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임사 HL만도, 유령 안전회의 열고 노동부엔 했다 [사회혁신]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만도글로벌 R&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L만도 측에 고 김승모 씨의 죽음에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2026.8.13. 금속노조 제공
28살 하청 노동자 고 김승모 씨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로 수사를 받는 원청 자동차 부품 제조사 에이치엘(HL)만도 가 사업장의 안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실제 개최하지도 않고 개최했다고 허위로 회의록을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회의록엔 이번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는 기계 불시 가동 을 막기 위한 안전절차를 보완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13일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 (대책위)에 따르면, HL만도는 사고 발생 전인 지난 6월 19일자 2분기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안위) 회의록을 작성해 이달 초 노동부 평택지청에 제출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용자 위원과 노동자 위원으로 구성되는 산안위는 안전·보건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분기마다 회의를 소집하고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회의는 실제 열리지 않았고, 참석자들 서명만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노동부가 실제 산안위 개최 여부를 조사하니, 사측에서 실제로 개최했다며 회의록을 제출했다 면서 (하지만) 내부자를 통해 사인(서명)만 하고 실제 개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십여 년 간 관례적으로 서명만 받는 형태로 산안위를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고 밝혔다.
사내 게시판에 공개한 산안위 회의록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Tool Box Meeting) 경진대회 ▲안전표지 시각화 ▲안전보건 홍보물 배포 ▲안전보건 캠페인 실시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과 함께, 예기치 않은 설비 가동에 따른 위험을 막는 안전절차(LOTO·Lock-Out, Tag-Out) 운영체계의 적용 범위와 현장 관리기준을 보완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러한 내용은 이번 끼임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안들이다.
2분기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안위) 회의록이 사내 게시판에 공지된 모습. 2026.8.13.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 제공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작성한 사망 사고조사서 에 따르면 사고 당일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TBM)가 없었고, 기계 내부에서 작업하고 있음을 알리는 안전띠를 설치하거나 관련 스티커를 부착하는 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현장 감독을 위한 안전관리자도 배치되지 않았다. 또 노조 자체 조사 결과, 사고 발생 설비는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개폐 안전장치인 인터록 (Door Interlock)이 없는 구형 모델이었다. 공장 내 복합가공설비 148대 가운데 100여 대가 인터록이 없는 구형인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결국 회의록에 적힌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나 안전표지 시각화, 예기치 않은 설비 가동에 대한 안전절차 보완 등이 실제 현장에서 이행됐다면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진보당 노혜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허위 회의록 에 대해 본사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강제수사가 반드시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 이라며, 경찰과 노동부를 향해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 안 된다. HL만도 본사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그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과 작업 재개를 앞세우는 기업의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한편 HL만도 측의 유가족에 대한 대응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HL만도 김현욱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 겸 최고노무관리책임자(CLO)는 지난 11일 오후 8시쯤 유가족 일터에 직접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김승모 씨가 소속된 하청업체는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이라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라면서 합의하자는 연락이 유가족의 지인을 통해 왔다 며 CSO가 유가족을 찾아오기 전에 이러한 연락이 몇 차례 있었다 고 전했다. 대책위는 이같은 접촉들을 유가족에 대한 회유 시도로 보고 있다.
사고 당일 가동 정지 후 작업 중임을 알리는 안전띠가 설치되지 않았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정상적으로 안전띠가 설치된 모습. 전국금속노동조합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전날(12일) 성명을 내고 사측의 유가족 접촉에 대해 회유 로 규정하며, 유족 괴롭히기이자 중대재해 책임 무마하기 라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유족은 노조에 장례 절차를 위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며 (이에 따라) 노조는 위험 설비 작업 중지, 정규직 인력 충원, 외주 작업 안전 관리 수칙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일체 거부 중이다. 노조 앞에서는 문제 해결을 거부하고, 뒤에서는 유족을 회유하는 행태는 인면수심과 같다 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과거에도 만도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 노동조합 간부의 자택까지 찾아온 적이 있다. 파업을 만류하려고 개인을 접촉해 회유와 협박을 한 것 이라며 문제 해결 어렵게 만드는 김현욱(CSO 겸 CLO)은 사퇴하고 정몽원, 조성현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라 라고 촉구했다.
민들레는 HL만도 측에 산안위 실제 개최 여부와 회의록 작성 경위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낮 12시 48분쯤 HL만도 평택공장 에이비에스(ABS·미끄럼방지제동장치) 가공 라인에 있는 복합가공설비(MCT) 12호기 내부에서 고 김승모 씨가 보수 작업을 하던 중, 원청 관리자가 내부 작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운전을 지시해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노동부는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HL만도는 끼임 사망사고 발생한 지난달 22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평택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공시자료엔 경찰, 노동부 현장확인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예정 이라고 적혀 있다.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