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관 판결문 이 불러낸 한동훈…계엄 당정대 파헤친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의원 오른편은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가명)씨. 2026.8.4 [공동취재]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 1심 판결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2024년 12월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회의에 대해 상세히 기재했다. 당시 회의에는 한덕수 총리와 박 장관을 비롯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방기선 총리실 국무조정실장, 주호영·나경원·김기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관 재판부는 당정대 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방안과 수습 방안을 논의한 한편,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와 수사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당시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바라본 시각과 대체적으로 일치했다. 여기에다 박 전 장관의 업무 수첩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회의를 마친 뒤 박 전 장관이 임세진 전 법무부 검찰과장에게 계엄 정당화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그날 저녁 안가 회동 참석자들이 이렇게 작성된 문건을 토대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에 관한 논리를 구성해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짚었다.
당정대 회의 내용이 향후 관련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3대 특검이 남긴 의혹을 수사하는 2차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12일 오전 10시 참고인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그런데 한 의원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 이재명 정권의 정치특검이 언플(언론 플레이)을 했다 며 저런 (내용의) 참고인 소환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 고 부인했다.
그는 저는 계엄 당일 여당 대표임에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계엄을 저지했다 면 선거 기간에 아무 이유도 없이 출국금지 시켜놓고 몇 달씩 멋대로 연장해가면서도 한 번도 부르지도 못하더니, 이제 와서 보여주기식 언플이나 하는 이재명 정권의 정치특검이 하려는 정치 수사를 도와줄 생각은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은 한 의원이 출두하면 당정대 회의에 참석한 경위와 논의한 내용, 당일 저녁 삼청동 안가 회동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당정대 회의와 안가 회동에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개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 자격으로 당정대 회의에 참석했던 한동훈 의원은 그 뒤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에게 계엄이 경고성일 수 없다 며 윤 전 대통령 탈당 요구를 한 총리와 정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진관 부장판사 2026.1.21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당정대 회의에서 세 가지 핵심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 집중시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부담을 줄여야 하며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등 임기를 중단시키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대통령이 직접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공유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당시 회의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분산하고 수사와 탄핵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편,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고 봤다.
회의 직후 논의됐던 내용대로 진행됐다.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대구시장은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회의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밤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대하는 당론이 채택됐다. 한 의원은 내란을 막는 데 앞장섰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찬동하는 데 실패했다. 그 뒤 김용현 전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포기했다. 윤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의 배경과 입장을 설명했다.
다만 추경호 시장 측은 해당 회의가 계엄 선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자리였을 뿐이라며 재판부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시장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의원도 해당 회의에서 계엄 정당화 논의가 있었다는 판결문 내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최욱의 매불쇼 화면 갈무리
최욱의 매불쇼 화면 갈무리
최욱의 매불쇼 화면 갈무리
봉지욱 기자는 이날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 에 출연해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한 의원에게 내란방조, 범인 도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겠다며 당정대 회의 이후 같은 달 7일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유지했고, 다음날(8일)에는 한덕수 총리와 함께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 운운하며 공동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표에 나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특검은 내란 종료 시점을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같은 달 14일로 보고 있어서 한 의원의 행동을 적어도 내란을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봉 기자는 한 의원의 세 가지 혐의가 유죄로 인정받으려면 계엄 선포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한 의원이 지난해 2월 펴낸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 를 소개했다. 봉 기자는 한 의원이 정치인 체포 명단에 포함돼 있으니 피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책에 쓴 것을 봤을 때 그가 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여의도 당사로 향하던 차 안에서 체포 가능성 언질을 받았다고 책에 썼다. 당사 도착 시간을 밤 11시 5분이라고도 밝혔다. 디지털타임스의 지난해 2월 26일 기사 중 해당 대목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2024년)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알고 사태 해결을 위해 여의도 당사로 향하던 중 차 안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명망 있는 여권 인사 로부터 자신의 체포 가능성에 대한 언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인사는 한 전 대표에게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며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되지 않도록 휴대폰도 꺼놔라. 가족들도 피신시켜라 고 조언했다고 한다.
다음은 한 의원의 12월 6일 아침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발언 내용을 전한 jtbc 보도 내용이다.
한 대표는 오늘(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어제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탄핵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며 하지만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어젯밤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한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 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체포한 정치인들을 과천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 했다는 구체적 계획이 있었던 것도 파악했다 고 덧붙였습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군 인사에 대한 조치조차 하지 않고 여인형 방첩 사령관조차 인사조치 하지 않고 있다 며 그리고 이번 불법 계엄이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에는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현될 우려가 크고, 그로 인해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 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오직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저는 믿는다 고 했습니다.
두 보도로만 판단하면, 한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체포될 수 있으니 빨리 피신하라는 정도의 짧은 언질만을 받고 당사에 도착했으며, 이틀 뒤에야 자신을 비롯해 적지 않은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계획이 있었음을 알고 탄핵 반대 당론을 수정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자신을 따르는 의원들에게 2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 찬성 표를 던질 것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행동은 일관되지 않았다. 이틀 뒤 이번에는 한 총리와 공동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본인은 계엄과 내란을 저지했다고 한껏 뽐내지만 한때 내란을 방조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고, 나아가 헌법에 전혀 규정돼 있지않은 공동정부 를 운영하겠다는 허황된 계획으로 윤 전 대통령을 비호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하고 김건희 여사의 수사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6.22 연합뉴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31일 2심 첫 공판에서 1심 판결에 대해 궁예 관심법 논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잘못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가 맡은 자신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등 혐의와 이완규 전 법제처장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변론을 통해 원심이 엄격한 증거 없이 추론만으로 핵심 공소사실에 대해 왜곡된 판단을 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피고인의) 무죄 추정을 (유죄로) 번복하려면 직접 증거에 버금갈 정도여야 하고, 간접 증거는 압도적으로 우월해야 한다”며 원심에서 대법 판례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고려 시대 궁예 관심법 논리로 (유죄를) 추단하고 피고인 주장을 배척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고, 교정 시설 수용 여력을 점검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해제 뒤 법무부 감찰과에 계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있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의 두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로부터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 상황을 묻는 문자를 받고 나서, 하급자에게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선 공소기각 판결했다. 내란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내란특검은 앞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가 취하했다. 2심 재판부에도 이날 박 전 장관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만 요청했다. 재판부는 특검 측에 김 여사 관련 혐의를 제외해 공소사실을 정리해달라”고 밝혔다. 2차 공판은 오는 24일로 윤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함께 기소된 이 전 처장에 대해선 변론을 종결했다. 이 전 처장은 계엄 선포 이튿날 열린 삼청동 안가 회동을 단순 친목 모임이라고 진술해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해당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처장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이 합당하지만 절차적으로 따지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그 공소사실에 관해 실체 판단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이 전 처장 측은 특검의 수사 범위가 아니라는 점에 수긍하면서도 공소기각은 불이익한 판결”이라며 무죄를 내려달라고 최종 변론을 했다.
박 전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은 수사 주체가 모호해진 상태다. 내란특검은 지난달 30일 사건을 2차 종합특검에 넘겼으나, 종합특검은 내란특검의 항소 취하로 공소기각이 확정된 판결이기 때문에 이첩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이첩을 거부했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