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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일하는 사람의 배고픔 달래 주던 먹거리, ‘곁두리’

일하는 사람의 배고픔 달래 주던 먹거리, ‘곁두리’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곁두리 먹거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가다 보니 어제는 ‘겪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손님을 맞아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일을 ‘손님겪이’ 또는 줄여서 ‘손겪이’라고 하고, 일을 도와주는 ‘놉’에게 음식을 마련하여 대접하는 일을 ‘놉겪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놉겪이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끼니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려울 만큼 배가 고플 때가 있습니다. 특히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는 농사일이라면 더 그랬을 것입니다. 그때 일하는 사람의 배고픔을 달래 주려고 끼니와 끼니 사이에 내놓던 먹거리가 있었습니다. 오늘 만나 볼 토박이말은 ‘곁두리’​입니다. 끼니 사이에 먹는 먹거리, ‘곁두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곁두리’를 ‘농사꾼이나 일꾼들이 끼니 외에 참참이 먹는 음식’​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참밥’, ‘새참’​을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참참이’라는 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을 하다가 잠깐씩 쉬는 때마다 먹는 음식이라는 뜻을 떠올리면 ‘곁두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아침밥을 먹고 일을 시작했는데 낮밥(점심)까지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논밭을 오가며 일을 하다 보면 배가 출출해집니다. 그렇다고 낮밥(점심)을 앞당겨 먹을 수도 없습니다. 그럴 때 잠시 일손을 놓고 둘러앉아 무언가를 먹습니다. 바로 이런 음식이 곁두리입니다. ‘아침곁두리’와 ‘저녁곁두리’ ‘곁두리’는 먹는 때에 따라 조금 더 꼼꼼하게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아침밥과 낮밥 사이에 먹는 것은 ‘아침곁두리’, 낮밥과 저녁밥 사이에 먹는 것은 ‘저녁곁두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알고 나니 참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한참 일을 하다가 먹는 곁두리와, 낮밥을 먹고 뒤낮(오후) 내내 일하다가 먹는 곁두리는 같은 곁두리라도 놓이는 때가 다릅니다. 그러니 ‘아침곁두리’, ‘저녁곁두리’라고 나누어 부르면 언제 먹는 것인지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이렇게 삶 속에서 실제로 필요한 만큼 이름을 나누어 부르던 모습이 있습니다. 무엇을 내놓느냐에도 마음이 담겼을 것입니다 저는 ‘곁두리’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먹거리의 양보다 무엇을 내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루 내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아무 먹거리나 조금 내놓는 것과, 일을 잘 이어 갈 수 있도록 속을 든든하게 해 줄 먹거리를 골라 내놓는 것은 다를 것입니다. 고구마를 쪄 내기도 하고, 감자를 삶기도 했을 것입니다. 잘 익은 과일이나 떡을 내놓기도 했을 테고, 철에 따라 집에서 마련할 수 있는 먹거리를 챙겼을 것입니다. 더운 날에는 시원한 물이 반가웠을 것이고, 막걸리 한 사발이 곁들여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보기월(예문)에도 송기숙의 《암태도》에서 춘보 며느리가 곁두리로 고구마를 쪄 내왔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고구마를 쪄서 내놓았다는 짧은 문장 하나만으로도 그때의 바람빛(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곁두리는 짧은 쉼이기도 했습니다 곁두리는 그저 배를 채우는 음식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사일을 하던 사람들이 잠시 일손을 놓고 둘러앉아 먹으며 숨을 돌리는 시간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함께 일하던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잠시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기도 했었던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곁두리에는 먹거리와 쉼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곁두리’라는 말을 알고 나면 옛 농촌의 풍경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논밭 한가운데 앉아 고구마 한 조각을 나누어 먹는 모습,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한 낱말 안에 함께 담겨 있는 셈입니다. 놉겪이와 곁두리는 서로 아랑곳해 있습니다 어제 이야기한 ‘놉겪이’​를 떠올려 보면 오늘의 ‘곁두리’가 더 잘 이해됩니다. 농사일을 도와주는 놉에게 끼니를 잘 차려 주는 것도 중요했겠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끼니 사이의 배고픔도 살펴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놉겪이를 할 때 무엇을 차려 주느냐 못지않게 곁두리를 무엇으로 내느냐에도 마음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더라도 앞낮(오전) 내내 일을 했다면 배가 고픕니다. 낮밥을 배불리 먹었더라도 뒤낮(오후)의 긴 농사일을 견디려면 다시 배고픔이 찾아옵니다. 그때 조금 쉬었다가 이것 좀 먹고 하세.” 하며 내놓는 먹거리가 있다면 일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옛사람들은 배고픔의 때도 살폈습니다 곁두리라는 말을 살펴보면서 저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람의 배고픔을 꽤 세심하게 살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침밥과 낮밥, 저녁밥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찾아오는 배고픔까지 헤아렸습니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더 자주 배가 고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니 ‘아침곁두리’와 ‘저녁곁두리’라는 말까지 만들어 쓸 수 있었겠지요.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만은 아닙니다. 언제 배가 고픈지, 무엇을 먹으면 힘을 낼 수 있는지, 누구와 먹는지까지 살피는 일이기도 합니다. ‘곁두리’라는 말에는 바로 그런 삶의 슬기가 묻어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곁에는 ‘곁두리’가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농사일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을 하다가 출출할 때 간식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간단히 간식을 먹기도 하고, 운동을 하다가 음료나 과일을 먹기도 합니다. 여행길에 잠시 쉬면서 간식을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곁두리’라는 말을 떠올려 볼 수 있겠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의 모든 간식을 ‘곁두리’라고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집(사전)의 뜻처럼 본래는 농사꾼이나 일꾼들이 끼니 외에 먹던 먹거리와 아랑곳한 말입니다. 다만 우리가 살면서 ‘끼니와 끼니 사이에 먹는 음식’이라는 모습을 만났을 때 ‘곁두리’라는 말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차려 주는 곁두리 곁두리를 생각하다 보면 어린 시절의 간식 한 접시가 떠오르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가 삶아 놓은 고구마가 있었거나, 밭일을 하다 어머니가 가져다준 참외를 먹었던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 일을 하다가 누군가 내어준 물 한 사발과 간단한 먹거리가 유난히 맛있었던 기억도 있을 테지요. 배가 고파서 맛있었던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나를 생각해서 누군가 준비해 주었다는 마음까지 함께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곁두리’라는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먹거리 이름이면서 동시에 일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살피던 사람살이의 모습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어떤 ‘곁두리’가 생각나시나요? 요즘에는 먹거리가 흔하고 간식거리도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무엇이든 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이거 먹고 하세요.” 하며 내미는 음식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일을 하다가 출출해지는 때가 오거든 한 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이게 바로 곁두리구나.”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잠깐 쉬면서 곁두리 좀 먹고 합시다.” 낯설었던 말 하나가 어느 새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마음 나누기] 여러분에게도 일하다가 먹었던 곁두리가 있었겠지요? 그 가운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곁두리’​가 있나요? [한 줄 생각] 일하는 사람의 배고픔을 헤아려 내놓은 작은 먹거리 하나에도 서로를 살피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곁두리 뜻: 농사꾼이나 일꾼들이 끼니 외에 참참이 먹는 음식. 보기: 할아버지께서는 곁두리로 가지고 온 막걸리를 지나가던 길손에게도 주셨다. 오늘 한마디: 일하다가 출출하니 곁두리라도 먹고 다시 일을 합시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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