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려 가을이 깊어질 때, 서릿가을 [뉴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비가 내리고 나니 공기가 한결 차가워졌습니다. 아침에 밖으로 나가 봤을 때 풀잎과 마당 한쪽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을 것을 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는 기별도 들리고, 이제 겨울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가까워지는 때를 우리는 흔히 ‘늦가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철의 모습을 더욱 또렷하게 담아내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서릿가을’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서릿가을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 ‘서릿가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서릿가을’을 ‘늦은 가을. 주로 음력 9월을 이른다’고 풀이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이라고 설명합니다.
두 말집(사전)의 풀이를 함께 살펴보면 ‘서릿가을’이 가리키는 때를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늦은 가을, 겨울이 가까워지는 무렵이지요.
‘서릿가을’이라는 말을 소리 내어 보면 ‘서리’와 ‘가을’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침 풀잎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와 차가워진 바람이 떠오릅니다. ‘늦가을’이라는 말보다 달라진 철의 모습이 한결 또렷하게 다가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늦가을을 나타내는 여러 한자말
늦가을을 나타내는 한자말도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한자를 모르면 말만 듣고 그 뜻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몇 가지를 한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만추(晩秋): 늦을 만(晩), 가을 추(秋)를 써서 늦은 가을을 뜻합니다.
계추(季秋): 끝 계(季), 가을 추(秋)를 써서 가을의 끝 무렵을 뜻합니다.
잔추(殘秋): 남을 잔(殘), 가을 추(秋)를 써서 남아 있는 가을, 가을의 끝자락을 뜻합니다.
심추(深秋): 깊을 심(深), 가을 추(秋)를 써서 깊어진 가을을 뜻합니다.
모추(暮秋): 저물 모(暮), 가을 추(秋)를 써서 저물어 가는 가을을 뜻합니다.
이렇게 한자를 하나씩 풀어 보면 각 말이 어떤 모습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을이 늦어지고, 깊어지고, 저물어 가는 모습을 서로 다른 한자로 나타낸 것이지요.
이런 한자말도 저마다 쓰임이 있지만,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뜻을 어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서릿가을’은 ‘서리’와 ‘가을’이 어우러진 말이어서 어린아이들도 뜻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삶 속에서 만나는 ‘서릿가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서릿가을’이 쓰인 보기월로 이런 것이 실려 있습니다.
서릿가을이 다가오기 전에 할머님 댁에 보일러를 놓아 드려야겠어.”
서리가 내리는 때가 오기 전에 할머니 댁에 난방을 마련해 드리려는 마음이 담긴 문장입니다. ‘서릿가을’이라는 말 하나가 철이 바뀌는 것뿐만 아니라 추워지기 전에 어른을 살피는 삶의 모습까지 떠올리게 합니다.
참일 서릿가을이 되면 우리 삶도 여러 가지 달라지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얇은 옷을 갈무리해 넣고 두꺼운 겉옷을 꺼내며, 집 안팎을 살피고 겨울을 맞을 갖춤을 합니다. 밭에 남은 작물을 거두고 나무와 꽃을 추위로부터 지켜 주기도 하지요.
이런 때 서릿가을이 찾아왔으니 이제 겨울 채비를 해야겠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서리가 내린 들판을 바라보며 서릿가을이라 그런지 바람이 제법 차갑네”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우리말
우리는 흔히 ‘만추’나 ‘늦가을’이라고 말하지만, 서리가 내리는 모습을 만났을 때는 ‘서릿가을’이라는 말도 부려 써 보면 어떨까요? 아침 풀잎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를 보며 이 말을 떠올린다면, 제철 모습이 말 속에 더욱 생생하게 담길 것입니다.
한자말의 뜻을 하나씩 알아 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말에 이미 담겨 있는 제철 모습을 찾아 쓰는 일도 즐겁습니다. 올가을 끝자락에는 ‘서릿가을’이라는 이름을 자주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아침 풀잎이나 마당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가을이 깊어 서리가 내리는 이맘때를 ‘서릿가을’이라고 불러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한 줄 생각]
서릿가을이라는 이름 속에는 서리 내린 바람빛(풍경)과 저물어 가는 가을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서릿가을
뜻: 늦은 가을. 주로 음력 9월을 이릅니다.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을 가리킵니다.
비슷한 말: 늦가을, 만추(晩秋), 계추(季秋), 잔추(殘秋), 심추(深秋), 모추(暮秋).
보기: 서릿가을이 찾아오니 아침마다 풀잎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는다.”
오늘 한마디: 서릿가을이 왔으니 이제 겨울옷을 꺼내야겠어요.”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