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DNA를 수리하면 수명 늘릴 수 있을까 [뉴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일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오래 살게 되면 인구 증가와 노인복지라는 매우 무거운 사회적 부담을 초래할수 있다. 자칫 세대간 갈등을 증폭시킬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병 장수하길 바라는 인간의 욕구는 쉬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앞서 녹내장 유전자 요법 인체실험 항노화 치료 시작되나 란 제목으로 유전자요법을 이용해서 녹내장을 치료하는 임상실험을 소개한 일이 있다. 이어 과학 전문지 네이처 의 지난 6일자 특집에 소개된 손상된 DNA를 수리하면 수명을 늘릴 수 있을까? (Could mending damaged DNA prolong life?)란 제목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퀼(Elizabeth Quill)로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를 근거지로 삼는 자유기고가이다.
노화학 연구를 수행 중인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로고(위키피디아)
인간의 DNA는 대사 중 자외선, 독물질, 반응성이 큰 화학종 등에 의해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 고맙게도, 수리공이 바로 대기 중이다. 전형적인 세포는 매일 10만 개나 되는 엄청난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코펜하겐대학의 노화학자인 모르텐 샤이비예크누센(Morten Scheibye-Knudsen)에 따르면, 대다수는 수리된다. 반면 수리가 거의 안된 손상은 돌연변이를 초래하며 암에도 이르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성염증, 대사기능 이상, 단백질 접힘 이상 등 노화의 주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들은 염증을 강화시키거나, 세포를 빈사 상태로 만들거나 죽이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런 반응은 심혈관계 질환, 골다공증, 알츠하이머병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약 DNA 손상이 노화의 근원이라면, DNA 수리는 이를 늦추어 인간을 더 오래 건강하게 할 수 있을까? 관련 연구자들이 이런 물음을 묻기 시작했다. 북극고래(Bowhead Whale)나 동아프리카 벌거숭이두더지쥐 (벌거숭이뻐드렁니쥐, Naked Mole-rat) 등 장수하는 종과 백세 인간을 연구한 결과,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하는 분자적 인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북극고래는 200년 넘게 사는 개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여느 쥐와 달리 수십 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발견된 교정의 최상위 조절인자 는 이런 수리인자들이 한꺼번에 작동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북극고래와 벌거숭이두더지쥐
DNA는 매우 깨지기 쉽다. 수리가 안 된 채 두면 완전히 깨지거나, 돌기가 생기거나, 염기를 잃을 수 있다. 더욱이 교차결합은 단백질이나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과정을 차단할 수 있다. DNA 수리계에는 6 개가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각 계는 서로 다른 손상에 반응한다. 유전자의 10%가 수리계에 관여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 수리를 더 잘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문제는 수리 방법이 많아서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수리 효소를 지나치게 활성화시키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암이 적은 동물들을 연구하고 있는데 벌거숭이 쥐, 그린란드 상어, 코끼리, 박쥐 등을 들 수 있다. 뉴욕 로체스터대학의 생물학자인 베라 고르부노바(Vera Gorbunova)와 그의 팀은 북극고래를 선택했다. 이 고래는 200년 이상 살고, 인간보다 1000배나 많은 세포들이 성장하고 분열하는데도 암이 매우 드물다. 작년에 이 팀은 왜 이 고래가 암에 대해 저항력이 강한지를 연구하였다. 암을 억제하고 죽이는 여분의 유전자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고래 세포는 파괴된 이중나선을 매우 정교하게 수리하였다. 즉, 고래의 세포는 많은 돌연변이를 겪지 않는 것이다.
효모의 DNA 수리에 관여하는 효소인 시르투인 결정구(퍼블릭 도메인)
여기에 ‘CIRBP(cold-inducible RNA-binding protein)’, 즉 냉기 유도 RNA 결합 단백질 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 세포에서 발현될 때, 고래 단백질은 이중나선 파괴에 대한 수리 효과를 증가시킨다. 이는 크게 시르투인 (sirtuin)이라는 효소족의 하나에 의해 설명되는데, 이는 노화, 대사, 그리고 유전자의 안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쥐에서 시르투인 의 일종인 SIRT6 의 과잉 발현이 장수와 관련있음이 알려져 있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대형 설치류인 비버와 쥐의 SIRT6 에서 5개의 아미노산이 서로 다른데, 비버의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비버는 야생에서 10~12년 사는 반면, 쥐는 기껏해야 몇 년 밖에 못 사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비지그(Vijg) 연구팀에 따르면, 백세 수명을 누리는 사람 가운데 경우에 따라 SIRT6 유전자가 뛰어날 수 있다. 이 팀은 장수자에게 중요한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데, 이들을 목표로 하는 약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팀은 푸코이단 (fucoidan)이라 불리는 물질계를 확인했는데, 이는 미역 등 갈색 해조류에 있는 식이섬유에 속하며 SIRT6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약으로서의 잠재적 가치가 있다. 갈색 해조류가 인간의 장수에 좋다는 것인가? 고르부노바가 포함된 다른 연구팀에 따르면, ‘푸코이단’을 포함하는 음식을 쥐가 섭취하면 동물의 DNA 수리를 향상시켜 수명을 늘린다고 한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건강 장수 아카데미 의 임상 노화학팀은 50~80세 남성들에게 푸코이단을 투여하는 실험을 이끌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건강-장수 아카데미 회의 장면(https://lifespan.io)
2023년, 앞선 노화학팀은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연구를 발표하였다. 세포의 급속한 증식에 대한 역할로 이미 알려진 단백질 복합체가 체세포에서 DNA 수리를 억제한다고 한다. 이 DREAM의 복합체 는 다른 종에서도 발견된다. 조기 노화 증후군을 가진 쥐에서 이를 억제하면 쥐의 DNA는 덜 손상된다. 인간 세포에서도 이를 억제하면 DNA 수리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어쩌면 동물이 너무 늦게 성체가 되면 생존하기 어려운 자연 환경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복합체는 DYRK1A 라고 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잠재적으로 약의 목표가 된다. 이 효소는 다운증후군 환자에서 과잉 발현되며, 인지 손상과 신경퇴행에 관련된다. 독일 쾰른대학의 비욘 슈마허에 따르면, DREAM은 수리의 최상위 조절자로 작용하여 이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 로 간주된다.
미국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로고 (위키피디아)
한편, 다른 수준의 수리에 관여하는 세포도 다른 전략일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줄기세포는 많은 분열 가운데서도 유전자를 보존해야 하므로 체세포에 비해 돌연변이가 더 적다. 만약 줄기세포가 DNA 수리에 더 좋다면 체세포를 줄기세포같이 부분적으로 재설계하여 수리를 더 향상시킬수 있다. 또한 체세포들 가운데서도 DNA 수리 능력이 서로 다를 수가 있다.
또한, 샤이비예-크누센은 DNA 수리에 관여하여 초파리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분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싱가포르대학의 건강-장수 아카데미에서는 푸코이단 연구 외에 여섯 가지의 인간 연구가 임상실험 진행중이다. 그중 하나는 에너지 생산과 DNA 재생에 관여하는 핵심 대사물질인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즉 ‘아민화(NH2-)된 니코틴 핵산-아데닌 핵산 2량체‘ 란 물질이다. 따라서, ‘NAD’ 수준을 높이는 영양제는 장수를 증진시킨다고 광고되고 있다. 아직, 증거가 거의 없지만, 싱가포르대학의 임상노화학자인 안드레아 마이어(Andrea Maier)는 이와 관련된 임상실험도 하고 있다. 그리고, 운동, 식사,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은 DNA의 손상 및 수리로 유전자의 안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돌연변이만으로 노화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암 이외에 돌연변이의 축적이 세포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어렵다. 즉 심장병과 신경퇴행은 DNA 손상 자체보다는 수반되는 현상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손상이 중요하며, 어떻게 손상이 축적되는지 아직 의문이다. 반면 건강-장수를 위한 작은 효과들의 시너지가 중요한지 모른다고 한다. 확실한 장수의 비법을 발견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강홍석 시민기자 jjhs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