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군 사관학교 통합은 선택 아니라 과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안보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닥치지 않은 위협과 미래의 전쟁에 대비하는 일이다.
전쟁은 늘 군대를 변화시켜 왔다. 총과 화포가 등장했을 때, 전차와 전투기가 전장의 주도권을 쥐었을 때,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에 머문 군대는 역사의 흐름에서 뒤처지거나 사라졌다. 지금 대한민국 군 역시 또 하나의 거대한 변곡점 앞에 서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동의 무력 충돌은 드론, 인공지능, 사이버전, 우주 자산이 결합하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이제 군의 경쟁력은 개별 전력의 크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력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전쟁은 육군은 육군대로, 해군은 해군대로, 공군은 공군대로 싸우는 시대를 벗어났다. 드론이 전장을 감시하고, 위성과 정찰 자산이 정보를 모으며, 인공지능이 판단을 돕고, 사이버전이 적의 눈과 귀를 마비시키는 시대다. 미사일과 항공 전력은 하나의 지휘체계 아래 움직인다. 현대전의 본질은 어느 한 군종의 우월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력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해 하나의 힘으로 작동시키느냐에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전장을 책임질 장교 교육은 여전히 수십 년 전의 틀에 머물러 있어도 되는가.
3군 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본질은 학교의 숫자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변화한 전쟁 환경에 맞춰 어떤 철학과 역량을 갖춘 장교를 길러낼 것인가에 있다. 미래의 장교는 자신의 군종만 이해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육·해·공 전력을 하나의 작전 체계 안에서 바라보고 운용할 수 있는 합동전의 인재여야 한다.
초급 장교 시절부터 서로 다른 군종의 임무와 역할을 이해하고, 함께 작전하는 방식을 체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후 각 군이 요구하는 전문교육은 더욱 심화하면 된다. 통합은 전문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기반 위에 더 강한 전문성을 쌓자는 것이다.
미래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각 군이 최고의 능력을 갖추고도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강한 육군, 강한 해군, 강한 공군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이 모든 전력을 하나의 힘으로 묶어낼 수 있는 군을 만드는 것이 지금 국방이 풀어야 할 과제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오랜 전통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군종별 특수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걱정, 수십 년간 이어온 동문 공동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아쉬움이다. 이러한 지적 역시 결코 가볍게 치부할 사안은 아니다. 사관학교가 쌓아온 역사와 명예,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된 자부심은 대한민국 군의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전통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를 거부하는 전통이야말로 가장 빠르게 사라진다. 3군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과거를 부정하는 작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의 역사와 자산을 미래의 전투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어야 한다.
국방개혁은 언제나 불편하다. 익숙한 체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닥치지 않은 위협과 미래의 전쟁에 대비하는 일이다.
3군 사관학교 통합의 진정한 의미 역시 단순히 세 학교를 물리적으로 하나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미래의 전장을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서로 다른 전력을 하나의 힘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장교를 길러내는 과정이다. 본질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한 군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