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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더 강한 처벌과 감시만이 흉악 범죄 막을 대안일까

더 강한 처벌과 감시만이 흉악 범죄 막을 대안일까
[칼럼]
며칠 전 인천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향한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10여 명에 달하는 시민이 부상을 입는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다. 노년 남성인 범인은 이미 몇 차례나 살인미수로 투옥된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자발찌 를 착용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과 여론은 분노와 공포에 휩싸였다. 저토록 위험한 흉악 범죄자가 왜 버젓이 돌아다니며 제대로 처벌과 감시를 받지 않았는가 라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잔혹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하는 이러한 반응은 시민들의 정당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동시에 범죄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의 주된 시선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는 범죄자를 단호하고 강력하게 처벌하고 사법적 감시를 극대화해서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관점과 여론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응징주의적 관점은 오랫동안 이야기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에서도 드러난다. 어린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중적 동의를 얻고 있다.    의자로 흉기난동범 제압하려는 시민 [인천경찰청 제공]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과 같이, 강력한 공권력을 통한 시원한 응징을 다룬 콘텐츠가 대중적 호응을 얻는 현상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우범소년 제도 또한 동일한 맥락에 서 있다. 현행 소년법상 우범소년 제도는 아직 구체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선제적으로 소년원에 감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제도가 실제로 적용되는 대상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가정폭력이나 학대, 극심한 빈곤을 피해 가출한 위기 청소년들이다. 국가와 사회가 마땅히 제공해야 할 복지와 보호, 제도적 지원의 대상이어야 할 피해 청소년들을 단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는 의심만으로 사법적 처벌과 감금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인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제도가 비판 속에서도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바탕에도 감시와 격리, 그리고 처벌만이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는 강력한 논리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관점과 여론은 이번 여름 법무부가 추진했던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 사업 의 좌절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당초 법무부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교도소 및 구치소 내부 온도가 37도까지 넘어서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노약자와 환자 등 취약 수용자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약 12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복도 냉방설비를 보강하려는 사업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범죄자들에게 무슨 에어컨이냐 , 감옥을 호텔로 만들 것이냐 라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수용자의 인권을 최소한이나마 보장하겠다는 시도는 범죄자는 고통받아야 마땅하다 는 정서 앞에 무력하게 고개 숙였고 결국 법무부는 해당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말았다.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키는 잔혹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은 범죄자를 사형이나 무기징역과 같은 가장 극단적인 형벌로 응징할 것을 요구한다.     한동훈은 법무장관 시절에 범죄자 강력 처벌을 주장했다. 출처 - 유튜브 젊은 시각 에서 화면 캡쳐 범죄 발생의 구조적·사회적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범죄자 개개인의 형사적 처벌과 사법적 격리를 최우선시해 온 결과, 교정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교정시설의 심각한 과밀화 현상이다. 2025년 기준으로 전국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정원의 125%에 달하며, 수도권 및 일부 지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140%를 초과할 정도로 정원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약 7.4평(24.5㎡) 정도의 수용실 하나에 보통 15명에서 17명에 달하는 인원을 쑤셔 넣듯 수용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면 수감자 1인당 배분되는 공간은 겨우 0.5평(1.65㎡) 남짓에 불과하게 된다. 신문지 두 장을 겨우 깔고 누울 수 있는 비좁은 공간에서 밀집 수용되어 생활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정시설 내부에서도 65세 이상 고령 수감자의 비율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고령의 수감자들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정시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의 규모 역시 지난 10년 사이에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밀 수용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한 교정시설 내에서 고령 질환자나 정신질환 수용자를 위한 각종 의료 지원, 돌봄과 관리의 부담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음을 뜻한다. 이처럼 폭증하는 보건·돌봄과 관리의 부담을 재정과 인력의 획기적인 확대로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그 균열은 교정시설 내부의 각종 사고와 폭력적 충돌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한국의 교정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교정시설에서 발생한 수용자 간의 폭행, 자살 시도, 금지 물품 반입 등 각종 사건·사고는 지난 10년 사이에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수용자가 교정공무원을 폭행하는 난동 사고도 같은 기간 동안 4배 가까이 폭증했다고 한다. 이런 부담과 위험에 노출된 결과, 전국 교정공무원 5명 중 1명은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들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법무부가 발표한 2026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정공무원이 실제로 자살 계획을 경험한 비율은 일반 성인과 비교했을 때 무려 약 2.4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기자단이 수용자의 하루 일과를 직접 체험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와 같은 상황과 조건에서, 형집행법 제1조에 명시된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 라는 목적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교화되기보다 비슷한 범죄나 더욱 강력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회전문 징역 현상이다. 더구나, 우리가 직시해야 할 엄혹한 진실은, 지금과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히는 이들이 특정 집단에서 더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유복한 중산층이나 부유층 출신보다는, 사회의 최하층과 주변부에 몰려 있는 이들이 범죄의 환경에 노출되고 감옥에 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 예컨대 2025년에 이 전국 소년원생 885명을 설문조사했을 때 53%가 부모의 죽음, 학대, 방임 을 경험했고, 55%가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에 따르면 경제적 하층이 범죄 피의자의 다수였고, 법무부의 교정시설 수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졸 이하가 70% 이상이었다. 범죄라는 현상 뒤에는 빈곤, 실업, 가정 해체 등의 구조가 있다. 범죄를 저지른 저소득·저학력 계층의 사람들은 형사 처벌과 감금의 과정에서 얼마 남아 있지 않던 삶의 기반, 인간관계마저 끊어지게 된다. 감옥은 단순 격리를 넘어 이들을 교화시켜 성공적으로 사회로 복귀시켜주기 어렵다.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감옥을 나와도 갈 곳이나 일할 곳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이 스스로 삶을 살아가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은 줄어든다.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삐뚤어진 불만과 분노만 키우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변해간다. 나이가 들수록 최소한의 의식주나 기본적 의료를 지원해주던 감옥 안을 그리워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그러면 더욱 자포자기적인 위험한 상태가 된다. 우리 사회도 이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자발찌를 채우고 감시한다.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3일 인천 흉기 난동 현장을 찾아 사건 현장을 둘러본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3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교정과 교화보다 감금과 처벌에만 그치는 감옥에서 나온 범죄자는 ‘괴물’로 찍혀 사회적으로 배제되다가 결국 또다시 타인을 해치게 되고, 누군가는 더 큰 고통과 피해를 겪게 된다. 이것은 개인의 실패를 넘어서 사회의 실패이고, 감시와 처벌에만 매달리면서 범죄자의 교화와 사회 복귀는 외면해 온 우리가 마주한 진실이 아닐까? 따라서 우리는 범죄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의심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강력한 처벌을 하고 더 많은 이들을 감옥에 가두는 것으로는 제2, 제3의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차단할 수가 없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소외라는 근본 원인을 직시하며 범죄자들의 실질적인 교정교화와 사회 복귀를 이끌어낼 길을 찾아야 한다.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를 연구해온 정신의학자인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이렇게 말한다. 사법 시스템은 법망에 걸려든 한 줌의 개별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미 가해자가 된 사람들을 재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가해 위험을 악화시키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을 쇄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디스 루이스 허먼,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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