는데, 그 방향이 좀 의아했습니다. 기후 정보의 사업보고서 공시 방안이 재계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법적 리스크 또한 높아진다는 관점이었습니다. 여론을 움직여, 지속가능성 공시를 또다시 표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실제로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틀 뒤인 7일,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경제6단체가 법정공시 직행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성명서 내용은 국내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여론을 뒤흔들었습니다.
임팩트온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5년간 공시 제도가 표류했던 것도 매번 ‘기업 부담’이라는 프레임에 정책이 주저 앉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제도가 좌초될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에 확보하고 있던 정부의 최종 검토안을 보도했습니다. 제도의 본질을 흐리려는 여론의 개입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단독 보도 이후 정부와 기업, 동료 기자들로부터 수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공시 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얼마나 뜨겁고 첨예한지 온몸으로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당정협의 개최와 정부의 공식 발표 일정이 확정된 것을 취재를 통해 확인한 뒤, 임팩트온은 올렸던 기사를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단독 보도라는 기록과 트래픽을 유지하는 것보다, 정부의 공식 발표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가 건강하게 이어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5년 만에 날아온 역대급 청구서…미뤄진 시간만큼 규제는 더 세졌다
사실, 기업의 우려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재무공시보다 데이터 수집 범위가 넓고, 협력사와 해외 법인의 정보까지 연결해야 합니다. 관련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번 최종안은 기업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나왔습니다. 최초 공시 대상은 당초 논의되던 30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됐고, 거래소 공시를 거쳐 점진적으로 전환하려던 계획은 사업보고서 법정공시로 곧장 직행합니다. 규제를 늦춰보려던 노력이 무색하게, 결과적으로는 초안보다 훨씬 혹독한 기준을 받아 보게 된 셈입니다.
이것은 결국 기업들이 불러온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입니다. 금융위가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계획을 처음 제시한 것은 지난 2021년입니다. 당초 2025년 시작할 예정이었던 제도는 시행 시점이 미뤄졌고, 시장은 5년 넘게 구체적인 로드맵을 기다렸습니다.
유예 기간이 길어지면 기업들이 더 꼼꼼하게 준비할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시행 일정이 불분명해지자 기업들은 오히려 관련 투자를 뒤로 미뤘고, 정부 역시 다른 정책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제도 준비 전반에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공시 제도화 방안 문서에 담은 여건이 성숙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이끌어 나가겠다”라는 메시지는 시장에 엄중한 경고로 다가옵니다. 기다리면 여건이 저절로 성숙할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이제는 더이상 기다리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이 흐름의 시작과 끝을 아는 전문 매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책이 발표될 때만 주목하고 논쟁이 잦아들면 떠나는 매체들만 존재할 경우, 건강한 지속가능성 생태계가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여론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지속가능성(ESG) 이슈처럼 아직 뿌리가 약한 제도의 경우 목소리 대결에서 결코 우위를 점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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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