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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조세이탄광 유골 발굴, 이제 법이 답해야 할 질문들

조세이탄광 유골 발굴, 이제 법이 답해야 할 질문들
[사회혁신]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회 의 우에다 게이지 사무국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관음종 낙산묘각사에서 유골 조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5.8.12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세이(장생 長生)탄광에서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골을 찾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신원을 확인하고, 기록을 복원하고, 유족에게 사실을 알리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난 뒤에는 더 어려운 질문이 남는다.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조세이탄광 문제를 단순히 과거의 비극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건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가와 개인의 관계, 인권의 보편성, 국가 간 합의의 한계, 그리고 과거의 책임을 오늘날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법적 질문을 함께 던지고 있다. 지난 12일 게재한 조세이탄광 유골, 84년 만에 다시 우리 앞에 제목의 글에 나는 조세이탄광 문제를 한 사람의 이름을 찾는 일에서 시작되는 역사와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이름을 찾은 뒤 국가와 법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국가 간 합의가 개인의 권리까지 끝낼 수 있는가. 조세이탄광 문제를 법적으로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다. 협정 제2조에는 양국 및 국민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취지의 문구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이 생긴다. 국가가 체결한 합의가 개인의 권리까지 완전히 매듭지을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지금까지 한일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에서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적 권리 문제를 국가 간 청구권 협정과 구분해 바라보는 법리가 제시되어 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1965년 협정을 통해 청구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한일 양국의 법적 인식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이 문제를 하나의 문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가 간 조약의 효력과 개인의 국내법상 권리, 국제법상 국가책임과 국내 법원의 판단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국가가 외교적 합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입은 피해와 존엄의 침해까지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인가. 필자는 이 질문을 조세이탄광 문제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이나 국가 간 청구권 문제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기억하고 진실을 확인받으며 적절한 구제를 요구할 권리는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현대 국제인권법이 발전하면서 국가 간 관계만이 아니라 피해자 개인의 권리와 존엄을 중심으로 국제법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조세이탄광의 유골은 바로 그 변화된 법적 시각을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다.   일본 공산당 고이케 아키라 의원이 28일 도쿄 참의원(상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은 1942년 탄광 수몰 사고로 숨진 조선인들의 유골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잠수 조사를 하고 있다. 2025.2.28 연합뉴스 자료사진 두 번째 문제는 진상규명이다.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과 그 사람이 어떤 경위로 장생탄광에 오게 되었는지, 당시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그래서 진상규명은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선다. 국제인권법에서는 중대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피해자와 유족이 진실을 알 권리, 이른바 ‘진실에 대한 권리(right to truth)’에 관한 논의가 발전해 왔다. 조세이탄광도 발굴된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관련 명부와 탄광 자료, 행정기록, 기업자료, 당시 언론자료와 유족의 증언 등을 서로 연결해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공적인 조사 권한과 제도적 기반이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왔지만, 과거사 문제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조사체계가 필요하다. 과거사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기록은 사라지고 증언자는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문제는 한일 양국의 법과 정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피해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과거사 문제를 다시 바라보려는 법적 판단이 이어져 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사법적 판단과 정부의 외교적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쪽의 법적 판단만을 계속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법적 판단은 중요하다. 그러나 법원 판결만으로 역사적 갈등 전체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외교적 합의만으로 피해자의 권리와 기억을 정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법과 외교 사이에 새로운 소통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모든 역사적·법적 해석에 동의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 양국의 법률가와 국제법학자, 피해자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한일 공동 과거사 법률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검토해볼 수 있다. 이 기구의 역할은 판결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강제동원과 유골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쟁점의 법적 쟁점을 공동으로 검토하고, 양국의 판례와 법률 체계를 비교하며, 피해자 중심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법적 책임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모든 대화까지 중단하지 않는 것이다. 법은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갈등을 이해하기 위한 대화의 언어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법률위원회는 ‘법을 통한 화해’, 즉 Legal Reconciliation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일본조세이탄광희생자 한국유족회 양현 회장(가운데)이 8일 도쿄 중의원(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일본 정부에 1942년 조세이(長生) 탄광 참사 때 숨진 조선인 136명의 유골 발굴을 촉구하고 있다. 2023.12.8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거대한 정치적 합의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세이탄광처럼 인도주의적 성격이 강한 영역부터 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 가령 ‘한일 인도주의 유골관리 협약’과 같은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공동조사 → 공동 신원확인 → 존엄한 보관과 봉환 → 공동추모라는 최소한의 절차를 양국이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은 과거사 전체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나 법적 책임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된다. 유골을 찾고 신원을 확인하며 유족에게 돌려주는 일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이런 영역에서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작은 영역부터 협력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전쟁 공조에서 평화 공조로’라는 방향을 현실에서 만들어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피해자 중심의 ‘기억·책임·미래기금(Memory, Responsibility & Future Fund)’이다. 독일의 ‘기억·책임·미래재단(EVZ)’ 사례가 하나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물론 한일 과거사에 독일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발상은 참고할 수 있다. 과거의 피해를 단순히 금전적 배상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기억하고, 기록하고, 교육하고, 미래세대에게 전달하는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가령 기금이 만들어진다면 유골 봉환과 추모사업뿐 아니라 역사자료의 수집과 보존, 전시와 교육, 연구지원, 청년 평화·인권 프로그램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거사 문제는 단순히 얼마를 배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우리는 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여기에서 반드시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증거다. 유골의 유전자(DNA) 분석 결과와 법의학적 자료, 희생자 명단, 가족관계 자료, 당시 행정기록과 기업자료, 유족의 증언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조세이탄광과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는 공적 기록 아카이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역사자료실이 아니다. 언젠가 새로운 유골이 발견됐을 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을 때 과거의 기록을 다시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나아가 피해자의 권리구제나 인권절차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결국 기억은 기록으로 남아야 권리가 된다. 그리고 기록은 가능한 한 사건이 발생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체계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조금 더 창의적으로 국제법적 접근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한일 양국의 국제법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한일 역사정의 백서’를 만드는 것이다. 각국의 주장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의 법률과 판례, 국제법상 쟁점, 국제적 판단의 흐름, 향후 해결방안을 함께 정리하는 것이다.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법률가와 연구자들이 사실과 법리를 놓고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더 과감하게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자문 절차를 활용할 가능성도 학술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ICJ의 자문 의견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소송 판결과 같은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며, 국가 간 합의만으로 양국이 원하는 방식의 ‘공동질의’를 바로 제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제기구가 자문을 요청할 수 있는 주체와 절차 등 별도의 법적 요건을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제사법기관의 해석을 활용해 법적 쟁점을 보다 객관적인 국제법의 장으로 옮기는 가능성 자체는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절차를 제안하는 데 있지 않다. 법적 교착을 그대로 두지 않고 새로운 대화의 통로를 찾아보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책임을 묻는 법’만이 아니다 장생탄광 문제를 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나는 법의 역할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법은 잘못한 사람을 처벌하거나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보호할 것인지, 무엇을 기록할 것인지,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피해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제도 안으로 가져올 것인지,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미래의 교훈으로 남길 것인지도 법이 결정한다. 그래서 장생탄광 문제는 우리에게 법의 역할을 다시 묻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처벌하는 법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억을 보존하는 법, 진실을 확인하는 법, 피해자의 존엄을 회복하는 법, 그리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 법은 기억을 닫는 문이 아니라, 다시 여는 창이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136명이 해저 탄광에서 목숨을 잃은 조세이(長生)탄광 수몰사고 발생 80년을 맞은 3일 오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앞바다에 조세이(長生)탄광 물비상(水非常·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관계자들이 이날 추도 의식을 하면서 바다에 던진 꽃이 물에 떠 있다. 조세이탄광의 배기·배수시설이던 콘크리트 구조물 피야 가 물 위로 솟아 있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2022.2.3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세이탄광의 유골은 8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우리 앞에 왔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기록을 복원해야 한다. 유족에게 사실을 돌려드려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제도로 남겨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를 바라보는 법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유골을 찾고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까지 갈등의 영역으로 남겨둘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지점부터 새로운 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 공동조사에서 시작해 기록을 공유하고, 법적 쟁점을 대화하며, 피해자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 그것이 조세이탄광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또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과 미래를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니다. 기억하지 않는 사회는 같은 질문을 다시 만나게 된다. 반대로 과거의 잘못을 정확히 기록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제도 안에 남기며,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사회는 과거의 비극을 미래의 평화를 위한 교훈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조세이탄광 유골 발굴은 단순히 과거의 유골을 찾는 작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법과 제도가 인간의 존엄을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일 양국이 그 과정에 협력할 수 있다면, 조세이탄광은 과거의 갈등을 상징하는 장소를 넘어 새로운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소가 될 수 있다. 결국 법은 기억을 닫는 문이어서는 안 된다. 법은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을 다시 열고, 그 기억을 책임으로 바꾸며, 책임을 미래의 약속으로 이어가는 창이어야 한다. 그것이 조세이탄광의 바닷속에서 발견된 유골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에 대한, 우리가 찾아야 할 답이라고 생각한다.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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