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 성공 모델로 무기 수출·재무장 나서는 일본 [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6.28.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방위산업 강화를 통한 경제성장 전략을 세우고, ‘무기수출 대국’으로 떠오른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4월 각의(국무회의)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을 개정하고, 그 동안 살상무기 수출을 사실상 막아왔던 5유형(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 규제(5개 분야만 허용)를 전면 철폐한 것은 방위산업을 경제성장으로 연결지우려는 방침(전략)에 따른 것이며, 참고로 삼은 것은 ‘무기수출 대국’으로 대두하는 한국의 대응방식”이라고 보도했다.
SIPRI 세계무기수출국 순위 한국 4위, 일본 36위
기사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 28일 안규백 국방장관과 서울에서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무기수출에 대한 것도 회담 의제였음을 밝히고 한국은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도 연구할 게 있다”면서 안 국방장관과 방위장비 기술협력에 대해 논의하자는 데 일치했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발표 자료를 인용해 2021~2025년 주요 무기 수출(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한 비율(점유율)은 세계 9위였으며, 2025년 1년으로 한정할 경우 한국은 미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했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폴란드에 대한 무기 수출이 늘어난 것 등을 성장 요인으로 지적했다.
일본은 36위라고 아사히는 썼다.
일본 방위생산기반강화법 한국 관련법 참고
아사히는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 배경에 북한과 대적해야 하는 지정학적 상황에 토대를 둔 ‘자주국방’에 대한 뿌리깊은 의식이 (한국에는) 있으며, 이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면서, 진보계의 노무현 정권 때 ‘방위사업청’이 신설된 점을 그 예로 들었다. 또 그 이전부터 방위산업에는 세제면 등에서 우대하는 등 역대 정권들이 방위산업 지원태세를 견지해 온 점도 지적했다.
신문은 그런 점에서 일본은 한국과 상황이 다르고, (일본)국민 여론도 방위산업과 무기수출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방위산업 육성 강화의 난제로 들었다.
일본 방위장비청의 한 간부는 한국의 정책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했고, 방위성 관계자는 2023년에 ‘방위생산기반강화법’을 제정할 때 한국의 (관련)법률을 번역하는 등 참고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2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열린 청년 안보대화 행사에서 청년들에게 받은 메시지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6.28.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방위산업 기반 강화 체제도 한국에서 도입
또 납품을 인정받은 사업자가 방위사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설비자금, 운전자금 대출을 쉽게 할 수 있는 체제 등도 (한국에서) 도입했다”며, 다만 한국처럼 방위산업 참여 기업이 전면적으로 우대받는 체제는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 일본정부는 무기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으로 독립행정법인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무기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 여러 개 있다는 한국의 예를 참고한 것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일본, 6세대 전투기와 군함 등 첨단무기 개발 주력
하지만 한일 양국간에서 판매 무기의 특징과 국민 여론에 차이가 있다며, 한국의 무기는 값싸고, 빠르며, 그럭저럭”이 그 특징이라며, 한국의 방위산업 관계자도 성능에 비해 가격이 싸고 납기도 짧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에 비해 일본이 앞으로 해외수출의 간판 상품으로 삼으려 하고 있는 것은 최신예 ‘모가미’형 호위함(구축함)의 성능 향상형이나 차기 전투기 개발계획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하고 있는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그램) 등으로 성능이 좋지만 가격이 비싼” 것들이라고 했다.
일본 방위산업도 수출 주력으로 전환
아사히는 이제까지 일본 방위산업은 수출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자위대만을 고객으로 한 것이었다면서, 전혀 경쟁력이 없다”(방위성 관계자)는 얘기도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한국의 방위산업에 밝은 호세이대학 인간환경학부 이토 고타로 교수는 한국은 1997년 통화위기(‘IMF 위기’)를 계기로 항공기 생산업체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1개사로 집약시킨 경위가 있다며, 그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토 교수는 한국은 각국의 요망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커스터마이즈(customize) 중심주의’(고객 맞춤형 중심주의)로 실제 장비를 보여 주는 설명회 등에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자위대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데, 관민 일체가 돼 상대국을 위해 설명회를 연다든지 신속하게 성능을 개량할 수 있을지가 (일본의) 향후 과제”라고 지적했다.
일본도 수출에 주력하는 방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이 개발하려는 모가미 형 호위함의 성능개량형 이미지. 미쓰비시중공업 제공 아사히신문 7월 1ㅇ일
일본이 경쟁상대로 떠오를 가능성 경계하는 한국”
아사히는 또 방위산업과 무기수출을 받아들이는 양국 국민들 자세가 다르다는 점도 일본이 안고 있는 난점으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국방력 강화가 자국 안전과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의식이 강하고, 방위산업을 국가경제에도 공헌하는 전략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정상외교에서 세일즈 외교를 계속해 왔다면서,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방위산업계에서는 일본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해 군함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이) 경쟁상대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무기산업에 대한 저항감 강한 일본 여론
일본에서는 무기수출에 대한 저항감이 국민 사이에서 뿌리 강해서, 지난 4월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때 살상무기 수출에 대해 ‘찬성’한 비율은 25%에 지나지 않았고, ‘반대’가 67%였다. 무기수출을 할 경우 ‘죽음의 상인’으로 비판받을 것을 우려하는 기업도 있다고 했다.
무기수출에 대한 일본인들의 저항감은 패전에 대한 기억과 트라우마, 그리고 패전국으로 연합국(미국)에 의해 강제된 이른바 ‘평화헌법’의 영향이 크다. 일본 헌법 제9조는 전쟁이나 전쟁 위협 수단으로 교전(전투)은 물론 군대를 보유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엄밀하게는 자위대라는 이름의 군대 보유와 해외 파병 자체가 위헌이다.
하지만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본국민의 절대 다수가 9조를 비롯한 헌법의 개정에 찬성한다고 응답하고 있고, 비핵 3원칙이나 무기수출 3원칙 등의 규제 해제에 대한 저항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지난 2월 헌법 개정과 국방강화를 앞세운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 것도 그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한국은 20년 이상 걸려서 비로소 (방위산업의) 꽃이 피었다. 일본은 겨우 출발선에 섰으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의 재무장을 재촉하는 미국
일본의 보통국가화와 방위산업 재건은 이미 정해진 길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패전국 독일이 국방비 대폭 증액과 군수산업 재건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들 2차 세계대전 양대 패전국의 재무장을 막은 미국이 이제 그 벽을 허물고 그들 나라의 재무장과 방위산업 재건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 약진도 그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 ‘성과’는 2차 세계대전 전후질서 재편 과정에서 강대국들의 세력분할 지배전략의 희생물이 돼 분단된 뒤 전쟁까지 치른 동족대립의 비극 속에 핀 ‘꽃’(일본 방위성 관계자)이지만, 그 대립을 발판삼아 번영해 온 일본이 한국의 방위산업 ‘성공’을 모델로 삼아 재무장에 나서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