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총선 선거제 개혁 논의, 지금 시작해야 [뉴스] 제22대 총선 개표 결과를 보도한 2024년 4월 11일 주요 신문들의 1면 모음.
복잡하고 난해한 준연동형 비례제
국회의원선거에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Semi Mixed-Member Proportional Representation, Semi MMPR)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준연동형은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의석 배분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하다. 공직선거법 제189조에 의하면 준연동형은 정당득표율로 전체 의석을 배분한 수에서 지역구 의석을 감산하고, 그 절반(50%)을 46석으로 축소해 비례대표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선거제도는 의석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직관적이어야 하는데 준연동형은 유권자에게 명료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위성정당은 정치 양극화와 비례성 저하 심화시켜
준연동형도 연동형 비례대표제(Mixed-Member Proportional Representation, MMPR)의 의석 배분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위성정당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 위성정당은 연동형의 독특한 의석 배분 방식에 기인한다. 연동형에서는 각 정당의 총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비례하도록 배분한 후 지역구 의석을 먼저 채우고 남는 의석은 비례의석으로 배분한다. 그런데 정당득표율에 따라 설정된 배분 의석보다 지역구 의석이 많으면 비례의석을 가져가지 못한다.
더욱이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석의 비중이 비례대표 의석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 의석 300석 중 지역구 의석이 비례대표 의석보다 약 5.5배 더 많다. 또한 지역구선거가 선거구당 1인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이고 1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다수제 방식이다. 거대정당이 지역구 의석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거대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00석을 가져가고 정당득표율이 30%라고 하면 총의석 300석 중 90석이 배분되는데, 지역구 의석을 먼저 채우기 때문에 비례의석은 1석도 가져가지 못한다.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거대정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만 후보를 내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편법을 썼다.
준연동형 하에서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양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한 후 의원 꿔주기를 통해 비례대표 선거에 후보를 출마시켜 당선되도록 했다.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은 흡수합당의 방법으로 복귀시켰다. 위성정당의 출현은 거대 양당의 의석 집중을 심화시켰다. 2024년 총선 결과, 거대 양당이 가져간 의석수는 283석으로 전체 의석 300석의 94%에 해당한다. 준연동형 도입 이전 선거제도인 병립형(Mixed-Member Majoritarian Representation, MMMR)을 적용했을 때와 비슷한 결과다. 이는 정당 득표와 의석 점유의 비례성을 높이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혁의 취지가 무력화되었음을 말한다.
병립형에 보정 의석 결합한 병립보정형, 위성정당 차단과 비례성 제고 위한 대안
국회에서는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해 왔다. 비례대표 후보 추천절차를 강화하거나 위성정당 설립과 등록 신청을 불허하는 방안, 지역구선거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후보를 추천한 정당에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의무화하는 방안, 또 정당투표용지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명을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위성정당의 출현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도 없고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이전의 병립형 선거제도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위성정당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위성정당이 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다시 거대 양당체제와 낮은 비례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입장은 선거제도 개혁방안에 대한 인식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많다. 병립과 연동의 양자택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확대하거나 비례대표의석의 비중을 높일 수도 있다. 비례성을 높이고 다당제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또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득표율 대비 과소대표된 정당에 보정 의석(leveling seat)으로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선거제도의 안정성과 제도 도입의 효과를 고려했을 때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병립형을 기본으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의 일부를 보정의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보정 의석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국가들은 정당 득표율 대비 의석 점유율이 낮아 과소대표된 정당에 보정의석을 배분한다. 병립형에 보정의석을 결합한 이른바 ‘병립보정형’은 병립형의 낮은 비례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보정의석의 규모가 클수록 비례성 제고 효과가 선명해지겠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비례대표 의석 46석 중 16석 정도로 설정해볼 수 있다. 따라서 병립보정형의 의석 할당은 총의석 300석 중 지역구 의석 254석, 비례대표 의석 30석, 보정 의석 16석이 된다.
병립보정형은 준연동형보다 비례성 높고 다당제 유도 효과도 커
22대 총선에 병립보정형을 적용하면, 병립형에 배분되는 의석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284석(254+30)이 된다. 정당별 의석수는 민주당 170석, 국민의힘 102석, 개혁신당 2석, 조국혁신당 8석,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이 각각 1석을 얻게 된다. 이 중 정당득표가 없는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을 제외한 4개 정당의 정당득표율 대비 의석점유율을 비교하면 3개 정당(국민의힘, 개혁신당, 조국혁신당)이 과소대표되어 보정의석 배분 대상이다. 보정 의석 16석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국민의힘 9석, 개혁신당 1석, 조국혁신당 6석이다.
병립보정형은 준연동형이나 병립형과 비교할 때 얼마나 높은 비례성을 보일까. 비례성을 측정하는 단위로는 일반적으로 불비례성 지수(Least Squares Index, LSq)가 사용된다. LSq는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불비례성 지수가 낮을수록 비례성이 높다. 현행 준연동형의 비례대표 의석은 총 의석(300석)의 15.3%인 46석이다. 이 비율로 지난 22대 총선에 적용된 병립형과 병립보정형에 대입하여 시뮬레이션한 결과, LSq는 병립보정형이 26.13으로 가장 낮다. 그다음으로 병립형 27.14, 준연동형 27.34의 순으로 나타난다(). 준연동형이 병립형보다 LSq가 높은 이유는 위성정당의 출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병립보정형의 LSq는 병립형보다 1.01이 낮은데, 이 차이는 병립형이 비례대표 의석을 46석에서 59석으로 13석 증가시켜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병립보정형은 다당제 유도 효과도 가장 크다. 정당체계의 분절성을 나타내는 유효정당수(Effective Number of Parties, ENP)는 수치가 클수록 다당제 경향을 보인다. 병립보정형의 ENP는 2.41로 병립형과 준연동형에 비해 0.05 크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병립보정형이 다른 두 유형보다 다당제 형성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병립보정형이 위성정당 차단 효과는 물론, 비례성과 다당제 유도 효과에서도 의미를 갖는 만큼 오는 2028년 총선의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뮬레이션이 옳은 표기
김종갑 정치학 박사 nanopa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