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투기? 투기 이익 차단하면 저절로 사라진다 [뉴스] 일제 강점기까지 널리 존재했던 소작제도를 혁파하기 위해 1948년 제헌헌법에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채택하였다. 1987년에 개정한 현행 헌법도 제121조에서 국가가 경자유전 원칙이 달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제1항), 다만 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법률에 따라 임대차·위탁경영을 허용하고 있다(제2항).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위법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는 5월 18일부터 농지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농지 전수조사와 농민의 불안
전수조사는 2년 동안 진행하며, 1996년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5~7월)와 심층조사(8~12월)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7월 말에 발표된 기본조사 결과에 의하면,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의 약 27%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등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의 처분 의무를 강화한 개정 이 8월 28일부터 시행되면서 농지 가격 하락과 농지 강제 처분을 염려하는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그러자 정부는 농촌 현실에서 발생하는 관행적 위반 사항은 일률적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고, 연내 특별조치법 제정을 통해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면서 투기만 걸러내겠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제재 대상이 되는 투기 행위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으로 농지 취득 후 무단 휴경·불법 임대 ▲농업 법인의 부동산업 영위 ▲경매 등으로 공유 지분 취득 후 무단 휴경·불법 임대 등이라고 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6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도 10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경작 목적으로 신고하고 농지를 매입한 뒤 농사를 짓지 않고 딴 용도로 방치하거나 활용하는 사례를 파악하려는 목적”이라며 이러한 비농업인의 농지 투기 행위가 수도권 인근 집값을 올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또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LH 직원 사례와 이해찬 전 총리 사례
농지 투기 대책을 위해, 과거에 농지 투기 논란이 일었던 잘 알려진 두 가지 사례부터 보자.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개발 예정지에 대한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농지를 구입한 후 위장 경작하고 있다는 물의가 일었다. 개발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막대한 보상금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지 취득자가 공사 직원이 아닌 경우에는 내부 정보를 이용했는지 알기 어렵고, 또 ‘위장’ 경작했는지, 농식품부가 제시한 투기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다른 예를 보자.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이해찬 총리의 부인이 3년 전 매입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농지 683평을 둘러싸고 투기다, 아니다” 공방이 벌어졌다. 이 총리 측에 의하면 전체 면적의 반 정도가 주말농장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농지를 매각할 계획도 없었다고 한다. 이것도 투기인지 아닌지를 제3자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누가 보더라도 투기임이 분명한 경우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은 투기 여부를 제3자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토지주택공사 직원의 투기 사태 때 문재인 대통령은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해찬 총리 부인의 농지 소유도 투기인지 아닌지 정리되지 못하고 넘어갔다. 더구나 요즘의 농지 소유자 중에는 고령과 질병, 상속과 이농 등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이런 여러 유형에 대해 투기 여부를 정부가 어떻게 판단해낼 수 있을까?
투기 심사보다 투기이익 차단이 기본이다
이처럼 정부가 개인의 행위를 심사하는 방식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 심사 대신 시장 정상화 즉 농지 소유만으로는 아무런 이익이 생기지 않고 농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도록 하면 된다. 그러면 토지주택공사 직원이나 이해찬 총리 가족이 농지를 사든 말든, 그 농지에서 농사를 짓든 말든, 나중에 땅을 팔 생각이 있든 없든, 투기라고 볼 수 없다. 투기 행위를 걸러내기 위한 심사도 필요 없고, 투기를 막기 위한 갖가지 규제도 필요 없다.
그러면 투기 없는 정상적인 시장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투기란 평균 투자수익을 넘는 큰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이기 때문에, 토지소유자에게 매입지가의 원금과 이자만을 보장하고 그 이상의 이익은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 그러면 손익 면에서 그 토지를 임차한 것과 같아진다. 이런 세금을 필자는 ‘지대이자차액세’라고 부른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단지 투기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농지의 효율적 이용도 유도한다. 농지 소유자가 땅을 활용하든 놀리든 세액은 동일하므로, 농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을 사람은 소유를 포기하거나 실수요자에게 임대하게 된다. 즉 농지의 소유·사용·거래를 규제하지 않아도 시장의 힘으로 농지 이용의 효율성이 촉진된다.
토지 불로소득 차단 + 농지농용(農地農用)의 원칙
소작제도라는 역사적 상처 때문에 헌법과 농지법에서 ‘경자유전’을 완전히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래 지속되었지만, 소작제도가 사라진 현 시점에는 경자유전이라는 틀에 계속 매일 필요가 없다. 농지 소유에서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도록 해두면, 농지는 농업용으로 활용하여야 한다는 농지농용(農地農用)의 원칙으로 충분하다. 영농규모를 확대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농업을 발전시키려면 정책 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추가 설명] ‘지대이자차액세’는 부동산 투기를 즉시 안전하게 소멸시키는 동시에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유도하는 세금이다. 또한 모든 세금 중에서 가장 시장 친화적이라고 평가받는 세금이기도 하므로, 농지만이 아니라 투기의 중심지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비롯하여 전국의 모든 부동산에 다 적용해야 하는 세금이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칼럼 불로소득, 보유세로 환수해야 부동산 정상화 가속(2026.3.3 시민언론 민들레)을 참고하기 바란다.김윤상 시민기자 yskimhg@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