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러 영화⑤] 한국계 이민자들의 국가대표 도전기 [사람들] (편집자 주) 시민언론민들레는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를 공동주최합니다. 휘슬러영화제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침묵 당한 목소리를 스크린 위로 불러내는 영화제로, 2024년 첫걸음을 뗀 뒤 올해로 3회를 맞았습니다. 제3회 영화제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립니다. 올해는 약 260편이 출품된 가운데 18개 국 46편이 상영되고, 영화와 함께 4차례의 포럼도 마련됩니다. 슬로건은 너의 비밀을 말해봐 입니다. 민들레는 영화제의 의미를 독자와 함께 나누기 위해 영화제 기간까지 출품작 소개 글을 연재합니다.
체이싱 플라스틱(Chasing Plastic: Team Korea Great Grand Masters) 공식 포스터. 2026.10.20.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체이싱 플라스틱(Chasing Plastic: Team Korea Great Grand Masters) |캐머런 밥콕(Cameron Babcock)·영 변(Young Byun), 미국, 77분, 다큐멘터리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박수
누군가가 부는 호루라기 소리는 우리 모두에게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휘슬러(Whistler) 영화제가 3회를 맞는다. 영화제는 이름의 의미처럼 불의와 부당한 권력에 침묵하지 않고, 영화로 사회에 경고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 을 중요한 취지로 삼고 있다. 그래서 자칫 영화제가 정치 영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호루라기는 경고이기 전에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휘슬러영화제가 들려주려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이웃의 이야기다.
제2회 영화제에는 내면의 고통과 갈등, 침묵당한 부조리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올해 제3회 영화제에서는 세계 곳곳의 전쟁, 폭력, 차별과 소외된 삶을 담아낸 영화들과 함께 저널리즘 섹션 과 인생 2막 섹션 등 특별 섹션을 구성해 변화를 준 것이 주목된다. 출품작과 상영작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면서 영화제의 폭도 한층 넓어졌다.
영화 체이싱 플라스틱(Chasing Plastic: Team Korea Great Grand Masters) 중 한 장면. 2026.10.20.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그 가운데 〈체이싱 플라스틱(Chasing Plastic)〉은 2024 월드 마스터스 얼티밋 챔피언십에 참가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첫 승리를 얻기까지의 5일간의 기록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얼티밋(Ultimate) 이란 경기를 위해 모인 팀원들은 주로 한국인 이민자들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고민하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낯선 땅에서 살아온 이들이 국가대표 라는 이름 아래 다시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이미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얻은 1승이 디딤돌이 되어 한국에 얼티밋이 영감을 주는 스포츠가 되기를 희망한다.
영화 제목 체이싱 플라스틱은 프리스비(Frisbee) 라는 원반 플라스틱을 패스해 상대편 엔드존에 있는 팀원이 잡으면 득점하는 얼티밋(Ultimate) 경기를 표현한 말이다. 얼티밋은 심판 없이 선수들이 스스로 판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정신으로 삼는 운동이기도 하다. 영화는 다치고 넘어져도 굴하지 않고 마침내 승리를 얻은 그들이 일주일간의 여정 속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유대감을 느끼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순간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이긴 순간의 환호만이 아니라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장면들이 오래 남는다.
영화 체이싱 플라스틱(Chasing Plastic: Team Korea Great Grand Masters) 중 한 장면. 2026.10.20.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제공
그들 중 한 사람이 남긴 말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박수 는 단지 경기 팀원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보내는 말이다. 우리 모두도 삶이라는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 2막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이 박수가 스크린 밖의 우리에게도 닿기를 바란다.
정한숙 지식과세상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
특히 올해는 이 영화의 감독과 제작진이 대거 한국을 찾아 관객을 직접 만난다. 상영이 끝나면 감독과 제작진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이어진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이들이 한자리에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그 현장에서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기대해 본다.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본 관객과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박수,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될 것이다.
인생 2막을 응원하는 다큐를 내년에도 보고 싶다. 휘슬러영화제가 우리 곁에 계속 있어야 하는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글/정한숙 지식과세상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
덧붙이는 글|휘슬러영화제는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영화제입니다.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침묵 당했던 목소리를 내는 영화에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텀블벅 바로가기 링크 https://tumblbug.com/2026swff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swff2024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