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30년물 금리 22년만에 최고…저무는 저금리 시대 [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무섭게 폭등해 무려 2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폭등한데 이어 초장기물인 30년물 금리까지 역사적인 고점을 기록함에 따라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들의 국채금리도 연일 상승 중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저금리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전망들도 나온다.
미 국채 초장기물인 30년물 금리가 22년만에 최고치 뚫어
24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5.446%까지 올라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장기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장중 5.15%까지 상승해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30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이후 상승분을 소폭 내주고 각각 5.41%, 5.10%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므로, 채권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미 국채 시장의 매도세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이어졌다.
전날 10년물 국채 금리는 시장 예상을 웃돈 미국 경제 지표와 연준 당국자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4월 7일 이후 하루 기준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마이크 샌더스 매디슨 인베스트먼츠 채권 부문 대표는 재정과 경제, 지정학,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겹치면서 채권시장이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며 최근 금리 상승을 단순히 재정적자 우려만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국채금리 상승. 자료 : 연합뉴스
글로벌 선진국들의 국채금리도 줄달음질 치는 중
국채 매도세는 주요국 채권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3.1% 부근까지 올라 1996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으며 독일의 10년물 금리도 3.59%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글로벌 국채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국채의 평균 금리는 4%에 육박해 2007년 이후 가장 높다. 글로벌 국채의 올해 총수익률은 약 -2.4%로 지난해 6.8% 상승과 대조적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 UPI=연합뉴스
모기지 금리가 7%를 돌파해
한편 장기금리 상승 부담은 이미 실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7%를 돌파하기도 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인 주택을 구입하면서 올해 초 6%에 가까운 금리와 현재 금리로 각각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전체 원리금 상환액 차이는 수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로, 생활비·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 부담도 커진다. 기존 국채에 당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차환하거나 신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때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AFP=연합뉴스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65%가량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약 49%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가 전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데 이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런던의 한 행사에서 미국 경제가 놀라운 회복력(remarkable resilience)”보이고 있다면서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연준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저금리 시대는 확실히 저물었는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선진국 국채금리의 대폭등을 저금리 시대의 종언으로 보는 관점도 나오고 있다.
결국 관건은 국채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 인플레이션, 미국 경제지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 장기채 매수 수요 등의 요인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어떤 조합을 이룰지에 달렸다.
만약 유가 상승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도 심화되며,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달성하고, 장기채 매수 수요가 계속 부진할 경우 장기채 금리는 더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저금리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재무부 건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