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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자폐 아들 바꾸려던 부모가 그의 세상에 들어간 35년

자폐 아들 바꾸려던 부모가 그의 세상에 들어간 35년
[사람들]
얼마 전 한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와 아들, 딸이 발달장애인 돌봄시설을 운영하며 일하는 사연을 전하며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와 가족의 애달픔에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강윤희 작가가 쓴 책 『하루만 더』(나이스에듀)를 접하게 됐다.  나라면 자폐 아들과 함께 한 35년을 돌아보며 조금 느려도 함께라서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하루만 더 라고 기도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돌아본다. 저자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우리 아이보다 하루만 더”를 되뇌곤 했다. 그런데 결국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젠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돌봄’이 이 책을 꿰뚫는 주제란 점에 매무새를 다잡게 된다.    내가 없는 날에도 이 아이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부모라면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이다. 특히 평생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 질문은 사랑만큼이나 깊은 두려움으로 남는다. 자폐 아들 진우와 함께 견뎌 온 시간을 기록한 이 책은 장애를 극복한 성공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기적의 이야기도 아니다. 한 가족이 수없이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며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살아온 세월과 그 깨달음을 오롯이 담았을 뿐이다. 여느 장애아 부모처럼 강 작가와 남편 박종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도 유학 중이던 캐나다에서 처음 진우의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아들을 세상의 속도에 맞추려 했다. 조금 더 가르치고, 조금 더 노력하면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질문이 달라졌다. 왜 저런 행동을 할까?”에서 진우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로 질문이 바뀌었다. 아이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오려 했던 부모는 조금씩 진우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속도를 받아들이고, 가족은 각자의 역할을 나누며 하나의 ‘팀’이 되어갔다. 《하루만 더》가 여느 책들과 조금 다르게 읽히는 이유다.  2부 ‘진우의 세상으로 들어가다’는 진우의 독특한 소통 방식과 일상이 세밀하게 담겨 있어 좋았다. 제목을 꼽으면 ‘아들의 특별한 언어와 소통 방식’, ‘말 대신 습관으로 말하는 아이’, ‘마음을 먼저 읽는 아이’, ‘물 앞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 ‘우리 집에는 음악이 약입니다’, ‘늘 같은 길인데도 행복합니다’, ‘고객은 단 한 명뿐인 우리 집 미용실’, ‘백만 불짜리 미소’, ‘우리 차는 오늘도 움직이는 피크닉장’ 같은 것들이다. 시간이 흘렀다. 진우가 성인이 됐다. 가족 앞에는 또 다른 질문이 놓였다. 우리가 없어진 뒤에도 이 아이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성년후견, 형제의 역할, 부모가 떠난 뒤의 삶. 책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언젠가 마주하게 되는 ‘부모 이후’의 현실도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만 더》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장애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돌봄은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누군가를 돌본다. 나이 든 부모의 곁을 지키기도 하고, 아픈 배우자를 돌보기도 하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키우기도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자신이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장애복지연대’ 창립회원이자 핵심 운영진으로 일하는 저자는 말한다. 돌봄은 어떤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언젠가 부모를, 배우자를, 아이를 돌보게 될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이 문장이 《하루만 더》가 자폐 가족의 기록을 넘어서는 지점이다. 책은 특정한 장애나 한 가족의 사연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오래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지, 가족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우리는 결국 서로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를 묻는다. 후견인이 되기로 결정한 동생 성우의 글을 보며 또 뭉클해졌다.  35년을 지나며 가족이 찾은 대답도 거창하지 않다. 오늘 함께 웃는 것. 함께 밥을 먹는 것. 함께 걷는 것. 그리고 아이 곁에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남기는 것. 미래를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어도, 오늘 사랑받고 있다는 기억은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긴 시간 끝에서 저자는 한 문장에 닿는다.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걱정’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하루만 더》는 자폐 아들과 살아온 35년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부모를 돌보는 중년의 자녀, 아픈 배우자의 곁을 지키는 사람, 자녀를 키우는 부모, 그리고 언젠가 돌봄을 필요로 할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이 가족의 특별한 삶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가.” 《하루만 더》가 독자에게 남기는 질문이다. 김창수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가족은 가장 오래 함께하는 공동체이지만, 가장 많은 인내와 사랑을 요구하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하루만 더》는 한 사람을 지키는 일이 가족 모두를 어떻게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오래 곁을 지킨 사랑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적었다. 박찬모 EBS 프로듀서는 좋은 이야기는 낯선 삶을 우리 가까이 데려온다. 《하루만 더》를 읽다 보면 ‘발달장애 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느 순간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바뀐다. 공감의 거리를 한 걸음 좁혀주는 따뜻하고 힘 있는 기록”이라고 썼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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