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혼 내몰리는 팔레스타인 소녀들… 숨을 쉴 수 없다 [사람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감소하던 조혼 이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다. 결혼한 여성 중 18세 미만 소녀가 5명 중 1명 이상 꼴로 포함돼 있다. 2023년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팔레스타인의 문화적 전통이나 해당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전쟁·기아·피란·사법 시스템 붕괴로 인한 생존형 강제 조혼 이란 점에서 충격적이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피란민 임시 텐트로 덮힌 가자시티의 거리를 걷고 있다. 2026. 09. 26 [AP=연합뉴스]
가자 전쟁 이후 조혼 비율 다시 치솟아
18세 미만 20.6%, 15세 미만도 1.77%
가자지구의 샤리아 법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에 신고된 3만 5474건의 결혼 중 20.6%가 18세 미만 소녀와 관련된 조기 결혼(조혼)이었다. 15세 미만 소녀의 결혼도 627건(1.77%)이나 됐다. (AP통신 2026년 5월 29일 보도)
이에 미국의 비영리 매체 는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기아와 피란을 부추기는 와중에 조혼에 강제로 내몰리는 가자 소녀들 이란 30일 자 기사에서 인권 활동가들은 이러한 수치조차 현실을 축소 반영했다고 경고한다 며 현재 대부분의 조혼은 구두로 이뤄지며 통계 기록에 전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 18세 미만 소녀의 결혼 비율이 35%를 상회한다고 추정한다고 전했다.
가자 전쟁 발발 이전까지 가자지구의 조기 결혼은 감소 추세였다. 몬도바이스는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의 자료를 인용해 18세 미만 소녀의 조혼 비율은 2015년 22.2%에서 2022년 17.9%로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전쟁은 이러한 추세를 완전히 뒤엎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피란, 빈곤, 보호 체계의 붕괴로 인해 18세 미만 소녀들을 결혼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고 답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09. 24 [AFP=연합뉴스]
전쟁·기아·사법 붕괴가 소녀들 미래 빼앗아
미대 꿈꾸던 17세 마날 숨을 쉴 수 없다
17세 소녀인 마날은 전쟁 이전에 미술대학 진학을 꿈꾸던 우등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자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 있는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학교의 버려진 책걸상 더미 사이에 끼어 앉아 있다. 몬도바이스에 따르면, 2024년 당시 학생이었던 마날은 결혼이 그녀를 보호하고 가족의 짐을 덜어줄 것 이라는 아버지가 강요성 설득에 따라 며칠 만에 같은 교실에서 가정을 책임지는 아내로 변신했다.
마날은 수백 가구의 피란민이 사생활도 없이 교실과 복도를 공유하고, 넘쳐나는 하수와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질병이 퍼지는 혼란스럽고 과밀한 환경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마날은 피란민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사는 아내가 될 줄은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며 보호도, 안정도, 심지어 울 수 있는 사적인 공간조차 없다. 나는 학교와 어린 시절을 동시에 잃었다 고 한탄했다. 지금도 학교 공책을 들고 다닌다는 마날은 내 삶이 원래 어땠어야 했는지 기억할 때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고 한탄했다.
몬도바이스는 가자의 교육 붕괴를 조혼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봤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가자 전쟁 이후 가자지구 학교의 97% 이상이 파괴되거나 손상돼 약 65만 8000명의 학령기 아동이 정규 교육을 못 받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이러한 파괴 행동을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한때 소녀들을 위한 보호 공간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 셈이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작년 10월 휴전 합의 이후에도 비인간적 가자 봉쇄 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가자 주민들은 만성적인 기아와 치솟는 생활비 사이에 갇혀 있다. 식료품 가격은 2023년 10월 이전보다 약 235% 높으며, 현금, 일자리, 취사용 연료, 깨끗한 물의 부족으로 기본적인 식사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9일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후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2026. 09. 09 [AP=연합뉴스]
폭격과 피란 속에서 고통에 내몰린 부모들,
어린 딸 시집 보내는 고통스러운 결정 내려
아말은 15세의 아내다. 지금은 모래바람이 부는 가자 남부의 칸 유니스의 난민 텐트에서 가족과 살고 있다. 자선 급식소에서 제공하는 하루 한 끼의 무료 식사로 연명하고 있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아버지가 밀어붙여 시집을 갔지만, 첫날밤부터 성 학대와 폭력에 시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임신했지만, 영양실조와 전반적인 신체적 악화로 인해 곧 아이를 잃었다. 아말은 남편의 텐트로 가면 더 나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대신 나는 훨씬 더 가혹한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저 학교에 가고, 학업을 마치고, 졸업해서 항상 음식이 충분할지 걱정하거나 겨우 버티기 위해 밥 한 모금까지 계산해야 하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다. 세상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자유롭게 숨 쉬고 바다를 보고 싶었을 뿐이지, 내 삶의 숨통을 조이는 걸 원한 게 아니었다 고 말했다.
가자 북부 슈자이야에서 평범하게 살던 사파는 가자 전쟁 중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집을 잃고 먹을 게 없어 영양실조로 고생하던 중 음식과 안정된 생활을 약속한 한 남성의 프로포즈를 받고 2024년 17세에 결혼했다. 사파는 지금은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모래 해변에 위치한 찢어진 비닐 텐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결혼을 통해 안식처를 찾기는커녕, 사파는 쇠약해진 몸으로 견디기 힘든 부담인 땔감 줍기, 장작불로 요리하기, 물 부족 속에서 손빨래하기 등의 책임을 떠맡고 있다. 영양실조 상태로 임신 중인 사파는 끊임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채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발전알샤피협회의 현장 전문가인 왈라 알오스마니는 몬도바이스 인터뷰에서 지속적인 폭격과 반복되는 피란 속에서 부모들이 대안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며 극도의 결핍이 어떻게 그들에게 어린 딸을 시집보내는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지 목격하고 있다 고 말했다.
1일 가자시티에서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주거용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이 수습된 팔레스타인인들의 합동 장례식에 조문객들이 참석하고 있다. 2026. 10. 01 [로이터=연합뉴스]
성폭력·유산·의료 공백 이중고 시달리는 소녀들
혼인 신고서, 친생자 관계 수십 년 기록들 소실
가자시티 남동쪽의 제이툰에 사는 16세의 파티마는 강제 결혼 후 6개월 만에 세 번 연속 유산을 겪었다. 몬도바이스는 이는 가자 북부 의료 체계의 완전한 붕괴와 더불어 극심한 영양실조, 그리고 폐허 속을 장거리로 걸으며 물을 나르고 땔감을 줍는 등 고된 육체노동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고 지적했다. 전쟁 전 파티마는 가자 북부 베이트하눈에서 작은 음식 가판대를 열어 꿈을 키웠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과 가판대를 모두 잃었다. 파티마는 전쟁은 나의 집, 나의 일, 나의 꿈, 나의 건강, 그리고 태어나지 못한 나의 아이들까지 빼앗아 갔다 면서 극심한 빈곤과 음식을 얻기 위한 가족의 몸부림이 결혼으로 내몰았다 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 병원의 50%만이 아주 부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임신한 미성년자들은 산전 진료, 초음파 검사, 필수 영양제 공급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조산, 자궁 파열, 심각한 출혈, 반복 유산이 급증하고 있다. UNFPA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새롭게 등록된 임신의 약 10%가 청소년 소녀들과 관련돼 있다.
이스라엘의 잔혹했던 공습은 가자 사법 시스템의 인프라도 완전히 파괴했다. 법원 건물이 부서졌고, 혼인 신고서, 친생자 관계 기록, 양육권 판결 등이 담긴 수십 년의 기록이 소실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사 사건 관련 판사와 법원 공무원들이 사망하거나 피란길에 오르면서 공식적인 사법 체계가 완전히 마비됐다는 것이다.
알오스마니는 일반적 상황이라면 팔레스타인 법과 샤리아 법원이 판사의 승인, 의학적 검사, 사회적 평가가 필요한 엄격한 사법적 예외를 제외하곤 18세 미만의 혼인 신고를 엄격히 금지하는 절차를 집행했을 것 이라면서 결혼 결정이 법적 감독이나 법적인 제재 없이 난민 캠프 의 텐트 안에서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