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55도 견디는 폭염특화 열차 로 전격 선회 [사회혁신] 유럽의 폭염이 철도 산업의 설계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고속철도 운영사 유로스타(Eurostar)가 섭씨 55도 폭염에서도 운행할 수 있는 신규 열차를 주문한 것이다. 기존에 검토하던 45도 대응 모델보다 사양을 한 단계 더 높인 것이다.
9일(현지시각) FT에 따르면, 유로스타는 프랑스 알스톰(EPA: ALO)사에 발주한 신규 열차의 열 대응 기준을 55도로 상향했다. 유로스타 최고경영자 그웬돌린 카제나브(Gwendoline Cazenave)는 최근 FT 인터뷰에서 올해 폭염은 그 어느 때보다 이르고, 길고, 더웠다”며 2060년대까지 운행할 열차를 구매하는 만큼 55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옵션을 바꿨다”고 말했다.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고속철도 운영사 유로스타(Eurostar)가 섭씨 55도 폭염에서도 운행할 수 있는 신규 열차를 주문했다./ 챗GPT 생성이미지
45도 예측도 빗나갔다… 에어컨 소재 전면 교체
유로스타는 지난해 프랑스 알스톰사에 50대(2층 모델 포함)의 신규 열차를 주문했다. 해당 열차의 계약 규모는 17억파운드(약 3조원) 규모로, 첫 열차 인도는 2031년으로 예정돼있다.
당초 검토된 열 대응 기준은 45도였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등 서유럽이 올여름 이례적 폭염을 겪으면서 유로스타는 사양을 55도로 높였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여름철 기온에 버금가는 극한 더위 속에서도 정상 운행이 가능한 부품과 에어컨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사양 변경의 핵심은 열차 냉방을 담당하는 에어컨(공조 시스템) 부품의 소재 혁신이다. 55도의 고온 노출과 지면의 복사열을 견디기 위해 특수 내열 합금 및 열 변형이 적은 고성능 소재가 적용된다. 이 신형 열차들은 선로 왜곡이나 차량 과열로 인한 운행 지연 사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로스타는 차량 발주 변경 외에도 당장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단기 기후 변화 적응 프로그램인 하지 계획(Solstice Plan) 을 가동 중이다. 매일 전 객차의 에어컨 유닛을 전수 점검하고, 열차 과열 정비를 위한 기지 슬롯을 대거 추가 확보했다. 기온 상승 예보가 발령되면 열차 내 비상 생수 적재량을 몇 배로 늘리고, 선로 열화로 인한 연착 상황 발생 시 승객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하는 소통 시스템도 강화했다.
유럽 여름, ‘예외적 폭염’에서 ‘상시 리스크’로
유로스타의 사양 변경 배경에는 유럽의 빠른 온난화가 있다.
영국 일부 지역은 올해 벌써 세 번째 폭염을 겪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기온이 37.7도까지 치솟는 등 서유럽 역사상 가장 뜨거운 초여름을 기록했다. 영국 기상청(Met Office)의 장기 모델링에 따르면 오는 2056년 여름 최고 기온은 45도에 육반할 것으로 전망되며,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6도 상승할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잇따르고 있다. FT는 유럽이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이라고 전했다.
특히 열차는 통상 수십 년 동안 운행되기 때문에, 지금 발주하는 열차가 2031년부터 투입돼 30년 가량 달린다면, 2060년대의 기후 조건까지 견뎌야 한다.
정부 독립 자문 기관인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가 기후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며 전면적인 업그레이드를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