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극우의 산업이 되다 [사회혁신] 앞선 글이 누가 여론을 조직했는지를 추적했다면, 이번 글은 그 여론을 누가 증폭하고 보상했는지를 묻습니다. 플랫폼은 극우의 세계관을 처음 만든 주체가 아닙니다. 그러나 분노와 혐오가 오래 머물고 더 멀리 퍼지며 마침내 수익으로 바뀌게 한 핵심 매개체였습니다.
2025년 1월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뒤덮였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서자 극우·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현장을 생중계했습니다.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은 화면 안에서 ‘대통령을 빼앗으려는 공격’으로 바뀌었습니다. 진행자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외쳤고, 시청자의 후원금은 화면 위로 쉼 없이 올라갔습니다.
분노가 후원금으로 바뀌는 장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탄핵 국면을 다룬 극우·보수 성향 유튜브 생방송의 채팅창에 정치적 구호와 유료 후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정치적 위기가 커질수록 시청자가 몰리고, 강한 위기감과 적대적 주장은 더 많은 조회수와 후원을 불러왔다. 극우 여론산업에서 분노는 단순한 정치적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콘텐츠가 되고 수익이 되며, 다시 집회와 미디어, 조직을 유지하는 경제적 기반으로 전환된다.
‘2030 극우·보수 청년 결집’을 내세운 한 채널은 이날 생방송으로 슈퍼챗 약 1,770만 원을 벌었습니다. 유튜브 광고와 멤버십, 개인 계좌 후원금은 제외된 금액입니다. 국가적 혼란이 커질수록 시청자가 몰렸고, 위기가 임박했다는 외침이 거세질수록 후원금도 늘었습니다(『세계일보』, 2025.2.16; 『경향신문』, 2025.2.17).
화면 위에 쌓인 것은 후원금만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이 공격받고 있다’는 위기의 서사도 함께 쌓였습니다. 시청자는 그 서사를 믿고 돈을 보냈고, 후원금은 더 많은 생중계와 영상을 만드는 비용이 됐습니다. 분노가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가 돈을 벌며, 그 돈이 다시 더 강한 분노를 생산하는 순환이 시작된 것입니다.
과거의 댓글공작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돈을 썼다면, 오늘의 플랫폼 인지전(認知戰)은 정치적 선동으로 돈을 법니다. 분노는 조회수가 되고 조회수는 다시 콘텐츠의 생산비가 됩니다.
플랫폼이 스스로 극우정치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추천 체계는 대체로 클릭과 시청시간, 댓글과 공유 같은 반응을 이용자의 관심으로 해석합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보다 얼마나 오래 붙잡아두고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는지가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위기와 공포, 분노와 혐오는 이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생중계의 슈퍼챗과 광고, 멤버십은 자극적인 정치 콘텐츠를 곧바로 현금으로 바꿉니다.
콘텐츠는 한 플랫폼에 머물지 않습니다. 유튜브 영상의 일부는 짧은 영상과 이미지로 잘려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대화방으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커진 반응은 다시 원본 영상의 조회수를 끌어올립니다. 거짓을 검증하고 제재하는 속도보다 콘텐츠를 복제하고 유통하는 속도가 빠를 때, 최초의 주장은 정정 이후에도 계속 살아남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극우의 산업’은 몇몇 유튜버가 많은 돈을 번다는 뜻에 그치지 않습니다. 의혹을 만들고, 매체와 정치인이 권위를 보태며, 플랫폼이 이를 확산하고, 조회수와 후원금이 다시 콘텐츠와 조직의 생산비로 돌아가는 순환구조를 말합니다.
교회와 언론, 교육단체와 정당, 유튜브 채널이 하나의 지휘부 아래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이해에 따라 활동하면서도 같은 적을 지목할 때 정치적 영향력과 조회수, 후원금과 지지자를 함께 얻습니다. 온라인의 추측은 유튜브 방송과 언론기사를 거쳐 법정과 정치인의 발언으로 옮겨지고, 미국 보수정치의 무대에까지 진입합니다. 이후 ‘미국에서도 제기된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국에 돌아옵니다.
출발점은 선거연수원에 머물던 ‘90여 명’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온라인과 유튜브, 인터넷 매체와 법정을 거치는 동안 ‘중국인 간첩 99명’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권위를 얻은 의혹은 다시 콘텐츠가 됐고, 콘텐츠는 돈과 조직을 키웠습니다.
■ 거짓은 어떻게 공적 의혹으로 위장되는가
시작은 ‘90여 명’이라는 숫자였습니다. 2024년 12월 23일 『시사IN』은 12·3 비상계엄 당시 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선관위 직원과 외부 강사 등 90여 명의 출입이 통제된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연수원에는 교육생 88명과 외부 강사 8명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정문을 막고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기사는 계엄군과 경찰이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는지를 추적했습니다(『시사IN』, 2024.12.23; 〈MBC 뉴스데스크〉, 2025.5.20).
그러나 온라인에 남은 것은 기사의 문제의식이 아니라 ‘90여 명’이라는 숫자 하나였습니다. 극우 커뮤니티와 유튜브가 그 숫자를 떼어내자 사람들의 신분과 사건의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선관위 교육생과 외부 강사는 중국인 해커가 됐고, 경찰의 출입 통제는 비밀 체포 작전으로 변했습니다.
12월 25일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V’는 이들이 중국인 해커가 아니냐는 온라인 댓글을 방송에서 거론했습니다. 다음 날 『스카이데일리』는 이들을 ‘중국인 해커부대’로 규정한 칼럼을 실었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부정선거론자들과 다른 유튜브 채널, 단체대화방이 이를 퍼뜨렸습니다. 유튜브가 온라인의 추측을 방송의 의혹으로 끌어올리자 인터넷 매체가 기사의 외관을 입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출처는 사라지고 주장만 남았습니다(〈MBC 스트레이트〉, 2025.3.23).
세 주 뒤, 90여 명은 99명이 됐습니다. 중국인 해커는 간첩부대로 바뀌었고, 계엄군과 미군의 합동작전, 오키나와 압송과 심문, 자백까지 새로 붙었습니다.
2025년 1월 16일 『스카이데일리』는 계엄군과 미군이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하고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로 압송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자백까지 받아냈다고 했습니다. 막연한 ‘중국인 해커 90명설’은 작전 주체와 이동 경로, 심문과 자백을 갖춘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로 완성됐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미군 정보 소식통’으로 내세운 인물은 미군이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가 아니었습니다. 계엄 옹호 집회에서 ‘캡틴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유튜버 안병희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미국 중앙정보국 등 해외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비밀요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취재 결과 미국 입국 이력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MBC 뉴스데스크〉, 2025.2.19).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연수원에 중국인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군도 중국인 체포와 오키나와 압송 보도를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증거로 제시된 사진과 영상 역시 사건과 무관하거나 촬영 시점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시사IN』, 2025.1.17; 〈AFP 팩트체크〉, 2025.1.24; 2025.2.3; 2025.2.4).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끝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거짓의 정치적 생명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윤석열 측 대리인은 보도가 나온 당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이 기사를 언급했습니다. 확인된 증거여서가 아니라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했다는 이유로 변론정에 들어온 것입니다. 극우 유튜버들은 다시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서 제기한 의혹”이라며 퍼뜨렸습니다. 근거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발언자의 지위만 높아졌습니다(〈MBC 뉴스데스크〉, 2025.1.21; 2025.2.19).
온라인의 추측은 유튜브 방송을 거쳐 언론기사가 됐고, 그 기사는 대통령 대리인의 손에 들려 헌법재판소 변론정으로 들어갔습니다. 법정에서 언급됐다는 사실은 다시 유튜브 콘텐츠가 됐습니다. 같은 주장이 서로 다른 공간을 순환할 때마다 출처는 흐려지고, 발언자의 직함과 매체의 외관만 덧붙었습니다.
국내에서 한 차례 권위를 얻은 의혹은 곧 국경을 넘었습니다.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미국 보수정치의 무대가 의혹에 국제적 권위를 입히는 공간으로 사용됐습니다.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Korea 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2019년 애니 챈 설립)은 2025년 2월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서 한국의 부정선거와 중국 개입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리버티대학교 교수였던 모스 탄은 윤석열을 ‘아시아의 트럼프’로 부르며, 부정선거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MBC 뉴스데스크〉, 2025.2.22; 『한겨레』, 2025.9.15).
한국에서 만들어진 의혹은 영어로 번역돼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미국 보수 인사들이 이를 반복하자 ‘미국에서도 제기된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돌아왔습니다. 내용은 같았지만 권위의 포장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미국 행사 영상은 국내 극우 유튜브와 광화문 집회에서 재생됐습니다.
한미 극우·보수 청년운동의 교류도 이어졌습니다. 빌드업코리아(Build-up Korea)는 미국의 청년 극우·보수 정치운동 조직인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Turning Point USA)의 영향을 받아 활동했습니다. 다만 빌드업코리아가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의 생산이나 유통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거짓은 다음과 같은 경로를 따라 이동했습니다.
온라인의 추측 → 유튜브의 의혹 제기 → 인터넷 매체의 단독보도 → 대통령 대리인의 법정 언급 → 부정선거·중국 개입론과의 결합 → 미국 보수정치 무대 → 국내 유튜브와 집회로 재유입
그러나 이 과정이 단순한 오인과 검증 실패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5년 5월 수사 과정에서 안병희와 『스카이데일리』 기자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안병희는 숫자를 70명이나 30명으로 말해도 되고, 나머지는 허풍을 섞어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전체 이야기가 소설이어도 작은 사실 하나를 넣으면 진실처럼 보일 수 있으며, 상대가 즉시 반박하지 못하면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기자는 이를 제지하지 않고 호응했습니다.
『스카이데일리』는 첫 보도 이후 2월 23일까지 관련 ‘단독보도’를 12차례 이어갔습니다. 한 차례의 검증 실패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이었습니다. 사실의 진위보다 의혹이 만들어낼 정치적 효과를 앞세운 것입니다(〈MBC 뉴스데스크〉, 2025.5.20).
거짓은 몇 초 만에 던질 수 있지만 이를 바로잡으려면 관계기관의 조사와 언론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정정이 나올 때쯤 최초의 주장은 이미 수많은 영상과 게시물, 단체대화방을 통과한 뒤입니다. 국가기관의 해명은 ‘조직적 은폐’로, 언론의 검증은 ‘기득권의 탄압’으로 뒤집힙니다.
의혹은 공간을 옮길 때마다 더 그럴듯해졌지만 새로운 증거는 단 하나도 보태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증거가 없다는 사실마저 거대한 세력이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근거로 이용됐습니다. 의혹의 목적은 거짓을 영원한 진실로 만드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 법원과 선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의심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의혹을 대중이 반복해서 보고 믿게 만들려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강사와 목사, 정치인과 댓글 동원조직은 저마다 다른 권위를 보태며 거짓을 여론으로 바꾸었습니다.
■ 누가 거짓을 만들고 여론으로 바꾸는가
오늘날 극우 여론생태계는 하나의 중심에서 명령을 내리는 조직보다 여러 중심이 느슨하게 연결된 분산형 네트워크에 가깝습니다. 지식인과 극우 매체는 의혹에 논리와 기사의 외관을 입힙니다. 대중적 발언자는 이를 짧은 구호와 적대의 서사로 바꿉니다. 교회는 신앙의 권위를 보태고, 정치인은 주변부의 주장을 제도권 쟁점으로 끌어올립니다. 댓글 동원조직은 조직된 소수의 목소리를 다수 여론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들이 언제나 직접 공모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이해와 방식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같은 적을 지목할 때 정치적 영향력과 조회수, 후원금과 지지자를 함께 얻습니다. 한쪽이 만든 의혹을 다른 쪽이 받아 반복하고, 다음 행위자가 자신의 권위를 보태 다시 넘깁니다. 거짓은 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여론의 외관을 갖춰갑니다.
● 대중적 발언자는 의제와 적을 정한다
대중적 발언자는 흩어진 의혹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사람들이 반복할 구호와 공격할 대상을 제시합니다. 복잡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부정선거’, ‘반국가세력’, ‘국민저항권’ 같은 짧은 언어만 남습니다. 이러한 말은 긴 설명보다 기억하기 쉽고, 분노가 향할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기다리고 있는 지지자들. 2026.2.3. 오마이tv
한국사 강사 전한길은 2025년 1월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했다」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와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거부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윤석열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영상은 며칠 만에 조회수 300만 회를 넘겼습니다(〈MBC 뉴스〉, 2025.1.24).
전한길은 공무원시험 강사로 활동하며 청년 수험생들에게 신뢰를 쌓아온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부정선거론을 말하자 음모론은 낯선 극우 정치인의 주장이 아니라 익숙한 선생의 문제 제기처럼 전달됐습니다. 이념보다 인물에 대한 신뢰가 먼저 작동한 것입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체포와 탄핵에 맞서 ‘국민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도 선동했습니다. 이 구호는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현장에서 법원 진입을 정당화하는 말로 사용됐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전광훈의 관련 발언이 일부 가담자의 범행 동기로 작용했다고 적시했습니다(〈MBC 뉴스데스크〉, 2025.8.6).
동수 사랑침례교회 목사도 윤석열을 이 시대의 의인”으로 부르고 탄핵을 ‘영적인 전투’로 규정했습니다(〈평화나무〉, 2024.12.16; 2024.12.27). 전한길은 강사로 쌓은 신뢰를, 전광훈과 정동수는 종교적 권위를 사용했습니다. 언어는 달랐지만 이들이 그린 세계는 비슷했습니다. 윤석열은 나라를 지키는 지도자이고, 탄핵은 반국가세력의 공격이며,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부는 믿을 수 없다는 서사였습니다.
대중적 발언자는 행동을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무엇을 의심하고 누구를 적으로 여길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강사와 목사의 입을 거치면서 의혹은 더 이상 온라인 주변부의 낯선 주장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를 제도정치의 의제로 끌어올린 것은 정당 정치인이었습니다.
● 교회와 정치인은 동원과 제도권의 권위를 보탠다
극우 개신교 세력은 정치적 주장에 신앙의 권위를 부여합니다. 전광훈은 광화문 예배에서 나라가 무너지는데 집에 있을 것이냐며 신자들의 거리 참여를 요구했습니다. 사랑제일교회의 헌금이 없으면 광화문의 여러 단체가 활동할 수 없다며 교회가 집회와 단체를 지원한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MBC 스트레이트〉, 2025.2.16).
특정 정치인을 신의 뜻을 수행하는 ‘의인’으로 만들고 탄핵을 선악의 전쟁으로 규정하면 정치적 선택은 신앙의 의무가 됩니다. 유튜브에서 반복되던 구호는 교회의 조직력과 신앙의 권위를 만나 거리의 행동으로 옮겨갑니다.
정당 정치인은 그 주장을 다시 제도권으로 끌어올립니다. 2025년 1월 4일 이철규·김민전·조배숙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전광훈 측이 주도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김민전 의원은 윤석열 탄핵을 ‘사기 탄핵’이라고 주장했고, 이철규 의원은 잘못된 탄핵을 바로잡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6. 연합뉴스
이틀 뒤인 1월 6일에는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했습니다. 극우집회 주변에서 제기되던 ‘사기 탄핵’과 ‘불법 영장’ 주장이 현역 국회의원들의 집단행동을 거치며 제도정치의 주장으로 옮겨간 것입니다(『경향신문』, 2025.1.5; 2025.1.6).
이러한 흐름은 탄핵 국면이 끝난 뒤에도 계속됐습니다. 2025년 7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장동혁 의원은 전한길·고성국·성창경·강용석이 공동 진행한 유튜브 토론회에 출연했습니다.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을 면회하고 부정선거 문제를 공개 토론할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경향신문』, 2025.7.31; 〈연합뉴스〉, 2025.7.31).
공당의 의원과 지도부 후보가 음모론을 언급하는 순간 주변부의 주장은 ‘논쟁할 가치가 있는 정치적 의혹’으로 지위가 높아집니다. 정치인의 직함은 의혹의 증거가 아니지만, 대중에게는 의혹을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만드는 권위로 작용합니다. 정치인이 의혹에 제도권의 권위를 보탰다면, 댓글 동원조직은 이를 다수 시민의 의견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 댓글 동원과 연결자는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2025년 1월 신남성연대는 텔레그램과 디스코드에서 ‘남성연대 여론정화방’을 운영했습니다. 관리자가 윤석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 참가자들은 비판 댓글에 비추천을 누르고 지지 댓글에는 추천을 눌렀습니다. 작업이 끝난 기사에는 ‘정화 완료’ 또는 ‘점령 완료’라고 표시했습니다.
좌표가 공유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댓글창 상단이 윤석열 지지 내용으로 바뀐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당시 두 대화방의 참여자는 합쳐서 3만 명을 넘었습니다(『오마이뉴스』, 2025.1.9; 2025.1.10). 같은 해 4월 MBC가 추적한 다른 사례에서도 좌표가 공유된 지 20분이 지나기 전에 상위 댓글의 내용이 바뀌었습니다(〈MBC 뉴스데스크〉, 2025.4.17). 조직된 소수는 댓글창의 가시성을 장악함으로써 다수의 외관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분산형 네트워크가 서로 완전히 떨어져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의 이름은 달라도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국내 기사에 댓글을 달고 추천·비추천을 조직하던 네트워크의 일부 인물이 한국의 부정선거론을 미국 보수정치 무대로 옮기는 단체에서도 활동했습니다.
뉴스타파는 트루스코리아가 리박스쿨과 함께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 이른바 ‘자손군’을 운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손군은 온라인 기사와 게시물을 공유하고, 참여자들이 특정 댓글을 작성하거나 추천·비추천을 누르도록 독려한 댓글 동원조직이었습니다.
이 단체의 간부 일부는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에서도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인적 중첩은 국내의 댓글 동원에 관여한 인물들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미국 보수정치 무대로 가져간 단체가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뉴스타파〉, 2025.7.22).
다만 인물이 겹친다는 사실만으로 관련 조직 전체가 하나의 지휘계통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조직 사이에 사람과 주장, 행동 방식이 이동할 통로가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박주현은 한국보수주의연합 회장으로, 김정현은 기여자로 자료집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황교안은 공식 직함을 맡지는 않았지만 주요 행사에 반복해서 연사로 초청됐습니다. 교육 영역과의 접점도 나타났습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댓글 조직 운영에 관여한 인물이 리박스쿨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역사와 진로를 가르쳤고, 참가자 일부는 학부모·교육단체 관계자로 활동했습니다(〈뉴스타파〉, 2025.6.2; 2025.7.10).
댓글 동원과 교육, 부정선거론의 국제화가 하나의 사업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 겹치면서 정치적 주장과 행동 방식이 이동할 통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온라인에서 다수의 외관을 얻은 주장은 교육공간과 정치행사, 국내외 보수단체로 옮겨갈 수 있었습니다.
이 네트워크가 계속 움직일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거짓과 분노가 정치적 자원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순간 조회수가 생겼고, 위기를 더 강하게 말할수록 후원금이 늘었습니다. 거짓은 사람을 모았고, 모인 사람은 다시 돈과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 거짓은 어떻게 돈과 조직을 만드는가
허위정보가 거짓으로 밝혀져도 극우 여론산업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순간부터 조회수와 후원금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반박은 새로운 논쟁거리가 되고, 수사는 ‘정치탄압’으로 바뀝니다. 처벌받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다 희생된 애국자’로 포장됩니다.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마저 또 다른 콘텐츠와 수익이 됩니다.
● 정치적 위기는 유튜브의 수익이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이 유튜브 분석 서비스 플레이보드(Playboard)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극우·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10곳이 2024년 12월과 2025년 1월 슈퍼챗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모두 6억576만 원이었습니다.
구독자가 약 162만 명인 한 채널의 슈퍼챗 수입은 2024년 11월 5,908만 원에서 12월 1억2,283만 원, 2025년 1월 1억5,850만 원으로 늘었습니다(〈연합뉴스〉, 2025.2.16; 『경향신문』, 2025.2.17).
서두에서 본 청년 결집 채널의 월간 슈퍼챗 수입도 2024년 12월 3,787만 원에서 이듬해 1월 8,92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광고와 유료 멤버십, 계좌 후원금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세계일보』, 2025.2.16; 『경향신문』, 2025.2.17).
화면 위에 올라온 몇천 원과 몇만 원의 후원금은 각자의 자리에서는 작은 정치적 의사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시청자가 같은 위기감을 공유하면 그 돈은 수억 원 규모의 수입과 조직 운영의 기반으로 변했습니다. ‘대통령이 곧 체포된다’, ‘나라가 공산화된다’, ‘선거가 조작됐다’는 위기감이 커질수록 시청자와 후원금도 늘었습니다. 극우 유튜브가 판매하는 가장 강력한 상품은 위기였습니다.
● 정치적 충성은 생활 속 소비로 이어진다
돈의 흐름은 유튜브 화면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극우 여론산업은 집회와 교회, 정당과 언론, 통신과 쇼핑을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연결했습니다.
전광훈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에서는 사랑제일교회와 자유통일당, 『자유일보』, 유튜브와 광화문 집회가 정치적 생활경제권을 이루고 있습니다. 집회 현장에서는 ‘광화문몰’이 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했고, 알뜰폰 업체 퍼스트모바일은 가입자를 모집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 부분이 지정 계좌로 들어가는 ‘선교카드’도 운영됐습니다(『한겨레』, 2025.2.14; 〈MBC 뉴스〉, 2025.2.11; 〈MBC 스트레이트〉, 2025.2.16).
전광훈은 통신사를 바꾸는 일이 애국운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자는 집회 참가자인 동시에 유튜브 시청자와 신문 독자, 통신과 쇼핑의 소비자가 됐습니다. 정치적 충성은 헌금과 후원, 구독과 구매로 표현됐습니다. 지지자는 정치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시간에도 통신과 소비를 통해 조직의 경제적 기반을 떠받쳤습니다.
생활 속에서 모인 돈은 다시 제도정치의 영역으로 흘러갔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자유통일당은 2024년 총선 과정에서 사랑제일교회로부터 21억8,700만 원을 빌렸습니다. 자유통일당이 5년 동안 사랑제일교회에서 빌렸다고 신고한 금액은 모두 69억 원대였습니다(『한국일보』, 2025.2.19; 2025.2.28).
기부금이 아니라 차입금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십억 원 규모의 교회 자금이 정당의 선거비용을 조달하는 통로가 됐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신도의 헌금과 소비, 유튜브의 후원과 집회 참여, 교회의 자금과 정당의 정치활동은 서로 다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 진지전(陣地戰)이 전면전(全面戰)을 준비하고 전면전은 진지를 넓힌다
선거가 없는 평상시에도 유튜브는 영상을 올리고 교회는 신자를 모으며 언론과 교육단체는 세계관을 전파합니다. 이 시기에 사람과 자금, 매체와 조직이 축적됩니다. ‘부정선거’와 ‘종북세력’, ‘중국 개입’ 같은 적대의 언어도 반복되며 일상의 정치 언어로 자리 잡습니다.
그러다 선거나 탄핵처럼 권력의 향방이 걸린 순간이 오면 흩어져 있던 자원이 한꺼번에 움직입니다. 유튜브 시청자는 집회 참가자가 되고, 교회 신자 일부는 정치 후원자나 선거운동 참여자로 동원됩니다. 단체대화방은 기사와 집회 장소를 알리는 연락망이 됩니다.
평상시에 사람과 자금, 매체와 세계관을 쌓는 과정이 진지전이라면, 그것을 권력투쟁의 현장에 집중시키는 국면이 전면전입니다. 집회 생중계는 다시 조회수와 후원금, 새로운 구독자를 만듭니다. 정치적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새로 유입된 사람과 자금은 다음 동원을 위한 자원으로 남습니다. 패배마저 ‘조작된 선거’와 ‘탄압받는 애국자’의 서사로 바꾸면 진지는 다시 확대됩니다.
● 청년의 불안과 디지털 능력은 어떻게 이용되는가
처음에는 영상을 보는 시청자였습니다. 다음에는 댓글을 달고 밈과 짧은 영상을 퍼뜨렸습니다. 온라인에서 얻은 소속감은 집회 참여로 이어졌고, 일부는 정치조직의 활동가가 됐습니다.
물론 모든 청년이 이러한 경로를 밟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는 콘텐츠의 소비자에서 생산자와 유통자로, 다시 집회 참가자와 정치조직 활동가로 이동했습니다. 그 출발점에는 취업과 주거, 경쟁에서 비롯된 불안과 분노가 있었습니다. 극우세력이 청년의 불안을 처음부터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불안이 불평등과 기득권 구조를 향하지 않도록 여성과 이주민, 중국과 진보세력, 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을 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서사는 분노의 대상을 제공하지만 주거비를 낮추거나 일자리를 늘리지 않습니다. 불평등과 경쟁구조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해소되지 않은 분노는 다시 새로운 콘텐츠의 재료가 됩니다.
청년의 디지털 능력은 댓글과 밈, 짧은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고 퍼뜨리는 데 사용됐습니다. 반복해서 접한 조롱과 혐오는 익숙한 정치 언어가 됐습니다. 댓글과 밈을 만들며 얻은 소속감과 즉각적인 반응은 참여를 지속시키는 보상이 됐습니다. 극우 여론산업은 청년의 불안을 시장으로 삼고 디지털 능력을 동원하며, 적대의 세계관을 다음 정치적 동원의 기반으로 재생산합니다.
● 극우 여론산업이 파는 것은 불신이다
광고와 슈퍼챗, 후원과 각종 사업이 결합하면서 여론공작은 스스로 수익을 내는 산업으로 변했습니다. 이 산업이 계속 돈을 벌려면 위기는 끝나서는 안 됩니다. 선거는 끊임없이 조작돼야 하고 대한민국은 언제나 공산화 직전이어야 합니다. 내부에는 제거해야 할 ‘반국가세력’이 존재해야 합니다. 불안과 분노가 잦아들면 조회수와 후원금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남는 것은 개별적인 거짓보다 더 깊은 불신입니다. 선거 결과는 조작됐고 언론은 편향됐으며 법원의 판결은 정치적 음모라는 믿음이 퍼집니다. 공적 사실을 공유할 수 없게 되면 시민은 법과 절차보다 자신이 믿는 지도자의 말에 의존합니다. 견해가 다른 시민은 토론과 타협의 상대가 아니라 제거할 적이 됩니다.
12·3 비상계엄은 이 구조가 어디로 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윤석열은 계엄 선포 당시 ‘반국가세력’과 국회의 국정 마비를 내세웠고, 계엄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됐습니다. 계엄 이후 윤석열 측과 지지세력은 부정선거론과 중국 개입설을 앞세워 계엄과 탄핵 반대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이 모든 순환은 2025년 1월 3일 한남동 관저 앞 생중계 화면에 압축돼 있었습니다. 그 화면에는 두 가지가 함께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윤석열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의 구호였고, 다른 하나는 시청자가 보내는 후원금이었습니다. 구호는 사람을 모았고 돈은 다음 방송과 집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이 산업이 실제로 판매하는 것은 영상이나 정치적 주장만이 아닙니다. 선거와 언론, 법원과 헌법기관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입니다. 불신이 일상이 되면 시민은 제도보다 지도자를 믿고 법과 절차보다 힘을 요구합니다. 온라인의 의혹과 유튜브의 조회수, 교회의 동원력과 정당의 정치활동은 서로를 강화합니다. 극우 여론산업이 축적한 돈과 조직은 결국 권위주의가 돌아오는 길을 닦습니다.
이 산업은 콘텐츠와 수익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세계관을 다음 세대에 전달할 교육공간도 필요합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아이들의 문제는 결국 어른들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이 학교와 대안교육의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청소년을 집회와 정치활동으로 이끌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병권 인문연구가 lbkwon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