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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위기와 전당대회 이후…길은 어디에
[뉴스]
민주당 지도부 경선이 막을 내렸다. 12.3 내란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가 어디로 나아갈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150만 권리당원을 지닌 집권여당의 키를 누가 쥐게 될 것인지 많은 이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던 내부 갈등과 다툼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내란을 막아내고 정권을 창출한 뒤, 윤석열 정권이 무너뜨린 국정을 정상화하며 나름의 의미 있는 변화와 검찰개혁 등의 성과를 만들어낸 이들이 거칠게 대립하는 모습은 당혹스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공동의 적에 맞서며 비슷한 방향과 목적을 향해 나아가던 사이라 할지라도 쉽게 갈라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좌파 정치운동의 역사를 되짚어보아도 아프게 드러난다. 노선과 정파에 따라 끊임없이 분열해 왔으며, 특히 성공이 눈앞에 다가올 때 다툼과 갈등 역시 함께 찾아왔다. 공통점을 바탕으로 공동 행동하면서 서로의 차이점과 이견을 토론하며 함께 답을 찾아나간다 는 원칙은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며 다른 목소리에 귀 닫는 것을 넘어, 감정적 불신과 적대로 치닫는 광경은 흔하게 반복되어 왔다. 그렇게 벌어진 감정의 골은 상대방의 언행을 가장 악의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오해하게 만들며, 표현 또한 갈수록 거칠어진다. 서로의 과거와 약점을 파헤치며 멸칭을 붙이고 막말과 조롱을 서슴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공동의 적보다 더 미워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신임 당 대표가 17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더불어민주당 정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인사하고 있다.왼쪽부터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한민수, 이성윤, 김민석 당 대표, 서미화, 박선원, 최민희 의원. 2026.8.17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구나 민주진보 진영 내부의 이견과 갈등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그 싸움 구경 을 이용해 클릭 장사를 벌이는 언론 환경의 문제도 크다. 대다수 주류 언론은 이처럼 싸움을 부추긴 뒤 결국 밥그릇 다툼에 불과하다 고 비난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재확인한다. 먼저 어느 한쪽을 편들며 상대편을 고립·약화시킨 후, 살아남은 쪽을 다시 공격하는 방식을 취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의 등장, 주류언론의 뉴미디어 활용으로 클릭과 조회수를 노리는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한층 심각해졌다. 그와 같은 시각과 목소리의 배후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분열과 위기에 빠지기만을 기다리는 세력이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즉,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는 격언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닐뿐더러, 그러한 속담 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작업하는 세력이 존재함을 증명한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맞붙은 가장 강력한 두 후보가 지향한 방향 자체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내란 청산, 이재명 정부의 성공, 개혁 완수, 총선 승리 등을 강조하고 내걸었다. 그러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단과 순서에 있어서는 차이가 존재했다. 정청래 후보는 강력한 개혁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고, 친명과 반명으로 당을 갈라치고 민주당을 탈당하고 배신한 적이 있는 김민석에게는 그것을 믿고 맡길 수 없다 고 주장했다. 반면 김민석 후보는 이재명 정부와 각을 세우며 자기 정치를 하던 정청래가 아니라 자신만이 당정 일체를 통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며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 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김민석 후보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민주당의 지도권을 쥐게 된 김민석 후보는 승자로서 한층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8월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같은 당 정청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6.8.20.연합뉴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비판과 우려를 해소하고,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신뢰를 회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멸칭을 쓰면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선을 넘어서 상대방을 공격하던 장면들이 민주당에서 다시 반복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진보와 중도를 넘어서, 보수까지 아우르는 3박자 대통합으로 구조적 다수를 만들겠다 는 방향에 대한 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신뢰할 수 없고 문제가 있는 보수 인사와 세력까지 포괄하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것은  증축이냐, 재건축이냐 를 둘러싼 논쟁과도 연결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까지 나타난 상황에서 이러한 논란이 갖는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집권 1년을 갓 넘긴 시점에서 직면한 정치적 위기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립한 어느 쪽도 현 위기의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거나 설명해내는 것에서는 부족했다.  모두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서 대체불가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는 목표를 함께 강조하면서, 자신이 이를 더 잘 완수할 수 있다고 다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방향 자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 1년의 성과를 거시 경제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놀라울 만한 성공으로 볼 수 있다. 주가지수는 최근 출렁이고는 있지만 약속한 5000 포인트를 넘어섰으며 윤석열 정부 시절보다 3배 이상 폭등했다. 수출 역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경상수지와 성장률 지표도 역대급이다.   17일 발표 여론조사꽃 ARS 조사 대통령 지지율 추이 그래프. 국가채무는 감소하고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이라는 장미빛 약속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반도체 특수 덕분에 천문학적인 초과 세수가 쌓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지표상의 풍요가 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멀어져 보인다는 점이다. 정작 양질의 일자리와 청년 고용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자영업자의 소득 역시 정체와 하락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주식시장이 폭등하는 사이 자산과 소득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으며, 전월세 가격의 상승으로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은 한층 더해졌다. 화려한 지표와 쓰디쓴 현실이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무대는 주식시장이다. 지난 1년간 주가지수가 3~4배 폭등한 뒤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피 국면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증권사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반면 나 혼자 소외될 수 없다 는 불안감 속에 뒤늦게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퇴직금, 결혼 자금, 전세 보증금을 날렸다는 비명이 들리는 게 사실이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몰고 온 투기 광풍에 2030 청년층이 큰 손해를 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천문학적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가 선포되고, 대통령이 먼 미국까지 건너가 빅테크 기업들과 만나서 깐부 회동 을 하며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발표할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기 보다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이재명의 억강부약 대동세상 이나 먹사니즘 , 기본소득과 기본사회 라는 구호와 약속에 희망을 걸었던 이들이, 이제 대체불가 대한민국 이라는 구호 앞에서 미지근하거나 서늘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이는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이 주장했던 저성장 때문에 기회의 총량이 줄어들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 는 문제의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사회적 갈등과 대립, 그리고 이를 자양분 삼아 목소리 높이는 윤어게인 극우 세력의 반동적 시도는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성장이 가져오는 기회와 그 결실이 여전히 평등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소수에게 독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단순히 이재명 정부의 의지나 역량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후보자 만찬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후보, 김민석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후보. 2026.8.19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전통적 고위 관료나 재벌 대기업 등 기득권 세력이 발목을 잡거나 그릇된 압력을 가한 결과로도 보인다. 주식시장이 폭등하는 속에서 금투세가 아니라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도입한 것이나, 부동산 정책에서 공평과세나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아쉬운 정책이 이어지는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기후·에너지 정책에서도 재벌 대기업들은 탄소중립이나 탈원전의 방향과 어긋난 정책을 압박하고 있으며, 메가 프로젝트에서도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혐오의 시대 에 차별금지법 제정이 논의 테이블조차 오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힘에서도 기득권 세력의 핵심인 보수적 종교권력의 구실을 빼놓을 수 없다. 따라서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서 대체불가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는 방향과 목표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더욱 단단한 당정일체를 통해서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 으로 돌진한다고 해서 여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것이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유지하면서 주가와 각종 경제지표의 더 큰 상승, 놀라운 경제성장이라는 성공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재벌과 수출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강자와 부자들에게 유리한 기존의 사회경제적 생태계 속에서 그런 성장과 성공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더 큰 실망과 좌절만 가져올 수 있다. 성장과 성공도 지속될 수 없다. 전형적으로 낡은 생산관계가 생산력의 발전을 왜곡하고 억누르는 현상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새 지도부는 집권 1년 만에 직면한 정치적 위기 속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철저히 돌아보면서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반도체 초호황 속에서 주가가 오르고 경제가 급성장하는데 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득과 임금은 오르지 않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여전히 멀고 전월세만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도 2016년 촛불혁명을 돌아보면서 촛불로 정권은 바뀌었지만 내 삶은 바뀌지 않았다는 국민들의 비판 을 자성적으로 지적한 적이 있다. 똑같은 오류를 다시 반복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머니 무브 를 넘어서서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으로 희망의 무브 를 말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이것은 극우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거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외국의 많은 중도개혁 정당들이 반성하면서 다시 찾아가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앞줄 오른쪽 첫 번째)와 최고위원,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 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8.20. 연합뉴스 극우정당에게 권력을 뺏길 위기에 처한 영국 노동당의 앤디 버넘 새총리는 기존의 시장주의 노선과 선을 긋고 공공서비스의 공영화, 사회주택 공급, 필수 생활비 경감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를 방관한 것을 반성하고 사과하면서 이스라엘을 압박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가 권력을 잡은 미국에서도 민주당의 기존 주류와 다른 급진적 방향을 주장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 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무상 공공보육, 공공교통, 공공식료품점, 최저임금 20달러, 학자금 대출 탕감, 주 32시간 노동제, 부유세 강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반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적도 있는 버니 샌더스는 반도체 호황 속에서 대형 AI 기업들에 부담금을 부과하여 사회적 펀드를 조성하고, 그것을 모든 시민에게 사회적 배당 형태로 돌려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대만 정부도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돈을 전국민에게 44만원의 AI 배당 형태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8.15에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는 지난 1년 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해서 이재명 정부 퇴진 을 외쳤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던 장동혁 지도부는 국민의힘을 더욱 확실한 윤어게인 극우들의 진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내란공범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반년 넘게 대법관 임명을 가로막아오더니 이제 내란 관련 주요 재판들의 진행을 방해하며 판결을 뒤로 미루게 하고 있다. 재판정에서 윤석열과 김건희의 태도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진다. 검사뿐 아니라 판사에게도 한쪽 편만 들지말라 고 쏘아붙이는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 이 모든 징후들은 이재명 정부의 위기와 실패가, 다음번에는 내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 는 각오로 무장한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극우세력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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