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를 시민방송으로 만들면 안될까 [뉴스]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2분기 성장률 0.6%, 2026년 성장률 3.0%를 기대한다는 한국은행 발 소식이다. 성장동력은 단연 반도체, 전반기 총 산업기여율은 통합 40%, 2분기 영업이익 사상 최대 90조 원(삼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말 현재 반도체 대장주 삼전닉스의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 이하로 급전직하 폭락, AI 반도체 대세론은커녕 패닉, 투매에 가깝다. 잘라 말하자면 흔들기야 있을지 모르지만 AI 반도체 대세론은 꺾였다는 생각이다. 7월 한 달에만 사상 유례없는 거래중지 30여회(서킷브레이커 5회, 사이드카 24회), 이 정도라면 대체로 하향성 변동장세란 의심할 여지없다. 지지부진 이란전쟁, 트럼프 오락가락(TACO), AI 거품론, CXTM 중국 반도체 자립, 경쟁력 급부상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반도체 대세가 의심된다면, 반도체 몰입론에서 차기 성장동력의 방향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건 AI 부품 장비 일색에서 그 기반인 콘텐츠 서비스의 귀환, 즉 차기 방송 네트워크 콘텐츠 공고화에 기반한 네트워크 자생 기반 구축이 그 한 가지가 아닐까 한다.
종합콘텐츠 미디어제국화 길 가다가 몰락한 JTBC
최근 JTBC와 홈플러스 채무불이행, 회생절차 사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가려져 있지만 내수 불황과 네트워크 서비스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가리킨다. 2분기 수출성장률 1.4%인 반면 민간소비 0.4%, 건설투자 –0.2%에 불과하다. 수출에 기회가 온 것이야 고맙지만 미국발 AI 반도체 과잉투자가 눈에 밟힌다. 이른바 AI의 주동력이자 서비스 가치의 발주처인 이미지와 콘텐츠라는 사실에 집중하지 않으면 이 세계에서 버티기 어렵게 됐다.
JTBC 문제란 과도한 월드컵 방송 독점비용, 광고수익 급감, 드라마 등 제작비용 과다, 홈플러스 사태란 오프라인 대형마트 매출 감소와 과당경쟁 요인 등이 손꼽힌다. 그러나 정작 그 속에 숨어있는 내면, 즉 방송제작과 소비가 네트워크상의 유튜브, 넷플릭스 등 쌍방향 개인방송 및 OTT로 넘어간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 대형마트를 위협하는 건 대형마트간 오프라인 경쟁이 아니라 쿠팡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유통장악력 때문이라는 점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쿠팡 본사가 미국에 있고 일본·미국 연합자본 형태라는 것, 넷플릭스 유튜브 역시 미국 자본에 기반하며, 삼전닉스와 엔비디아 젠슨황 간의 치맥 깐부동맹이란 거꾸로 말하자면 미국발 거대언어모델 폐쇄형 AI 생태계로 시각을 좁히게 함으로써 확장성 제약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린 회생절차 개시 입장 발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2026. 6. 15 연합뉴스
정신 차려보자. AI발 증시 팽창에 환호하다가 몰락하는 증시를 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선 JTBC를 이렇게 놔둘 것인가. JTBC는 2026년 3월 현재 총자산 5755억, 총부채 5528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 5월 유동화 차입금 206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발발되었다.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해야 할 이유는 JTBC가 지상파 포함 시청율 6위, 보도채널 종편 중 2위(2024년, 방미통위)로 최상위권이며, 최근 드라마 , 등 1-4위 중 3개가 JTBC 작품이라는 사실에 있다. 즉 총자산 규모 수준은 그리 높지 않더라도 방송 콘텐츠 생산수준은 대단한 매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문학적 제작비, 배급망 부족, 사적이익 추구가 몰락 원인
규탄의 초점은 타 방송 대비 1.5배를 넘는 제작비 과다 지출에 쏠린다. 그러나 JTBC가 보도방송과 콘텐츠 제작의 품질 우수성에만 매몰되어 상황 파악 못한 비용과다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가령 이번 JTBC 사태는 방송만이 아니라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스 등 5개사, 즉 JTBC 방송 콘텐츠제작, 영화투자 배급 및 극장까지 아우르는 미디어 가치사슬, 종합콘텐츠 미디어제국화 추구와 연동되어있다. 미국판 미디어 종합그룹 디즈니가 연상되는 이 구상은 사실상 이 시대 미디어 영상의 주 흐름인 OTT에 대한 종합 대응 전략의 하나인 바 이는 나름 선진적 종합미디어 경영 구상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콘텐츠 투자비용 과다와 네트워크 배급망의 연계가 운영 한계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우선 제작비용 대비 영업이익 적자(-427억원=매출 2817억원-매출원가 2619억원-판관비 625억원, 2024년)가 수년간 지속되어 왔다. OTT 유료 회원망 부재, 극장 수입 절벽, TV 시청 급감과 광고수익 삭감, 즉 미디어 소비 경향의 변화를 잘 못 읽은 영향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물론 넷플릭스 등장 이후 콘텐츠 제작비가 수십배 폭등한 영향도 크다. 스포츠 영화 드라마 등에 대한 세계적 콘텐츠 제작·유통 비용은 급기야 편당 수조 원( 제작비 4.6억 달러)대로 상승했다. 넷플릭스의 한국판 드라마 콘텐츠 제작비는 헐리우드 대비 수십배 상당 저렴한 가성비를 응용한 경우이나, 한국의 전반적 제작비 수준을 동반 상승시켜 미디어 영상 제작 중소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이러다간 큰 놈 하나만 남고 다 죽을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유행할 정도다.
JTBC 미디어그룹의 경영 악화에는 또다른 요인도 있다. 세계적 배급망이 부재한 한국의 OTT 환경이나 극장 배급망으로는 헐리우드 배급망이나 넷플릭스 OTT망을 넘어설 수 없다. CGV의 극장 배급망, 티빙 등 토종 OTT 배급망 합계가 넷플릭스 한 종의 배급망에 미치지 못하는데 메가박스중앙이 보유한 스크린 수는 CGV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경영 악화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정작 돈 되는 우수 콘텐츠 빼돌리기, 사주의 사적이익화의 산실, 글로벌 판권 전담 SLL중앙은 전형적인 집안에 새는 바가지와 다름없다. 문제는 다른 주인을 찾는다 해도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마찬가지의 사적이익 극대화를 노린 구조조정을 단행할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JTBC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독점중계를 알리는 JTBC 포스터
JTBC를 다시 사적(건설사 등) 소유로 넘길 것인가
2024년 계엄사태 당시 JTBC는 내란 극복을 위해 대형 민간 방송사로서는 세계 방송 사상 거의 유례없는 활약상을 보였다. 시청률에서 보듯이 JTBC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도 그 질적 수준의 우수성이 돋보인다. 애둘러 말하자면 콘텐츠 제작 유통에서 넷플릭스 대항마로 보이기까지 한다. 새는 바가지만 정리돼도 경영합리화가 그렇게 어려운 수준으로 볼 수 없다. 생태적으로 집권 세력에 휘둘리는 처지의 공영방송 위상이거나, 구태라고 할 수 있는 상업방송의 사익 중심으로 복귀가 이를 해결할 대안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JTBC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차라리 영악한 여타 종편처럼 제작비 덜 드는 정치성 방송으로 회피하는 것이 현실적 생존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사태가 벌어진 이상 이제는 JTBC 질책에 매몰하기보다는 바람직한 재활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어떨까 싶다.
JTBC 회생절차는 7월 말, 늦어도 8월 초중반 1심 법원 판정이 있을 예정이고, JTBC를 인수하고자 하는 그룹은 보도에 따르면 부영, 중흥, KG 등등이며, 이들은 수천억 정도의 재원 동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들 그룹은 주로 건설 화학 등 미디어와 무관한 산업체로 미디어 기업 운영 경험 부족, 방송법상 종편의 대기업 소유 규정(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은 지분 30% 초과 금지)의 제약을 받아야 한다. JTBC 전체 미디어 5대그룹 총부채는 6월 현재 2조 8000억 원으로 불어나 결코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아울러 사돈 그룹인 삼성 측의 개입 여지 가능성도 남아 있다.
누가 어떤 식으로 개입하든, JTBC가 다시 특정 사주에 의해 지배되는 사적 미디어그룹으로 귀환한다면 과거의 사회 공익적 시민방송 대행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다. 물론 인수 후 후유증, 신구 사주 교체와 기존 구성원간 조화, 방송국간 또는 타 미디어인 OTT와의 경쟁, 콘텐츠 제작의 질, 상업이익, 정치적 파장 등등을 어떻게 견뎌낼지, 그 귀추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바에야 JTBC 관계자 포함해서, 범시민운동으로 시민방송화를 추진하면 어떨까. 제작비에 연연하지 않는 좋은 콘텐츠 생산, 사회정의를 외치던 JTBC의 활약을 아쉽게 생각하는 사람, JTBC 제작환경을 보존하고 싶을 사람도 제법 많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 대안이 시민방송화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JTBC 본사 건물
JTBC 시민방송화, 자유로운 상상력을 막 발휘해 보자
시민방송(Citizen Broadcasting)이란 원칙적으로 지역공동체, 소수자, 또는 다양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규합하여 방송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 맨해튼의 MNN이 한 사례로 수백개의 지역 퍼블릭 액서스 채널을 두고 있으며, 재원은 주요 상업방송(케이블 TV) 등으로부터 매출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차출하여 센터운영비로 사용하고, 장비대여, 편집실 이용, 방송제작을 지원한다. 독일의 오프너 카날은 1980년대부터 미디어 공공성과 시청자 주권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방송 민영화 과정에 개입하였으며, 상업광고 금지, 미디어교육, 지역 미디어청 운영예산 활동비 배정의 제도 입법화, 영국의 커뮤니티 라디오는 공영방송 BBC가 못하는 마을행사 지역자치 등을 다루며, 호주의 커뮤니티 TV는 다문화특성 강조, 이주민 커뮤니티 활성화가 지침이다. 이들 일련의 시민방송들은 심지어 온라인플랫폼 OTT 활성화로 확대 개조하여 인터넷 시대의 미래까지 적응중이다.
시민방송의 경우에도 사재와 성금을 모으고, 뉴욕 MNN처럼 기존 케이블, OTT 등 상업방송의 채널 사용료 갹출과 수수료 제도화, 시민 1주 구매 운동 등을 통해 시민의 힘으로 중앙 방송을 경영하는 일이 꿈은 아니라고 본다. 시민방송 수익모델이 필요하면 만들면 된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도 해낸 것을 민주화의 상징, 한류의 나라에서 해내지 못할 일도 아니다. 넷플릭스가 한류를 동반자로 지목한 이유는 헐리우드 1/100도 안 되는 가성비 좋은 콘텐츠 제작 생태 환경이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 필적했던 콘텐츠의 JTBC 위기란 자기 장점을 배척하고 막대한 할리우드 제작비를 추종하는 미디어 대제국화 함정에 빠졌기 때문은 아닌가, 새로운 성장 동력은 한류의 근본 경쟁력, 세계를 주도하는 문화의 힘, 가성비 높은 자생 콘텐츠 생태환경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좋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막 발휘되지 않는가. 놀면 뭐 하나. 이건 기회다. 다들 함께 힘을 내봤으면 좋겠다.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ibaek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