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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스데 테이만 성고문’ 폭로에도 가해자는 처벌 피했다

‘스데 테이만 성고문’ 폭로에도 가해자는 처벌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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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에 붙잡혀 끌려가는 사람들 Ⓒ작가 미상, Al-Mezan 앞서 3회에 걸쳐 이스라엘 수감시설 안에서 여러 종류의 끔찍한 학대와 고문을 폭로하는 피눈물 어린 증언들을 살펴봤다. ▲여성 수감자를 묶어놓고 여러 명의 병사가 돌아가며 벌인 집단 성폭행, ▲덩치 큰 맹견을 훈련시켜 벌이는 수간, ▲당근이나 막대기 또는 딜도(dildo)를 이용한 성고문, ▲동성애자로 짐작되는 이스라엘 병사들의 강간 등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잔혹행위들이었다.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전리품으로 남기려는 듯 ‘기념사진’을 찍어대기도 했다. 독자분들은 이런 충격적인 증언들에서 거듭 나오는 ‘스데 테이만(Sde Teiman)’이란 수용소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뒤 가자지구에서 잡혀 온 수감자들이 크게 늘어나자, 이스라엘은 ‘하마스 테러 용의자’들을 가둬 놓고 심문하기 위해 3개의 군사기지 안에 구금시설을 마련했다. 점령지인 서안 지구에 있는 아나토트(Anatot)와 오페르(Ofer), 그리고 이스라엘 영토인 네게브 사막에 있는 스데 테이만 기지가 그러하다. 법적 근거는 2023년 12월 크네세트(의회)에서 개정된 불법 전투원 구금법 이다. 재판이나 기소 없이 사실상 무제한 가둬둘 수 있는 악법이다. 10.7 하마스 기습 뒤 이들 3개 군사기지들은 기존의 병영을 수감시설로 바꾸고, 아울러 새로이 대형 창고와 같은 가건물을 지어 밀려드는 수감자들을 가두었다. 한편으로 예비역들을 대규모로 소집하여 수용소 경비 및 관리 일을 시켰다. 이들 수감시설에는 변호사나 적집자사 요원 같은 외부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고, 수감자의 인적 사항도 국가 기밀로 분류되는 사실상의 ‘비밀 수용소’들이다. 그곳에선 구타와 전기충격은 기본이고 성폭행을 포함한 고문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이른바 인권 사각지대다. 의사의 경고 편지 수갑 부상으로 다리 절단” 꼬리가 길면 잡히고 비밀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2024년 4월 스데 테이만에서 일하던 이스라엘 의사가 그곳 고문 실태의 참상을 알리는 편지를 이스라엘 정부 각료들에게 보냈다. 이스라엘 법무장관, 보건장관, 국방장관에게 보낸 편지의 핵심 내용은 이러했다. 스데 테이만의 의료 시설이 운영된 첫날부터 오늘까지 나는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해 왔다. 더욱이 나는 이 시설의 운영이 ‘불법 전투원 구금법’의 건강 관련 조항 가운데 단 한 조항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 이 편지를 쓴다. 이번 주에만 수갑 부상으로 두 명의 수감자가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이는 일상적인 일이다. 스데 테이만의 모든 환자들은 위험도와 관계없이 팔과 다리에 모두 수갑이 채워진 채 눈가리개를 하고 빨대로 음식을 먹고 기저귀에 배변을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젊고 건강한 환자조차도 입원 후 1~2주 만에 체중이 줄어든다 (https://www.haaretz.com/israel-news/2024-04-04/ty-article/.premium/doctor-at-idf-field-hospital-for-detained-gazans-we-are-all-complicit-in-breaking-law/0000018e-a59c-dfed-ad9f-afdfb5ce0000?fromLogin=success) 의사는 환자의 팔다리에 수갑을 꽉 조이게 채웠기에 일어나는 괴저 부작용으로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을 가리켜 우리 모두, 즉 의료진과 보건부 및 국방부에서 우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스라엘 법 위반에 공모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고 지적했다. 위 편지에 쓰인 ‘불법 전투원 구금법’이란 기소나 재판 없이 사실상 무한정 가둬놓을 수 있는 악법이다(연재 12 참조). 의료윤리와 법을 어기면서 수감시설에서 잔혹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내부고발을 담은 의사의 경고는 그러나 간단히 묵살됐다. 편지를 받은 보건장관과 법무장관은 의사가 편지에 적은 문제제기를 (내부적으로는 논의했을지 모르나) 공론화하진 않았다. 인간과 비슷한 모든 것을 벗겨냈다” 의사의 내부고발 한 달 뒤 이번엔 미국 언론사인 CNN이 스데 테이만의 고문을 폭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2024년 5월 10일). 내부 고발자 군인 3명, 그리고 수감시설에서 풀려난 10여 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폭로 보도였다. 내부 고발자들은 ▲이스라엘군이 수갑을 꽉 조인 상태에서 오래 놔둘 경우 생기는 부상 때문에 수감자들의 팔다리를 잘라내야 했고, ▲자격 미달의 의료진이 의료 시술을 함으로써 ‘인턴들의 천국’이란 악명을 얻게 됐으며, ▲방치되어 썩어가는 상처의 악취가 공기를 가득 채우는 상황을 고발한다. (https://edition.cnn.com/2024/05/10/middleeast/israel-sde-teiman-detention-whistleblowers-intl-cmd/index.html) 스데 테이만의 야전병원에서 의료진으로 일했던 한 내부 고발자는 몸을 다친 수감자들이 침대에 묶인 채 기저귀를 차고 빨대로 음식을 먹는다. 그들(이스라엘인)은 인간과 비슷한 모든 것을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서 벗겨냈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내부고발자는 스데 테이만의 일상적인 폭력이 하마스에 대한 정보 수집을 노린 것이 아니라 2023년 10월 7일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적했다. 가자지구 북부 인도네시아 병원의 외과 부서 책임자였던 모하메드 알란 박사도 스데 테이만에서 생지옥을 봤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폭격이 심한 북부 지역의 병원에서 탈출해 다른 병원에서 일하다가 붙잡혔다”고 했다. 그때부터 악몽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눈가리개를 하고 손목이 묶이고 속옷만 입은 채 트럭 뒤칸에 실렸다. 거의 알몸 상태의 수감자들이 서로 겹쳐 쌓인 채 사막 한가운데 있는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수감자들은 사막의 기온 변화 속에서 하루 종일 푹푹 찌는 더위와 밤의 추위를 견뎌야 했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경비병들의 일상적인 폭력이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울고 또 울었다. 우리 자신을 위해 울었고, 나라를 위해 울었고, 우리 공동체를 위해 울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울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생각하며 울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잠을 잘 수 있는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아침이 오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랐다.” 수감된 지 1주일 뒤 수용소 당국은 알란에게 간수와 죄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맡도록 했다. 이 역할은 아랍어로 감독관 을 뜻하는 샤위시 라고 불렸다. 알란은 그 덕분에 눈가리개를 안 해도 되는 일종의 특권을 얻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지옥을 보는 고통을 안겼다. 사람들이 고문당하는 모습을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 눈가리개를 벗자, 그제야 굴욕과 모욕의 정도를 더 잘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여군 장교가 성고문 지시했다” CNN 보도가 나온지 한 달 뒤 이번엔 뉴욕 타임스가 스데 테이만을 비롯한 이스라엘 수감시설의 인권침해를 다룬, 긴 분량의 현지 취재기사를 실었다. 2024년 6월 6일자 기사 제목은 ‘이스라엘이 수천 명의 가자지구 주민을 억류한 기지 내부(Inside the Base Where Israel Has Detained Thousands of Gazans)’였다. 풀려난 수감자들의 증언은 한결같이 스데 테이만을 지옥으로 그려냈다. [한 수감자는 갇혀 있는 동안 주먹, 발길질, 곤봉, 소총 개머리판, 휴대용 금속 탐지기로 구타당했다고 말했다. 다른 수감자는 가슴을 무릎으로 가격당해 갈비뼈가 부러졌고, 또 다른 수감자는 발로 차이고 소총으로 구타당해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증언했다. 증언자 7명은 심문받는 동안 기저귀만 착용하도록 강요당했고, 3명은 심문 중에 전기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https://www.nytimes.com/2024/06/06/world/middleeast/israel-gaza-detention-base.html) 39세의 수석 간호사 유니스 알 함라위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지휘본부라고 의심했던 가자지구 알 시파 병원에 대한 공격 당시 병원을 떠나다 붙잡혔다. 스데 테이만으로 옮겨진 뒤 지옥을 체험했다. 그는 항문 성고문의 피해자다. [한 여군 장교가 병사 두 명에게 자신을 들어올려 바닥에 고정된 금속 막대에 항문을 누르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알 함라위는 그 막대가 약 5초 동안 자신의 항문에 박혀 피가 나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는 또한 전기가 흐르는 의자에 강제로 앉아 있어야 했던 일을 돌이켰다. 그는 너무 자주 감전되어 처음에는 소변을 참을 수 없었지만, 나중에는 며칠 동안 소변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바닥에 오줌을 싸지 않도록 기저귀만 차고 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일까, 스데 테이만 야전병원에서 일하는 4명의 의사 가운데 3명은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기소될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하마스와 그 동맹 세력이 자신이나 가족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익명을 요구한다 고 했다(마음 속으로 그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신원이 확인되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될 위험성도 은근히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곳 고참 의사 요엘 돈친(마취과 전문의, 예비역 중령)은 다른 3명의 의사들과는 달리 실명을 밝히면서 문제점을 짚었다. 무엇보다 돈친은 자신이 치료했던 많은 사람들이 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포로로 잡혔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수감자 가운데 일부는 전쟁에 직접 끼어들어 싸웠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람들이었다. 이를테면, 어떤 수감자는 하반신 마비였고, 또 다른 수감자 한 명은 어린 시절부터 목에 삽입된 튜브로 숨 쉬어 왔다. 돈친은 그들(이스라엘군)이 왜 그를 잡아왔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눈에 띄는) 모두를 이곳으로 끌고온 것 같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2024년 8월 6일 이스라엘 채널 12 뉴스에서 방송된 스데 테이만 수감자 성고문 학대 유출 영상. Ⓒ채널12 화면 캡쳐 항문 찢어지고 직장과 폐 손상, 갈비뼈 골절 요엘 돈친은 2024년 7월 수용소의 야전병원에서 당직의사로 근무하던 중 큰 충격을 받았다. 응급환자로 들어온 한 수감자의 상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었다. 그는 혼자 걸을 수조차 없었다. 항문이 크게 찢어지고 그에 연결된 장기(직장)마저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무엇에 맞았는지 폐가 손상되고 갈비뼈도 7개나 골절된 상태였다. 진상을 알고 보니, 수용소 안에서 10명의 경비원들이 CCTV를 의식해 방패로 가리며 한 수감자를 집단 성폭행한 결과였다. 요엘 돈친은 스데 테이만 수용소 안의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면서 다친 환자들을 많이 보아 왔었다. 그의 눈에는 그 환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스라엘군과의 전투 중에 다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부상이 전투와 연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부상 원인은 결국 수감시설 안의 학대 때문이었다. 그날 그가 본 환자는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부상의 원인도 성고문이라는 게 너무나 뚜렷이 알 수 있었다. 곧장 상부에 보고를 했다. 땅 밑에서 끓는 용암은 언젠가 터져 올라온다. 쉬쉬하던 스데 테이만의 인권 침해 실상이 바로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는 날이 왔다. 돌이켜 보면, 당직 의사였던 돈친이 모른 체 하고 보고서를 올리지 않고 침묵했더라면 자칫 묻힐 뻔했던 사건이었다. 돈친은 그 무렵 이스라엘 진보 언론사인 하레츠와의 인터뷰에서 그때의 충격을 털어놓았다. 이스라엘 경비병이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만약 국가와 크네세트 의원들이 수감자들을 학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나치처럼 직접 그들을 죽이거나 병원을 폐쇄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헤이그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만(다친 포로를 치료하지 않아 전쟁범죄를 저지른다는 비판을 염려해서) 병원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https://www.haaretz.com/israel-news/2024-07-30/ty-article/.premium/doctor-who-saw-abused-gazan-detainee-i-couldnt-believe-an-israeli-jailer-could-do-this/00000191-0436-df85-a399-ed36f4800000)    2024년 7월 29일 스데 테이만 군사 기지 밖에서 우익 시위대가 구금자 학대 혐의로 심문을 받는 군인들을 지지하며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있다. ⒸTsafrir Abayov/AP 우익 시위대 우리의 영웅들을 석방하라” 당직의사 돈친은 피해자의 상해 흔적을 파악한 뒤 군 검찰(헌병) 쪽에 상황을 보고했다. 군 검찰 쪽에서도 중상해 사건을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보고 수사관들을 스데 테이만으로 보냈다. 복면을 쓴 수사관들은 수용동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CCTV)를 확보해 가해자들을 골라냈다. 2024년 7월 29일, 현장에 없던 1명을 뺀 나머지 9명(부대 지휘관인 소령 1명과 9명의 병사)을 붙잡아 가두었다. 모두 스데 테이만 경비를 맡은 제100부대 소속 예비역들이었다. 후폭풍이 불었다. 200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제100부대 소속 병사들과 함께 우리의 영웅들을 석방하라”고 외치며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어댔다. 시위대 속에는 크네세트(Knesset, 이스라엘 국회) 의원과 정부 각료들의 얼굴이 보였다(윤석열 석방을 외치며 서울 구치소 앞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붙잡힌 가해자들이 스데 테이만에서 60km 떨어진 베이트 리드 헌병대로 끌려가자, 시위대는 그곳까지 따라가 폭력적인 시위를 벌였다. 한동안 이스라엘은 온통 이 문제로 시끄러웠다. 이스라엘 극우파들은 군인들을 지키는 사람들 이란 일종의 압력단체까지 만들고 석방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애국자들을 가두다니 수치스럽다 , 우리가 주권자다 라고 외치며 ”이들을 가두는 것은 야히야 신와르와 살인자들에게 주는 선물과 같다 고 주장했다(신와르는 2023년 10월 7일 기습 공격을 기획한 하마스 지도자로 2024년 10월 16일 가자지구에서 교전 중에 피살). 포로의 항문에 막대기 꽂는 게 정당한가”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한 아랍계 의원이 포로의 항문에 막대기를 꽂는 것이 정당한가”를 묻자, 만약 그가 누크바(Nukba)라면, 뭐든지 합법적이다!”라는 망언까지 튀어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 소속인 하노크 밀비드스키 의원이 했던 말이다. 그는 고문 피해자가 하마스 정예 특공대원을 가리키는 누크바라면 고문을 받아도 싸다는 투로 가해자들을 감쌌다. 듣기에 따라선, 국제법을 어기는 집단 성고문을 포함한 어떤 행위라도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허용될 수 있다는 투였다. 의료계도 편이 갈렸다. 이스라엘 인권의사회(PHRI)는 스데 테이만 사건이 ‘일부 불량한 병사들의 탈선’이 아니라 ‘국가와 군, 그리고 의료 시스템이 결탁하여 저지른 인권침해이자 도적적 파산’이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스데 테이만 수감시설을 즉각 폐쇄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친네타냐후 성향의 의사들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수감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부고발자들을 못 마땅하게 여겼다. 하마스가 2023년에 벌인 ‘10·7 테러’의 충격을 떠올린다면, ‘테러 혐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따윈 제공할 필요가 없고 더 엄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무렵인 2024년 8월 6일, 일이 또 터졌다. 스데 테이만 CCTV에 찍힌 수감자 학대 장면이 공중파인 채널 12를 타고 일반에게 공개됐다. 이 영상에는 바닥에 묶인 채 누워 있는 다른 수감자들 중에서 한 명이 선택되는 모습, 그 가련한 희생자가 한쪽 벽으로 끌려가는 모습, 경비원들이 CCTV를 의식해 방패로 가린 채 집단 성고문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건 뒤 국제사회는 한결같이 이스라엘 수감시설의 인권침해를 비판했다. 심지어 친이스라엘 일방주의 정책을 펴온 미국조차도 쓴소리를 내놓았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끔찍하다’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해주길 촉구했다.(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qmjGdzyj5BA) 얼마 뒤 채널 12 동영상 유출자가 군 법무감 이파트 토메르-예루살미 소장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스라엘 군 내부의 사법조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던 토메르-예루살미가 문제의 동영상을 방송사에 넘긴 이유는 분명했다. 가해자 10명 구속 뒤 극우파들이 군 기지와 법원에 난입하고 시위를 벌이며 반발하자, 수사의 당위성을 알리려는 뜻에서였다(토메르-예루살미 소장은 유출에 대한 대한 책임을 지고 군적 박탈과 파면 처분을 받았다).   성고문 가해 병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 현장. 무장하고 복면을 쓴 제100부대원들과 함께 크네세트 남녀 의원들이 서 있다.ⒸMatan Golan-SOPA 성고문보다는 그걸 찍은 영상 유출이 더 큰 범죄” 동영상이 퍼지면서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앨리스 질 에드워즈 유엔 고문 특별보고관은 한 마디로 너무 끔찍하다(particularly gruesome)”고 분노를 나타냈다. 성적 고문이나 성적으로 왜곡된 비인간적이고 굴욕적인 대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면서 가해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스라엘 극우의 견해는 180도 달랐다.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장론자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X(예전의 트위터) 플랫폼에서 ”이스라엘군 병사들은 존중받아야 하며 범죄자처럼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 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 유출로 말미암아 이스라엘군의 명예와 국가 이미지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면서 ”어떻게 스데 테이만에서 영상이 새나가 채널 12에서 방영됐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 고 목청을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도 잔혹한 성고문보다는 영상이 새나간 것이 ‘더 중대한 범죄’라 했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한 홍보 공격이자 대참사이며 이런 큰 피해 사례는 떠오르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치권의 이런 압력이 작용한 덕일까, 재판 다음날 가해범 2명이, 닷새 뒤 3명이 추가로 풀려났다. 나머지 다섯 명도 구속 대신에 가택연금 상태로 있다가 끝내 자유의 몸이 됐다. ‘죄 입증할 핵심 증거가 부족하다’며 석방 이렇듯 스데 테이만에서의 성고문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사회는 두 쪽으로 나뉘었다. 우파 정치인과 언론은 가해자를 두둔하고 감쌌고, 진보 언론과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수치’라며 엄한 처벌을 주장했다. 물론 후자는 소수의 목소리였다. 다수는 가해자들을 감쌌다. 극우 정치인이자 경찰과 교도소 지휘권을 지닌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물론 가해자 편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의 가장 훌륭한 영웅’들을 체포하는 것은 이스라엘에게 ‘수치스러운 일’이라 목청을 높였다. 그런 벤 그비르의 얼굴은 21세기 전범국가 이스라엘의 민낯이라 여겨도 틀림이 없다(‘수치’라는 단어를 좌우파 모두 썼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 사이에 성고문 피해자는 이스라엘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뒤 가자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금시설에 갇혀 있었다. 그가 풀려난 것은 2025년 10월 휴전 무렵이었다(피해자의 석방이 성고문 가해자들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당시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늘 그래왔듯이, 이스라엘에서 이런 류의 범죄가 제대로 죗값을 치른 적이 없다. 사건이 터진 지 8개월 뒤인 2026년 3월 10일, 이스라엘 군사법원은 가해자 5명을 풀어준다고 발표했다. 석방 이유가 그럴듯했다. 피해자가 가자지구로 돌아갔기에 증언을 들을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가해자)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고, 유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부족하다 는 것이었다. 핵심 피해자가 법정에 설 수 없게 됐으니 유무죄를 가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얼핏 듣기에는 얼마나 그럴듯한 논리인가. 가해자들은 모두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이스라엘은 지금껏 감옥 안 고문에 관한 한 완벽한 면책을 기록 중이다. 이스라엘 우파들은 정의가 승리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한술 더 떠 이스라엘 국가는 영웅적인 전사를 추적할 게 아니라 적을 추적해야 한다 고 말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당연히 나왔다. 이스라엘 고문반대 공공위원회는 이스라엘 법원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강간할 권리를 군인들에게 줬다”고 비판했고, 국제앰네스티는 가해자에게 면책특권을 줘온 이스라엘 법률 시스템의 오랜 역사에서 또다른 부당한 장을 열었다”고 한탄했다. 스데 테이만 성고문은 빙산의 일각”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은 이스라엘 수감시설에서 저질러진 가혹행위를 고발한 두 개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연재 14 참조). 보고서에는 이스라엘 수감시설 안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성고문을 포함한 학대와 구타, 전기고문 등을 고발했다. 그 보고서를 보면 고문 희생자들이 지금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후유증을 극복하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베첼렘 대변인 샤이 파르네스는 두 보고서의 증언자들이 나이, 성별, 수감 장소에 상관없이 모든 피해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성고문을 비롯해 수감시설에서 벌어진 학대는 개인 병사들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인 학대라고 믿게 됐다. 이스라엘 형사체계 안에서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전쟁범죄라는 것이다. 스데 테이만 사건이 불거진 뒤 그는 그 사건은 특별한 것이 아니며,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고문 사례들도 많고, 따라서 드러나지 않은 가해자들도 많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이 글 맨 위에서 이스라엘 가해자들이 ‘기념사진’들을 찍었다는 점을 짚었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선 은밀한 사진들이 나돈다. 지난 2004년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사건은 미군 경비원들이 수감자들을 괴롭히며 전리품마냥 챙긴 기념사진들이 유출돼 불거졌다. 아부 그라이브처럼, 스데 테이만 같은 곳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이스라엘 가해자들의 발목을 잡을 날이 올 날은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벌써 조짐이 보인다. 다음 주엔 아부 그라이브와 스데 테이만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살펴보려 한다.(계속)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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