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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원자력 확대가 만능키라는 핵공학 엘리트들

원자력 확대가 만능키라는 핵공학 엘리트들
[뉴스]
2024년 10월부터 차례로 내놓은 원자력 관련 정책보고서 일곱 권은 내용상 현 정부 정책의 근거가 되는 보고서 아닌가 의심이 든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기후위기가 와도 원전이고, AI 전력수요가 늘어도 원전이다. 러시아 핵연료 의존 문제에는 국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사용후핵연료 문제에는 재처리를, 북핵 위협에는 핵추진잠수함을 제시한다. 서로 다른 국가적 위기가 모두 원자력 확대라는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미·중 패권경쟁과 러시아 제재, 중동 원전시장을 한국 원자력산업의 기회로 해석했다. 이어 국내 원전산업의 통합과 원전·SMR 확대를 제안했다. 다시 핵연료 공급망 불안을 내세워 국내 농축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에는 핵추진잠수함과 미국 원전시장 진출까지 원자력산업을 한미 원자력·안보 패키지로 묶었다. 기후위기와 공급망 불안, 미·중 경쟁과 북핵 위협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러나 위기가 실제라고 해서 서울대 핵공학 엘리트들이 제시한 해법까지 국가적으로 최선이라는 결론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가 시급하다는 사실이 건설에 15년 걸리는 신규 원전의 필요성과 경제성을 입증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전망도 원전의 실제 발주와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러시아 핵연료 의존은 공급선 다변화와 장기계약, 전략비축으로도 줄일 수 있다. 북핵 위협이 존재하더라도 핵추진잠수함이 재래식 잠수함과 무인체계, 대잠전력보다 효과적인지는 엄밀히 따져야 한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이러한 현실적 대안과 비교는 거의 없다. 원자력이라는 결론을 먼저 정해 놓고 기후위기와 안보위기, 공급망 불안을 그 근거로 끌어들였다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SMR도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반복 생산하면 건설비가 낮아진다고 하지만, 충분한 주문과 높은 공장 가동률이 확보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아직 제대로 건설하고 운영해 보지도 않은 기술의 미래 가격을 현재의 대규모 투자의 근거로 삼고 있다. 기술적 가능성과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혼동하고 엄연한 현실의 문제는 건너 뛰고 장밋빛만 비추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SMR(소형 모듈원자로) 가상 이미지 ©미래백년연구소 해보지도 않았는데 예산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문제는 기술의 검증보다 투자 규모가 먼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i-SMR 기술개발에 3992억 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정부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상세설계에 다시 590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별도로 SMR 혁신제조 기술개발에도 2695억 원이 들어가는 등 신규 경수로·비경수로 합산 2조 8000억 원 규모다. 원자로를 한 기도 상용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계개발이 상세설계와 제조시설 투자로 계속 확대되는 것이다. 정부의 핵융합 연구개발 예산은 2025년 564억 원에서 2026년 1124억 원으로 1년 만에 99% 늘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는 완공이 2034년으로 늦어지면서 한국의 분담액이 1조 3063억 원 추가돼 총 2조 9495억 원으로 증가했다. 원자력 확대정책을 안보 의제로 삼은 결과, 지금까지 해온 결과 없는 연구의 반복을 위한 대규모 연구비를 확보했으니 대성공 아닌가? 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다. 폐기물의 형태를 바꾸고 관리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분리시설과 연료제조시설, 고속로와 최종 처분장이 추가로 필요하다. 비용은 늘고 관리기간은 길어지며 핵물질의 이동과 분리에 따른 보안·비확산 위험도 커진다. 그런데도 이를 핵폐기물의 해법이자 ‘기술주권’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조금 앞서간 미국, 일본, 프랑스를 보면 ‘수백, 수천 조 원’의 재처리, 폐기물처리, 처분 비용을 계속 집행하고 있는데도앞으로 얼마가 더 늘지 모르는 상황이다. 무분별한 핵산업 확대로 인해 값싼 전기를 사용한다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비싼 청구서가 날아들어 올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보고서의 더 큰 문제는 모든 의제를 한미 패키지로 묶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자본과 제조역량으로 미국 원자력산업의 재건을 돕고, 그 대가로 농축·재처리와 핵잠수함 연료에 관한 제한적인 권한을 얻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핵물질과 기술이전, 수출과 연료 사용의 최종 승인권은 여전히 미국이 갖는다. 한국은 자본과 제조역량을 제공하고 건설과 막대한 투자 위험을 부담해도, 미국은 핵심 통제권을 놓지 않는다. 대미 원전 투자로 미국 공급망이 살아나면 한국은 미국 하청구조로 들어갈 수도 있다. 어째서, 왜 그리고 누구를 위해 막대한 투자 위험까지 감수하며 미국 원전에 거액을 투자하는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핵주권을 일부 얻는 대신 산업·외교·안보정책의 국가주권이 더욱 종속된다면 이를 성공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사우디의 핵협정 조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안전과 책임은 뒷전, 누가 이익을 챙기는가만 분명 보고서들이 특히 가장 소홀히 다룬 것은 원자력의 부작용과 안전 문제다. 원전과 SMR의 이용, 수출과 산업 육성은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중대사고와 노후원전 위험, 사용후핵연료 처분, 해체비용과 사업 실패의 책임은 다루지 않는다. 공사가 지연되고 사업비가 늘어나거나 해외 투자가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지고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도 제대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반면 누가 이익을 얻는지는 명확하다. 원전기업과 건설사에는 신규 사업과 수출 물량이 생긴다. 연구기관과 대학에는 연구비와 실증사업이 늘어난다. 공기업과 군에는 조직과 권한이 확대된다. 미국 원자력산업은 한국의 자본과 제조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적 금융의 손실과 공기업 부채, 사고와 핵폐기물, 해체비용과 입지 갈등은 국민과 지역사회, 미래세대에게 부담으로 남는다. 보고서 작성자들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정책을 만들었다고 볼 수 없겠지만 원자력 확대가 자신들의 연구비와 사업, 조직과 권한을 계속 키우는 구조라면, 이해관계를 먼저 공개하고 독립적인 검증을 먼저 받아야 한다. 자신들이 기획하고, 자신들이 수행하며, 자신들이 평가한 결과로 다시 국가사업을 확대하는 폐쇄적 사업구조가 결과 없이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원자력 확대가 정말 필요하다면, 그것이 에너지 효율과 수요 관리,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전력망 확충, 핵연료 공급선 다변화보다 빠르고 안전하며 경제적이라는 사실부터 같은 기준으로 입증해야 한다. 전 생애 비용과 최악의 실패비용을 공개하고, 안전과 핵폐기물, 비확산과 외교적 영향을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정 이해집단 아닌 국민 미래 위한 국가정책 세워야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국가의 미래전략은 특정 학과와 산업, 연구기관의 생존전략이 될 수 없다. 충분한 검증도 없이 원전·SMR·농축·재처리·핵추진잠수함·대미 투자를 하나의 패키지로 밀어붙인다면, 그것은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이 아니다. 안보산업의 반열에 억지로 올려 놓음으로써 원자력 이해집단의 미래를 국민의 돈과 국가의 책임으로 보증해 주는 정책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책보고서 내용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했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 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이정윤 시민기자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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