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법무, 유럽선 재무...지속가능성 조직의 분화는 어디로? [뉴스] 기업의 지속가능성 조직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미국에서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가 CEO 대신 법무 조직에 보고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총괄 책임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재무·회계 조직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나타난다.
표면적으로 보면 법무와 재무가 ESG 조직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능별 역할 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워싱과 규제, 소송 등 ‘ESG의 법적 위험’은 법무 조직으로 이동하고, ESG 데이터와 내부통제, 인증 등 ‘ESG의 공시 책임’은 재무 조직으로 이동하고 있는 구조다. 기존 ESG팀은 탄소 감축과 기후·인권 등 지속가능성 전문성을 담당하는 역할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미국에서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가 CEO 대신 법무 조직에 보고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총괄 책임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재무·회계 조직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나타난다./ 챗GPT 생성이미지
미국선 ESG팀이 법무로…CSO 23%가 법무조직에 보고
미국 지속가능성 연구기관 G&A와 글로벌 로펌 로프스앤그레이(Ropes & Gray)가 북미 대기업 35곳의 지속가능성·법률 전문가를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성 전문가의 87%와 법률전문가의 84%가 최근 1년간 규제 환경 변화로 두 부서간 협업 및 상호작용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업무별로는 지속가능성 전문가 전원(100%)이 규제 준수 과정에서 법무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꼽았다. 이어 지속가능성 보고(87%), 위험 관리 및 완화(74%), 투자자 질의 대응(48%) 순이었다. 특히 협업을 촉발한 규제는 EU의 CSRD(지속가능성보고지침)와 미국 캘리포니아 기후공시법이 각각 75%의 지목을 받으며,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33%)을 크게 앞질렀다.
법무팀 응답자의 경우 무려 92%가 지속가능성팀과 빈번하게(주간·격주 단위로) 협업한다 고 답했으며, 58%는 자사 법무팀이 지속가능성 관련 컴플라이언스·리스크 관리에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고 밝혔다.
미국선 법무 쪽으로의 이동 관찰
주목할 대목은 협업이 늘어난 것과 별개로 지속가능성 전담 인력 규모는 여전히 작다는 점이다.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8%가 지속가능성 인력을 5명 미만 이라고 답했고, 10명 이상 이라고 밝힌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반면 법무 조직은 상대적으로 커서, 42%가 100명 이상 이라고 답했다.
협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지속가능성팀의 경우 우선순위 경쟁 (1위)과 법무팀의 제한적 ESG 이해도 (2위)를 꼽았다. 반면 법무팀은 자원 부족(시간·예산) (1위)과 역할·책임의 불명확성 (2위)을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해, 양측이 체감하는 애로사항에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조사와도 비슷하다. 미국 지속가능성 전문 인력회사 와인렙그룹(Weinreb Group)이 지난 7월 발표한 ‘2026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장기업 CSO 가운데 법무 조직에 보고하는 비율은 23%까지 올라갔다. 2011년 3%에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CSO는 과거 약 3분의 1 수준에서 올해 14%까지 낮아졌다.
법무 조직에 보고하는 CSO 비중은 2023년 10%에서 2025년 20%, 2026년 23%로 높아졌다. 2025년 이후 지속가능성 조직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답한 CSO도 4명 중 1명 수준이었다.
유럽에선 공시 책임 CFO로…이탈리아 상장사 5곳 중 4곳
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ESG 공시를 재무제표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무·회계 조직의 참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가 CSRD 대응을 조사하기 위해 이탈리아 상장회사 36곳을 조사한 결과, 약 80%가 지속가능성 보고서 총괄 책임을 CFO에게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딜로이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CFO 469명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40%가 지속가능성 프로세스를 별도 조직이 아닌 기업 전사 운영 모델로 통합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금융권에서도 ESG 공시가 상시 업무 프로세스로 흡수되고 있다. EY가 금융회사 25곳을 조사한 ‘2025 ESG 운영모델 조사’에서는 지속가능성 보고가 전문 ESG 조직에서 재무,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같은 기존 상시업무(Business as Usual·BAU) 조직 안으로 통합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PwC와 국제금융협회(IIF)가 총 18조달러(약 2경400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기관 24곳을 조사한 결과, ISSB 기준 해석과 준수에는 지속가능성·ESG팀(58%)과 재무·컨트롤러 조직(38%)이 주축으로 협력하고 있었다.
국제회계사연맹(IFAC)과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영국공인관리회계사협회(CIMA)가 G20 국가 등의 글로벌 대기업 1400곳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대기업 1400곳 중 76%가 지속가능성 정보를 연차보고서 등 재무공시와 통합해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