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만 영화처럼 결말 모르는 많은 언론 보도들 [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25년 5월 26일,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에서 선거유세 차량에 올라 연설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앞으로 승용차가 다가와 경적을 길게 울렸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승용차는 정차한 상태로 길게 경적을 울렸고 선거운동원들이 다가와 승용차의 앞과 옆에서 제지하고 있음에도 승용차를 전진시켜 선거운동원 일부가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내란으로 정치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진 와중에 치러진 조기 대선이었기에 이 사건 영상은 순식간에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가며 화제가 되었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후 피의자들이 경찰에 긴급체포 됐으나 검찰의 판단에 따라 석방됐다는 정도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4개월이 흐르는 동안 민주주의의 꽃 이라는 선거를 방해하고 승용차로 선거운동원들에게 상해를 가했던 큰 사건에 대한 추가 보도는 없었다. 그렇게 사건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선거 방해 혐의 를 받는 중대한 사건 결과 확인을 통해 향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당시 사건 관련자를 취재하여 판결문을 입수했으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 판결]
사건 가. 공직선거법 위반
나. 특수상해
피고인 A를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 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를 벌금 4,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재판부는 친구 사이인 A와 B가 신매광장 앞 도로에서 박 의원이 선거유세 차량 단상에 올라 연설하는 것을 보고 그 차량 앞을 지나면서 경적을 길게 울리는 방법으로 연설을 방해하기로 공모했고, 이에 따라 A는 승용차를 운전하여 선거유세 차량 앞으로 이동시켜 경적을 약 8초 동안 길게 울리면서 지나갔으며, 약 2분 후 동일한 장소로 돌아와 승용차를 정차한 상태로 약 10초 동안 길게 울려 연설을 방해했음을 범죄사실로 명시했다.
또 승용차를 운전했던 A에 대해서 2회에 걸쳐 경적을 길게 울리는 방법으로 연설을 방해하여, 다수의 선거운동원들이 승용차의 앞 또는 옆에서 차문 등을 붙잡은 채로 제지하고 있음에도, 승용차를 그대로 진행하여 상해를 가하였다 며 선거에 관하여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을 폭행하는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함과 동시에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각각 가하였다는 특수상해죄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민주정치의 근간이 되는 선거의 자유라는 중대한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 이라고 판단하면서 선거사무원 등에 대한 폭행의 정도나 방법 및 도구의 위험성, 당시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한 거리에 유동인구가 많았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고 명시하면서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점, 피고인들의 기존 형사처벌 전력 여부, A가 특수상해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B는 특수상해에 가담하지 않은 점,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했다고 명시했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 유튜브, SNS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됐고 많은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후속 보도는 대구 지역 매체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속보 경쟁 @챗지피티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매일 시시각각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고 보통의 언론과 뉴미디어 등은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가 될 만한 사건을 추려 앞다투어 보도한다. 쏟아지는 대량의 보도를 대중들이 미처 소화하기도 전에, 그들은 새로운 사건 보도를 경쟁적으로 생산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앞서 보도한 사건의 결말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거나 취재를 아예 건너뛰게 되고, 초기 보도 내용 대비 뒤에 밝혀진 사실 관계에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 이후에도 언론이 이를 가볍게 다루게 된다면 수동적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대중들이 많을수록 초기 보도 내용만 기억한 채 이후 확인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독자가 생길 수 있고 사실관계와 다른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손혜원 전 의원의 투기 혐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뇌물수수·공직자윤리법 위반·증거은닉교사 등 혐의, 윤미향 전 의원의 준사기·공중위생관리법 위반·업무상 배임·업무상 횡령 등 혐의다. 비록 이들의 혐의 일부는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됐으나 사건 발생 당시의 혐의에 대한 언론 보도와 대법원 확정 이후 언론보도 정황을 고려하면 검찰이 기소하고 언론이 보도를 쏟아낸 내용에 비해 각 혐의의 유·무죄 사실 관계 전달이 얼마나 빈약한지 알 수 있다.
모든 언론 보도에 대해 후속 보도를 통한 완결성 확보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들은(정치 뿐만 아니라 흉악 범죄, 갑질 논란 등) 가십거리 위주의 보도를 넘어 후속 보도를 통한 사실 전달 완성 을 지향하는 것이, 사건의 시작만 인지하고 결말을 모르는 독자들을 줄이는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최우혁 시민기자 hyeok05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