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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도 읽기 쉬운 판결문에 감명…확산엔 한계
[사회혁신]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가 지난달 25일 지적장애인 원고가 청구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처분 취소 청구 판결문을 같은 달 29일 공개하며 지능지수(IQ)가 70 아래인 원고가 읽기 쉬운 판결문 을 앞에 놓아 많은 이들이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다. A4 용지 20장 분량의 판결문을 4장 남짓에 그림까지 곁들여 쉽게 풀어 썼다. 원고가 이겼으니 두 팔 번쩍 들고 만세를 외쳐도 된다고 그림에 표현됐다. 특히 아래 대목에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신은 오랫동안 생활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당신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지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주는 단체가 당신을 도왔습니다. 당신은 아주 오랫동안 정신병원에서 살았습니다. 당신은 병원 밖에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웠습니다. 판사도 법정에서 당신을 직접 만났습니다. 판사가 당신에게 직접 질문도 했습니다. 판사도 당신이 보통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한 사람의 지적 능력이 낮다는 점만으로 그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는지를 단정하거나 온전하게 측정할 수 없다”며 장애인복지법령이 정한 지적장애는 단순히 지능지수만으로는 판단될 수 없다. 결국 그 지적 능력 손상으로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는지 여부로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법정에서 직접 원고를 관찰하고 당사자 본인신문을 시행했으며 관찰 결과 원고에게 언어 구사와 인식작용 및 대인관계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여러 정신장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행정청이 미리 정해둔 형식적인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일상 및 사회생활에 실질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면 섣불리 장애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리시아 칼슨(Licia Carlson)의 저서 ‘지적장애의 얼굴들’을 인용하여, 지적장애의 범주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 등을 바탕으로 판결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재판부가 지적 장애의 어려움을 깊이 체험하고 공감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서울행정법원이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을 추진한 이래 처음으로 선고한 ‘읽기 쉬운 판결문’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이 2026년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법지원 예규’의 읽기 쉬운  문서 제공 조항에 따라 작성된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 장애인·임산부·아동·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의 사회보장 사건을 처리하는 서울행정법원의 전문합의부의 새로운 시도다. 서울행정법원은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을 추진하며 이 같은 체제를 갖췄다. 이번 사건을 맡은 행정7부의 강우찬·신옥영·이주일 판사 모두 대법원 장애법연구회 회원들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읽기 쉬운 이라는 표현 대신 굳이 이지 리드 (Easy Read)라고 표기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섰던 임재성 변호사는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연장 방송  사법 어때 에 출연해 읽기 쉬운 판결문 이 나온 배경과 의미, 한계 등을 짚어 눈길을 끌었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적지 않은 이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앞으로 읽기 쉬운 판결문 이 많이 나오긴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 법관뿐만 아니라 검사, 변호사들이 익숙한 판결문을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20장 분량의 판결문에 원고가 이해하기 쉽게 4장 남짓의 판결문을 덧붙여 공개한 것이었다. 증거와 진술의 적합성, 판단의 이유 등을 서술한 원 판결문을 쓰기에도 허덕이는 게 법관들인데 읽기 쉬운 판결문을 별도로 작성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법원이나 재판부의 권위나 신뢰를 위해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다.  본 판결문이 어디까지나 본류이고, 읽기 쉬운 판결문 은 보조적 수단일 뿐이고, 판결문의 완결성에 신경을 우선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판결문처럼 AI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쉽게 풀어 쓸 수 있겠지만, 빠른 시간 안에 널리 확대되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해서 당분간은 이번처럼 장애인이 소송 당사자인 경우에 국한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임 변호사는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춘재 한겨레신문 기자는 법원장, 나아가 대법원장의 의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별도의 인력을 배치해 읽기 쉬운 판결문 을 작성하게 하는 방안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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