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만나는 시원한 빗줄기와 따뜻한 겨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불볕더위와 아랑곳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요즘입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불볕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식혀 줄 시원한 바람 또는 비 한 줄기가 간절한 때입니다. 그래서 노래와 토박이말 이라는 이름으로 여는 첫 번째 글에서는, 한여름에 들으면 한 줄기 시원한 눈바람이 되어 주고 마음마저 따스하게 감싸 주는 겨울 노래 하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뭇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 는 같은 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글살이를 고스란히 품어 내는 거울입니다. 그 시절 사람들이 어떤 말을 즐겨 썼는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했는지, 또 어떤 내일을 꿈꾸었는지가 노랫말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대중가요에서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학교와 사회에서 토박이말을 제대로 배우고 익힐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뭇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노랫말마저 한자말이나 뜻 모를 외국말에 점점 자리를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꼭지를 마련했습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온 흘러간 노래들 가운데 토박이말을 살뜰하게 잘 살린 노래를 찾아 함께 듣고, 그 속에 숨 쉬는 우리말의 고운 결과 맛을 다시 돌아보자는 마음입니다.
100% 토박이말로 그려 낸 시린 철과 따뜻한 사랑
첫 번째로 알려드릴 노래는 빛그림(영화) 『겨울여자』(1977)에 나온 벼름소노래(주제곡)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겨울 이야기」입니다. 소설가 조해일 님이 노랫말을 쓰고 정성조 님이 아름다운 가락을 붙였습니다. 처음에는 가수 김세화 씨의 단아한 목소리로 널리 알려졌고, 뒤이어 김세화·이영식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이중창(듀엣) 음원도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았는데 빛그림(영화)에 두 사람이 부른 노래가 들어갔습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고 반가운 까닭은, 노랫말 모두가 한자말이나 들온말(외래어) 한 마디 없이 100%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한자어나 화려한 다른 나라말에 기대지 않고도, 네 가지 철의 흐름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이토록 맑고 또렷하게 그려 낼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 줍니다.
저작권법상 노랫말 전체를 통째로 옮겨 싣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노래의 흐름을 따라 토박이말의 결을 찬찬히 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노랫말의 참맛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노래는 처음부터 네 철을 차례로 불러내며 겨울을 향해 마음을 엽니다.
봄에도 우린 겨울을 말했죠
우리들의 겨울은 봄 속에도 남아있다고
여름에도 우린 말했죠
우리들의 겨울은 한 여름에도 눈을 내리죠
봄에도 여름에도 겨울을 말하고 있고, 무엇보다 한 여름에도 눈을 내린다 는 노랫말이 불볕더위를 견디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안겨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여기서 겨울 은 그저 춥고 스산한 철이 아닙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서로의 시린 손 을 따스하게 잡아 주는 사랑과 온기로 가득찬 철입니다.
노랫말 속에 담긴 토박이말의 결을 느끼며
노래는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빠짐없이 겨울 을 이야기합니다. 이어지는 노랫말에도 가을 이야기와 함께 가을에 벌써 겨울이 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서둘러 온 겨울에 사랑 이 있다고 했죠.
겨울엔 그러나 사랑이 있죠
우리들의 겨울은 녹여줄수 있는 사랑이 있죠
노랫말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녹여 줄 수 있는 사랑 이라고 한 것은 추운 겨울 시린 손발 , 얼어붙은 마음 과 같은 것을 녹여 줄 수 있는 사랑 이라는 것을 어림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대목은 이 노래가 우리에게 이어주고자 하는 마음의 으뜸이라 할 만합니다. 겨울의 추위를 이겨 내게 하는 것은 단단한 벽이나 두꺼운 옷이 아니라, 바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줄 사랑 이라는 뜻이니까요.
봄 , 여름, 가을 , 겨울 , 눈 , 사랑 처럼 평소 우리가 무심코 쓰는 쉬운 우리말만 가지고도 이처럼 깊고 거룩한 울림을 만드는 노래를 만들어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고 고마운 일입니다.
불볕더위를 식혀 줄 따스한 노래 한 가락
오늘날 대중가요는 귓전을 맴도는 화려한 가락과 영어 낱말이 섞인 감각적인 노랫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100% 토박이말로 지어진 「겨울 이야기」는 우리말만으로도 얼마든지 담백하고, 아름다우며,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노래를 만들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는 값진 본보기입니다.
불볕더위가 어김없이 이어지는 이 여름날, 잠시 시원한 눈과 겨울 바람빛(풍경)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이 노래를 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노랫말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차가운 겨울조차 부드럽게 녹여 내는 사람 마음의 시원함과 따뜻함을 같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한 줄 생각]
토박이말은 먼지 쌓인 사전 속에만 갇혀 있는 말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불리고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살가운 노랫말입니다.
[노래 듣기]
아래에 걸어 둔 유튜브 움직그림(동영상)으로 아름다운 노랫말과 가락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