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카스피해 확전?…우크라, 이란 상선 공격 파장 [국제] 이란에 대한 공격은 언제나 대가가 따르며, 이는 지금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란은 자신을 겨냥한 행동들에 아무런 대응 없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이란 의회의 에브라힘 아지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은 26일 X를 통해 전날 새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출발한 이란 상선을 카스피해에서 전격적으로 공격해 선박이 폭발하고 선원 한 명이 사망하고 또 한 명이 다친 사건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러시아 마하치칼라 - 2026년 7월 21일: 카스피해 해변에 있는 사람들. [타스=연합뉴스]
젤렌스키 카스피해서 이란 연계 선박 타격
이란 국가 이익‧안보 수호에 주저하지 않아
앞서 25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X를 통해 우리는 카스피해에서 러시아 군함과 이란과 연계된 군사 물자를 수송하는 데 사용된 선박들을 타격했다 고 공식 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7월 초부터 러시아 위성이 걸프 국가들과 그곳의 미군 시설을 활발하게 정찰하는 걸 관찰했다. 그 후 이들 영상은 이란에서 나타났다 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곧바로 25일 밤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러시아-우크라 분쟁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뒤 이 공격은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무력 사용 금지) 위반이자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을 더욱 격화할 수 있는 침략 행위 라고 규정했다. 성명은 젤렌스키의 공격 행위 ‘인정’은 이란을 향한 우크라의 적대적이고 비이성적인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유럽 국가들, 그리고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우크라의 범죄적이고 도발적인 행위에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성명은 이란은 국제법과 내재적 정당방위 권리에 따라 국가 이익과 안보 수호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결과의 책임은 우크라 정부와 그 지지자들에게 있다 고 주장했다.
2024년 12월 6일,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방위군에 인도된 자국산 드론 미사일 페클로(지옥) 첫 인도분 옆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당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의 이란 상선 공격 세 가지 의문
왜 7월 25일, 카스피해에서 우크라였나
우크라이나의 이란 상선 공격은 몇 가지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먼저 그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2주간 이어진 미국의 대이란 공습을 일단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그다음 날 새벽에 우크라가 이 일을 벌였다. 격렬한 무력 공방을 벌였던 미국과 이란이 다시 휴전을 모색 중인 상황에서 우크라가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다음은 카스피해라는 장소다. 이란 북부 지역에 접한 카스피해는 이란이 연안국들과 교역하고, 뭣보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들어오는 중국산 화물을 받는 핵심 통로다. 특히 미군의 해상 봉쇄로 남부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과 물자 수입이 힘든 현 상황에서 카스피해의 중요성은 훨씬 커졌다. 이란으로선 우크라에 의해 카스피해 통항이 방해받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만 없는 처지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위협하고 우크라가 가세함으로써 이란 전쟁이 호르무즈에서 홍해와 카스피해까지 확산할 조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 도서관을 찾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와 면담을 하기 전에 손을 맞잡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된 틈을 타 미국에 대항하는 레드 라인 을 잇기 위해 지난 24일부터 파키스탄과 오만, 러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섰다. 2026.4.27 크렘린궁 제공 UPI 연합뉴스
셋째는 왜 우크라가 직접 대이란 공격에 나섰는가 하는 점이다. 5년째 러시아와 싸우는 것도 버거울 텐데 예상되는 이란의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그것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즉시 자신의 소행임을 ‘확인’해준 건 매우 의도적이고 계획적 행동이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런던 소재의 중동 전문 매체인 는 27일 기사에서 우크라의 이란 선박 공격은 2020년 이후 지속해서 악화돼온 양국 관계의 가장 최근 전개 양상을 보여준다 고 지적했다. 암와즈에 따르면 이란-우크라 관계 균열의 시작은 2020년 1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방공부대의 우크라 국제항공 여객기 752편 격추 사건이었다. 당시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더 악화시킨 계기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근본 원인을 나토의 확장 에 있다고 했던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발언이었다. 물론 전쟁 기간에 이란이 러시아에 값싸고 효과적인 샤헤드 드론 기술을 공급한 것도 우크라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이란은 우크라 상대로 쓰도록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2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한 여성이 이란의 초대 최고지도자 고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최근 사망한 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그리고 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가 담긴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 07. 02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우크라 공격 배후에 이스라엘 의심
유럽을 끌어들이려는 이스라엘의 지령
그러나 젤렌스키는 이란이 전쟁 중인 적대국 러시아를 돕고 있어 ‘상선’을 타격했다는 식의 해명을 하지 않고, 그 대신 이란과 연계된 군사 물자를 수송하는 데 사용된 선박들 을 타격했고, 러시아가 걸프 내 미군 기지들에 대한 위성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의 설명이 이란-러시아 군사협력 관계의 단면을 말해주는 것일 수는 있어도, 곧바로 이란 상선 공격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은 석연치 않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의심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X를 통해 이는 유럽을 자기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이스라엘의 지령에 따라 자행된, 유엔 헌장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다 라고 비난했다. 이에 아라그치는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 대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했다면서 우크라의 무임승차자(젤렌스키)가 저지른 일은 아무런 대응 없이 넘기지 않을 것이다 라고 밝혔다.
한 이란의 고위 정보통은 이번 공격은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모색 중인 상황에서 이란을 자극해 또 하나의 새로운 전선을 열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라고 풀이했다. 이란의 보수 언론인 모하마드 사데크 알리자데는 우크라를 EU의 대리인 이라면서 이번 타격이 EU를 미-이란 전쟁에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활동가들이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중인 9일, 마닐라 소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이란 전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상화가 그려진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4. 09 [로이터=연합뉴스]
진짜 문제는 이란이 어디까지 확전하느냐
이란, 제2 전선 여는데 전혀 관심 없어
암와즈는 카스피해 공격을 둘러싼 이란과 젤렌스키의 대립은 이미 망가진 관계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진짜 문제는 이란이 어디까지 확전할 수 있고, 또 확전하길 원하느냐다 라고 지적했다.
이란이 ‘보복’을 예고했지만, 현 상황에서 대응책 찾기가 만만치 않을 걸로 암와즈는 봤다. 암와즈는 미국과의 전투가 소강상태이지만, 이란은 제2 전선을 여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고 지적했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추가로 러시아에 대규모 지원을 하거나 우크라를 직접 타격할 경우, 우크라가 이란을 직접적 교전국으로 간주할 명분을 제공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우크라의 흑해 연안은 이란 미사일의 사정권 내에 있어 이란이 타격을 가할 수 있지만, 자칫 이는 우크라의 추가 공격을 유발할 위험이 있고, 이런 상황은 결국 이스라엘과 미국의 힘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 정권은 국내 여론을 감안할 때 이번 공격을 모르는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암와즈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더 가능성이 큰 대응은 전쟁 개시 직전까지 가는 것일 것이다. 즉 추가적인 외교적 수위 격상, 부인이 가능한 비밀공작, 또는 걸프 지역에 주둔 중인 우크라 군사 고문단에 대한 조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며 이 모든 건 직접 타격보다 기술적으로 더 간단하고 부인하기도 쉽다 고 지적했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