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는 기후공시 없애는데…3000조원 굴리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남겨라” [환경]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국부펀드(NBIM)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업 기후공시 규제 전면 폐지 방침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성명을 통해 SEC가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과 지출 공개 의무를 담은 규정을 일률적으로 백지화해서는 안 된다 고 밝혔다.
NBIM은 성명에서 기업의 내러티브 공시는 재무제표에 분석적 맥락을 더해주는 핵심 요소 라며 이는 투자 결정과 주주 의결권 행사, 위험 관리 프로세스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국부펀드(NBIM)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업 기후공시 규제 전면 폐지 방침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챗GPT 생성이미지
2조 달러 규정 파워의 경고... 전면 철회 대신 대안 모색 요구
NBIM은 2025년 말 기준 2조달러(약 300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다. 전체 투자 자산의 53%가 미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으며, 미 상장기업 1306곳의 주식에만 8220억달러(약 1233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평균 지분율도 1.2%에 달하는 만큼, 미 금융 당국의 정책 변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주주로 꼽힌다.
SEC는 지난 5월 말, 정부 차원의 기후 정책 축소 방침에 따라 2024년 채택된 이후 규제 반대론자들의 법적 대응으로 시행이 정지되어 있던 기후 공시 규정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SEC는 이에 대한 공공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NBIM 측은 전면 철회가 아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위원회가 단계적 시행이나 비례적 규제, 국제 공시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핵심은 ‘재무적으로 중요한 기후정보의 최소 기준선’은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급성 기상이변 오면 펀드 가치 20% 감소”
NBIM의 주장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기후변화를 실제 투자손실 위험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NBIM은 SEC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기후변화가 경제성장을 변화시키고 기업과 산업, 시장 간 가치를 재분배할 수 있다 고 밝혔다. 특히 NBIM은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급성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펀드 전체 가치가 약 20%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온실가스 데이터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NBIM은 스코프1·2 배출량이 기업의 기후 전환위험을 평가하는 직접적인 입력 정보 라고 설명했다.
표준화된 기후공시는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낮추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가격 발견(price discovery)과 자본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자발적 공시만으로는 투자자가 기업 간 위험을 일관되게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SEC의 규제 후퇴에 반발하는 움직임은 노르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스웨덴의 정부 연금기금인 AP7 역시 SEC의 기후 공시 규칙 폐지 안건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AP7은 약 1500억달러(약 225조원)를 운용하며 주식 투자자산의 60% 이상을 북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북유럽 주요 공적 연기금들이 연달아 반대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ESG 공시를 둘러싼 당국과 투자자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SEC는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
SEC의 판단은 정반대다.
SEC는 지난 5월 29일, 기후공시 규정을 전면 철회하는 안을 공식 제안했다. 폴 앳킨스(Paul Atkins) SEC 위원장은 공시 규정이 SEC의 법적 권한 범위를 넘어섰으며, 기업에 발생하는 비용이 투자자가 얻는 정보상의 편익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고 밝혔다.
SEC의 기후공시 규정은 2024년 3월 채택됐다. 기업의 사업전략이나 영업실적, 재무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가능성이 있는 기후위험과 일부 온실가스 배출량, 극한기상 등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시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산업계와 공화당 성향 주 정부 등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SEC는 2024년 4월 규정 시행을 중단했다. 이후 트럼프 정부 출범 뒤인 2025년 3월 SEC가 법정에서 해당 규정을 더 이상 방어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올해 5월에는 규정 자체를 폐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SEC가 거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반대 의견을 수렴해 최종 수정을 거칠지, 아니면 폐지 수순을 강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