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우려 조희대 탄핵 실기한 여당, 이번엔?… 철저 준비 [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19.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를 1+1 으로, 그것도 서면 제청 하고 심지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 추천 결과는 백지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집권여당이 연일 사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상고심 파기환송 사태와 12·3 비상계엄 관련 헌법·법률 위배 행위 등을 사유로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에 범여권 의원이 112명이나 서명했음에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 을 우려해 포기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번엔 실제 탄핵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련 기사 조희대 탄핵 3월에 가능했는데…뼈아픈 실기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20일 당 차원에서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 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지시했다. 김 대표는 20일 오전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김남준 홍보위원장을 임명한 후 전국에 현수막 두 개를 필수 게첩하라는 첫 지시를 내렸다 며 하나는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합니다 이고 또 하나는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습니다 이다 라고 밝혔다.
당 대표 후보이던 지난달 30일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 다음은 사법개혁 이라며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은 마냥 미루고 9월 퇴임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진행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 후임 제청을 즉각 하지 않고 헌정 수호 차원의 탄핵을 피할 수 있겠는가? 라고 경고했던 김 대표는 전날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 씨는 물러나야 한다 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을 찾아 조정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조정식 의장님의 원만한 정치적 리더십과 풍부한 경륜에 기초해 이번 국회가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정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국회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며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의 제명을 거론한 데 이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차원의 단호한 시정 조치도 요청했다.
김 대표는 국회는 헌법 기관 가운데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 관련 사태에 있어서 지난 계엄 내란을 국회에서 막아낸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중심을 잡고 풀어냈으면 좋겠다 며 대법원장 스스로가 내란 시기부터 씌워져 있는 국민적 혐의를 해소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무법에 무법을 더하는 현재의 상황을 국민들이 인내하게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장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 자기 정화되고 견제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제대로 되지 못할 때에는 국회가 사명감을 가지고 한편으로는 사법개혁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잘못된 조치에 대해서 단호하게 시정을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저희 당도 노력할 테니 의장님도 잘 지도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 이라고 전했다. 사법부의 자기 정화 에 따라 조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 그 경우 국회의장도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6.8.19. 연합뉴스
원내 사령탑인 한병도 원내대표도 보조를 맞췄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대법관 기습 제청을 대통령 임명권 침해 로 규정한 뒤 어제 법사위는 제청을 장시간 지연한 연유와 기습 제청한 경위, 추천인 4인 후보 중 특정인을 배제한 채 본인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불공정한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후보자 선정 기준을 철저히 따져 묻기 위해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끝내 불참했다 면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 고 강조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 농단을 저질렀다. 즉시 대국민 사죄하고 대법원장직을 사퇴하라 며 단순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대한민국 사법의 최고 심판 권한을 가진 대법관 자리를 조희대 한 사람 마음대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인사 농단을 해서라도 판을 깨버리겠다는 것 이라고 사안의 중대성을 짚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 역시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조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당 공식 입장으로 촉구했다. 그는 대법관 임명 절차를 정치적 충돌의 장으로 만들고도 어떠한 설명도 않는 것은 국민 기만이자 오만의 극치다. 조 대법원장은 더 이상 숨지 말고 법사위에 출석하라 면서 계엄 당시의 행적부터 대선 직전 파기환송, 대법관 제청 지연과 기습적 서면 제청까지 국민 앞에 책임 있게 답하라. 끝내 답변을 거부하고 사법농단을 계속한다면 그 역할을 책임질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 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강도 높게 압박하고는 있으나 김민석 지도부는 아직 탄핵 추진 계획까지 직접적으로 표명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3월 정청래 지도부 때처럼 전국 단위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을 직무 정지시키는 사상 초유의 선택을 한다는 건 엄청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해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생 중심 정치 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취임하자마자 대법원장 탄핵에 나설 경우 중도층을 비롯한 다수 여론이 과연 긍정적으로 반응할지 낙관하기도 어렵다.
특히 조 대법원장의 사전 조율 없는 대법관 제청 행위가 법리적으로 위헌 등 탄핵 사유가 되진 않는다는 점에서 당장의 탄핵소추 계기로 삼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할 경우 사법부 전반의 강력 반발은 불문가지이고 그에 따른 극한 대치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지점이다. 국민적 지지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민심 이반을 가속화하고 수구·극우 세력의 반동 명분을 키워줄 심각한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9월 16∼19일 서울에서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가 열린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조기 탄핵 이행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8.20.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번 서면 제청 사태를 두고 공개 충돌을 자제하면서 탄핵엔 더욱 신중한 분위기다. 지난 6일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 청와대도 공감하고 있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즉각 대법원장의 탄핵 및 거취와 관련해 청와대가 공감한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성회 원내대변인도 이날 한병도 원내대표 주재의 정책조정회의 뒤 기자들에게 사퇴 요구를 당의 입장으로 이해하면 된다 며 탄핵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 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리적·정무적으로 난점이 많아 김 대표는 일단 당 내부적으로 탄핵소추안 마련 및 법률 검토 등 준비는 하되,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위한 여론전에 주력하면서 공감대를 좀 더 확산시킨 뒤 탄핵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그 같은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저는 조희대 씨가 이미 탄핵 될만한 충분한 자질과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며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아직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는 국민께 충분히 알릴 시간을 조금 더 갖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을 다시금 조희대 씨 라고 호칭한 김 대표는 이미 탄핵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 결정을 하는가 아니냐와는 별론으로 하고, 당에서 어떤 행동에 들어갈 경우에 완벽한 100점짜리를 맞을 수 있는 준비는 시작하겠다 면서 다만 굳이 그렇게까지 않고도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에 온 국민의 요구로 물러날 수 있도록 하는 충분한 설명을 하는 것도 저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부연했다.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