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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교생 시위, 부조리·불평등에 대한 저항과 연대
[사회혁신]
9월에 시작한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젠 프랑스를 넘어서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남서유럽뿐만 아니라 벨기에, 독일 등 중서부 유럽으로 연대하며 확산 추세입니다. 방치된 낡은 학교 시설과 교육예산 삭감 등 긴축 재정에서 촉발된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는 68혁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968년 프랑스 5월 혁명 당시 조직된 ‘고교행동위원회’는 낡은 질서와 권위주의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1987년 대학 입학 선발제 법안 폐기 투쟁과 1993년 청년층 최저 임금 삭감 반대 투쟁을 거치면서 ‘전국 고등학생 노조’(UNL)가 탄생했습니다. UNL은 당시 프랑스 고등학생 최대 조직으로 교육부의 공식 협상 대상자 지위에 올랐습니다. 이후 2005년 바칼로레아 개편 반대 투쟁과 2016년 노동법 개정 반대 투쟁에도 고등학생들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고교생 노조는 때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공동체 문제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이후 분열상을 보이다가 2018년 마크롱 정부가 새로 도입한 대입 제도 파르쿠르쉽(Parcoursup)과 긴축재정 반대 투쟁에 실패하자 2023년에 전국 단위, 지역 단위 고교생 노조가 통합하여 ‘프랑스 연합 고교생 노조’(USL)를 결성했습니다. 올해 9월 이후 확산 추세인 고교생 시위는 USL가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10월 17일 ‘분노의 날’ 시위에는 고등학생 노조 이외에 대학생, 시민, 노동자들이 대거 연대했습니다. 프랑스 내부무 공식 집계에 따르면 파리 시에서 11만 명, 전국적으로 55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인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의 발표에 따르면 파리, 니스, 낭트, 리옹,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등 전국 1750곳에서 80만 명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습니다.(『한겨레』 2026. 10. 19) 한마디로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프랑스 전역에 걸쳐 최대 규모로 확산했습니다. 생각건대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의 출발은 러-우 전쟁에 따른 재정 적자와 평등주의 대입정책을 폐기하고 마크롱 정부에서 강행한 경쟁주의 대입정책, 바로 파르쿠르쉽에 기초한 교육 불평등의 확산, 그리고 약소국 팔레스타인의 참상에 대한 연대 의식이 그 배경입니다.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에서 학생들이 학교를 봉쇄하고 ‘전쟁 대신 복지’ 손팻말을 든 이유이자 ‘가자 지구 연대’를 구호로 외친 이유입니다. 한 마디로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현실에 저항하는 비판적 시민성의 발로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사례입니다. 프랑스 『도덕시민교육』(EMC)을 ‘연대의 끈’으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프랑스 시민교육의 우수성은 1985년 사회당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단행한 교육 과정 개혁과 관련이 깊습니다. 미테랑 대통령은 ‘학생을 시민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 과정 개혁’을 1985년에 전격 단행합니다. 그 결과 오늘날 프랑스 시민교육은 초중고 필수 교육 과정으로 공부합니다. 중학교 졸업자격시험인 부르베(Brevet)에도 출제되고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도 출제됩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토론수업이 가장 활발한 국가가 프랑스일 정도입니다. 교육선진국 핀란드조차 프랑스 ‘청소년의회’ 제도를 1998년에 본받아 핀란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정치 실제를 경험할 기회를 국가가 직접 제공합니다. 다시 말해 ‘청소년의회’를 국회의장이 직접 주재하고 해당 장관이 출석해 답변합니다. 2015년 1월 프랑스에서 샤를리 에브도 총기 테러가 발생하자 사회당 올랑드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은 즉각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오늘날 프랑스 시민교육 교과서의 탄생을 알리는 전조인 공화국 가치를 지키기 위한 11가지 조치 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에 따라 3년 동안 2억 5000만 유로, 우리 돈 3000억 원을 책정해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양성하고 시민교육 프로세스에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프랑스는 교과서 자유발행제 국가이기에 그해 2015년 9월부터 『도덕시민교육』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2018년엔 교육 과정을 다시 개정해 타인 존중하기 , 시민문화 구성하기 , 공화국 가치 습득·공유하기 에 강조점을 두어 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그만큼 프랑스 시민교육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습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이승만 정권 이후의 현대사에서 중·고교 학생들이 공동체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조직적으로 참여한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1960년 3·15부정선거와 4월 혁명, 그리고 광우병 촛불 시위(2008)와 박근혜 탄핵 촛불혁명(2016~2017) 정도입니다. 4·19혁명의 출발인 대구 2·28 데모는 온전히 고등학생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 촛불혁명 당시 고등학생 운동을 하던 활동가들은 광화문 집회 당일 수천만 원을 모금하여 지방에서 전세버스로 고등학생들이 대거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도록 조직적으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경쟁의 의미와 장단점을 설명하는 중학교 교과서(출처: 금성출판사 중2도덕 86쪽) 인간의 본성은 경쟁하는 존재보다 협력하고 연대하는 존재임을 더욱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현실에 대해선 조직적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랜 시간 시민교육 아닌, 경쟁교육을 받고 자란 탓입니다. 정치 사회 약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성숙한 시민성을 체득하기보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우열을 가리는 경쟁교육을 진정한 교육인 양 당연시한 결과입니다. 오늘날 10대~40대가 겪은 학창 시절 공교육은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반공이 학급회의 주제로 선정된 60년대와 70년대 교실 풍경(출처: 교육박물관) 그 이전 시기는 반공교육이 곧 시민교육을 대체한 시절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오늘날 50대 이후 세대는 학교 시민교육이 곧 반공교육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학교 교육에서 시민교육은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신민(臣民)교육과 해방 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42년 독재시절 반공교육, 그리고 90년대 이후 교육개혁의 이름으로 전면화한 교육시장화 정책은 수월성 교육, 수요자 중심 교육, 학교선택제 등으로 모두 경쟁교육의 다른 이름들입니다. 경쟁교육은 우열을 가리는 교육 아닌 교습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등급을 매기는 현상을 당연시했습니다. 경쟁교육은 해를 거듭할수록 격화했는데 그렇게 등급 매기고 우열을 가리는 입시제도를 공정한 제도라고 믿게 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2008년 이명박 정권은 주관적 평가 요소가 강한 입학사정관제를 전격 도입합니다. 게다가 매관매직으로 부패한 공정택 교육감 시절엔 2010년 학교선택제를 시행합니다. 급기야 2014년 박근혜 정권에선 입학사정관제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전면화하면서 기존 경쟁교육의 공정 규칙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한국 사회과 교과서 항목별 비교 그래프(출처: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 보고서) 우리나라의 경우 시사문제, 즉 정치사회 현안과 논쟁성에서 낮은 비율을 보이는데 이는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지닌 민주시민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정책중점연구소(2021) 보고서 169쪽 도표이다. 요컨대 오늘날 대한민국 학교 교육을 통해선 성숙한 시민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나라인데도 불평등에 맞서 고등학생들의 조직적인 저항조차 찾아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을 당연시한 결과이자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 협력하는 교육의 원리, 바로 삶의 원리를 외면한 결과입니다.   한국과 프랑스 초등학교 도덕 교수 학습 원칙 항목별 평가 비교(출처: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 보고서) 프랑스 (도덕 시민교육) 교과서에 비해 우리나라 도덕 교과서는 시사문제, 즉 현안 문제와 논쟁성에서 여전히 미약하고 시민교육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와 격차가 크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2021) (학교 민주시민교육 관점에서 국내·외(영·프·독) 초·중학교 교과서 비교분석-국어과, 사회과, 도덕과) 보고서 79쪽에 나온 도표이다. 그 결과 오늘날 초등의대반,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경쟁교육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청소년 자살이 급증했습니다. 2025년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396명으로 10년 전인 2016년(273명)보다 45% 증가했습니다.(교육부 정책브리핑 2026. 6. 9.)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살 연령대가 초등학생으로 낮아지고 초등학생 자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자해,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이 1만 명에 육박한다는 사실 앞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젠 경쟁교육으로 치닫는 우리 교육 현실을 심각한 사회 질병으로 그 성격을 규정하고 근본에서 우리교육을 성찰해야 합니다. 못난 어른들이 만든 교육과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미래뿐 아니라 당장 어른 세대인 우리에게도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10월 11일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마치고 거리 행진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출처: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 제공)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2024년 가자지구 학살에 충격을 받고 10여 명의 교사들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이 연구 개발한 반전평화 수업 자료(출처: 팔연교 수업연구팀 제공) 독일 교수-학습 대원칙인 보이텔스바흐 원칙을 잘 구현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2년이 지난 지금 전국 16개 지역 120명 정도의 전현직 교사들이 팔레스타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 독서모임과 수업연구팀을 조직해 활동 중입니다.   올해 1월 소설가 김남일 작가와 함께한 (팔레스타인 문학 이야기) 행사(출처: 조수진 선생님 제공)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왜곡되고 편향된 세계관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 문학과 역사를 공부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 개발한 수업 자료를 공유합니다.   10월 11일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 장면(출처: 하성환) (팔레스타인들과 연대를!) 손팻말을 든 집회 참가자가 눈길을 끈다. 올해 10월 11일(일)에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과 함께 트럼프가 일으킨 이란 전쟁에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를 결행했습니다. 그곳에서 사뭇 눈길을 끄는 손팻말과 구호 소리를 들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손팻말 외에 ‘프랑스 시위대에 지지를! 전쟁이 아니라 복지를!’ , 그리고 ‘프랑스 학생들처럼 외치자! 학살 지원이 아니라 복지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보면서 순간 인류애를 생각했습니다. 아! 교사들이 앞장서서 경쟁으로 척박한 동토에 외롭지만 연대의 깃발을 높이 들고 외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감회가 깊었습니다.   10월 11일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 당시 (프랑스 시위대에 지지를!, 전쟁이 아니라 복지를!) 손팻말을 든 참가자(출처: 하성환)   10월 11일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 당시 (프랑스 학생들처럼 외치자! 학살 지원이 아니라 복지를!) 손팻말을 치켜든 참가자(출처: 하성환)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한 마크롱 정부를 비판하는 (프랑스 학생, 노동자 시위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대한민국 교사, 시민, 대학생, 노동자들)이 10월 23일 12시 주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출처: 하성환) 10월 23일(금)에는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 초기 단계에서 잔혹하게 탄압한 마크롱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주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열렸습니다. 비록 작은 목소리이지만 불평등에 분노하고 약자에 연대하는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에 우리 교사와 시민들, 그리고 노동자들도 연대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도 하루빨리 북서유럽처럼 초중학교 도덕 교과를 『도덕·철학·시민』으로, 중학교 사회 교과를 『헌법·정치』 교과로, 그리고 고등학교 통합사회를 『헌법과 민주시민』으로 교과 명칭을 변경해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시민교육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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