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인류 난제 해결 건설적 기여국 연대 등 제안 [국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취임 후 100여 일 만에 행한 작년 유엔총회 연설이 ‘윤석열 내란 을 이겨내고 ‘민주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 를 선언한 자리였다면, 이날은 대한민국이 그걸 넘어 절박한 인류의 공동과제를 해결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였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당면한 인류의 공동과제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수많은 생명과 삶의 터전을 파괴한 네팔의 빙하 홍수로 재확인된 기후 위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해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무력 분쟁들, 그리고 인류에게 기회이자 위기인 인공지능(AI) 혁명이다.
이들 과제에 대한 해법으로 한국이 선도할 K 이니셔티브 의 3대 비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 글로벌 AI 기본 사회 ▲ 녹색 대전환 ▲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 등이다. 이와 함께 남북 단절 극복과 한반도 평화, 새 시대에 걸맞은 유엔 개혁의 당위성도 역설했다. 이날 연설에서 특히 눈에 띈 건 여러 곳에서 ‘청년 문제 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과, 유엔이란 국제무대에서 호르무즈 사태와 관련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건설적 기여국 연대 를 제안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파병 압박과는 결이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이 대통령, 작년 이어 올해도 유엔총회 연설
AI 기본 사회, 녹색 대전환, 공급망 연대 제안
맨 먼저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함께 누리는 ‘글로벌 AI 기본 사회 구축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AI는 새로운 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 핵심 동력이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불평등과 불균형은 더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며 특히 따라가기 벅찬 변화의 속도로 인해, 전 세계 청년들이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겪고 있다 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AI 기본 의료 를 시작으로 사회보장과 노동, 주거, 문화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적 권리를 두텁게 보장할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면서 대한민국은 이 비전을 국제사회와 함께 나누기 위해 국제기구, 다자개발은행, 산업계와 학계가 협력할 플랫폼인 글로벌 AI 허브 를 조성할 것이다 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대한민국은 AI 발전의 기본적 혜택에서 어떤 국가도, 어떤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글로벌 AI 기본 사회 를 꿈꾸며, 인공지능이 기후 위기, 보건, 식량, 난민 문제를 비롯한 인류 공통의 난제를 해결할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 고 역설했다.
다음은 녹색 대전환 이다. 이 대통령은 기후 위기를 흔히 80억 인류가 함께하는 조별 과제 라고 한다 며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성장을 포기하는 방식으로는 많은 나라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를 세우고, 파리협정과 유엔 중심의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 을 통해 산업 체질을 바꾸고, 탄소중립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길을 개척하겠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성과를 국제사회와 아낌없이 나눌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호르무즈 파병에 ‘선 … 건설적 기여국 연대 제안
뉴욕 한미 정상회담서 호르무즈 파병 논의 없어
끝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 구축이다. 이 대통령은 세계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와 홍해에 대한 해상 봉쇄가 반복되면서 무기화‘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확고한 기반이다 라면서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뒤이어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지구촌의 경제·민생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기존의 협력 체계를 포함해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더 촘촘히 강화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과제들은 대한민국 혼자 해결할 수 없다...지금 필요하고 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들이 먼저 손을 맞잡고 협력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건설적 기여국 연대 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국제질서와 유엔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각국이 각자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고,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 라고 설명했다.
건설적 기여국 연대 가 호르무즈 기여도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들이 연대하면 좋겠다는 포괄적 얘기다. 특정 사안에 대한 연대를 말하는 건 아니다 라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 뉴욕에서 이뤄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촛불행동이 19일 서울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트럼프 규탄, 파병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2026. 09. 19 이호 작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한반도 평화공존 방향 담은 3대 청사진 제시
남북한, 미·중 포함 다자협력 틀 필요성 역설
당연히 남북 단절 극복과 한반도 평화에도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1991년 9월 17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이뤄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을 분단 이후 지속되던 경쟁과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공존의 기틀을 마련한 결정적 계기였다 고 평가한 이 대통령은 작년 연설에서 남북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 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강조한 데 이어, 올해에는 한반도 평화공존의 방향을 담은 ▲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공존 ▲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공존 ▲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 등 3대 청사진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남북 간 상호 체제 존중과 차이 인정 속에서 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 모색, 국제무대에서 북측 존중과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오랜 남북 단절의 현실을 감안해 보건, 재난, 기후 위기 등 국제사회 차원에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 간 위기와 갈등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기본적인 소통 채널 복원과 신뢰 구축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의 회담이 지난 8일 금수산 영빈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2026.6.9 연합뉴스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오래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한반도 평화 체제는 오랜 기간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도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논의해 온 핵심 과제다 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어렵게 만들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있던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라고 말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포함된 다자협력 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단기), 축소(중기), 핵 없는 한반도(장기) 등 단계적 해법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무기체계기술고도화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신형무기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9.22 연합뉴스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공동의 설계자 돼야,
청년 목소리 국제사회 의사결정에 더 반영
유엔 개혁과 관련해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유엔 역시 변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의사결정은 더 신속하게, 한정된 자원은 가장 절실한 현장에 집중해야 하고, 안전보장이사회를 더 효과적이고, 더 민주적이며, 더 책임 있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평화, 개발, 인권이라는 유엔의 3대 축 전반에 걸쳐 세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다 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포성이 멈춘 자리에 아이들의 웃음이 돌아오고, 청년들이 배움과 일, 도전의 기회를 누리며,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유엔의 존재 이유가 확실하게 증명될 것이다 라면서 2030년이 다가오는 지금,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해법을 설계하며, 실행을 이끄는 공동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청년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의 의사결정에 더 많이 반영되도록 참여와 소통의 문을 더 넓히고, 다음 세대의 가능성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리고 갈라진 세계를 다시 잇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래를 만들며, 다음 세대가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우리 대한민국이 앞장서겠다...평화공존의 한반도를 향해, 모두를 위해 성과를 내는 유엔 의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전진하겠다 란 약속으로 끝을 맺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우리 정부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 라는 인식 아래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 이라며 유엔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대미 투자 진전에 이재명-트럼프 회담 극적 성사
핵잠 연료, 조선 협력, 전작권 전환 후속 협의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뉴욕 현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 간 정상회담을 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주최 리셉션 참석 도중 별도의 방으로 옮겨 회담을 진행했다. 위 실장은 회담에서 양 정상은 최근 두 나라 간 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했다 고 전했다.
두 정상은 작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를 토대로 핵잠수함 연료 농축 재처리, 조선업 협력, 전시작전권 전환 등의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을 더 심화하자는 공동의 의지를 확인하고 내주 워싱턴D.C에서 후속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많이 얘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했다. 가급적 빨리 마무리 지었으면 한다는 게 우리의 요지였다 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국방을 강화하기 위해 방위비를 증액이나 한반도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그 연장선상에 핵잠수함 얘기가 나온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오랜 남북 단절의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기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 고 답했다고 한다. 이 고위관계자는 구체성 있는 연락이 오가는 것 같은 얘기는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김정은과 좋은 관계로 잘 지낸다, 그런 사람은 거의 유일하다고 했다 고 전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