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교육, 어른·아이 함께 크는 대안학교 테토코토 [교육] [일러두기] 2026년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순천에서 ‘아류(亞流) 포럼 2026’이 열렸다. ‘비주류’라 불려 온 것들이 만드는 아시아의 새로운 흐름”이 주제였고, 형식은 ‘한일 생태문명전환 게더링’이었다. 글쓴이는 3일간 일본에서 참여한 이들과 동행했다. 그들이 실천해 온 장면들은 그야말로 ‘생태문명전환’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썩는 돈’이라는 공감 화폐, 리더가 없는 공동체 마을, 숲자본주의,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회사, 관계경제를 상상한 영화. 현대사회와는 맞물릴 것 같지 않은 이런 개념들이 ‘아류 포럼’에서 울려 퍼졌다. 5회에 걸쳐서 포럼을 소개한다.
그림1) 어른과 아이의 학교 테토코토 누리집 초기 화면이다. 학교 이름 ‘테토코토(tetocoto)’는 일본어로 손을 뜻하는 ‘테(手)’와 일이나 행위, 혹은 마음 표현을 뜻하는 ‘코토(事)’에서 가져온 것이다.
아직 근대식 교육을 벗어나지 못한 ‘교육제도’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와 다르지 않다. 정해진 나이에 ‘학교’라는 표준화된 공간에 들어가, 규격화된 지식을 습득하고, 동일한 기준과 평가를 거쳐 사회로 배출되는 시스템이지 않은가! 이 주류 속에서 ‘효율’과 ‘성장’ 궤도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홀로 독특한 결을 가진 아이들은 쉽게 ‘비주류’ 혹은 ‘부적응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일쑤다.
지난 6월, 순천에서 개최된 ‘아류 포럼’은 바로 이런 주류 방식에 조용한 균열을 내온 실천가들이 함께 어울린 연대 장소였다. ‘본류가 아닌 비주류를 낮잡아 부르는 말’인 아류(亞流)라는 말을 정면으로 뒤집고, 성장과 효율 바깥에서 자연이 가진 권리와 관계 회복을 외쳐온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 가운데, 2부 ‘생태×교육×기술’ 세션에서 주목받은 발표는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糸島市)에서 새로운 배움터를 일궈온 세도하라 히로유키(Hiroyuki Sedohara)의 대안교육 실험이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자유학교 ‘BLUESEEDS(푸른 새싹)’와 중립적 거처 ‘umu(우무)’를 통해 아이들이 자라는 토양 자체를 새로 바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류 교육의 공백을 메우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어른과 아이의 학교 테토코토(テトコト)’가 그런 대안학교의 사례였다.
그림2-1, 2-2, 2-3) 타테코토 커리큘럼은 ‘만들기’ 수업이 가온꼭지(核心)다. 이는 손과 몸을 움직여 매일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삶을 익힌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토시마에 뿌리내린 배움터
후쿠오카현 서부에 자리한 이토시마시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울창한 산에 둘러싸인 도시다.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다. 최근 몇 년간 예술가, 크리에이터,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이주민들이 모여들며 독특한 지역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온 곳이기도 하다. 세도하라가 이곳 이토시마에 테토코토 기반을 다지면서 대안학교 지원 회사 ‘BLUESEEDS’를 본격 출범시킨 것은 교육 다양성이 숨 쉴 수 있는 최적의 토양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만들기’를 업으로 삼아온 예술가, 그리고 지역 실천가들과 손을 잡았다. 학교 이름 ‘테토코토(tetocoto)’는 일본어로 손을 뜻하는 ‘테(手)’와 일이나 행위, 혹은 마음 표현을 뜻하는 ‘코토(事)’에서 가져온 것이다. 곧, 머리로만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손과 몸을 움직여 매일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삶을 익힌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학교가 탄생하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세도하라는 대안학교 ‘산 학교(산노갓코)’, 어린이집 ‘마호로바’, 보육원 ‘만마루쿠라시엔’ 등 지역 내 다양한 대안교육 기관들의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제도권 교육 바깥의 냉혹한 현실을 목격해야 했다.
그가 제도권 학교를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합니다. 현행 시스템의 가장 큰 공백은 경제적인 지원의 전무함에서 옵니다.”라고 말한 까닭이 거기 있다.
포럼에서 세도하라는 대안교육의 첫 번째 장벽으로 ‘경제적 과제’를 꼽았다. 그가 제시한 일본 문부과학성 통계 자료에 따르면, 공립 초등학교의 경우 국가와 지자체 지원으로 학부모가 부담하는 월평균 교육비가 매우 낮았다. 반면, 정부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자유학교나 대안학교는 온전히 학부모 자부담으로만 운영비를 충당해야 했다. 그래서 교육비가 공립학교의 수배에 달했다. 이는 대안교육을 원하더라도 경제적 형편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진입 장벽이었다.
두 번째는 ‘수요와 공급 불균형’과 인지도 한계다. 대안학교나 자유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필요성은 매년 높아지고 있고, 등교를 거부하는 아동들의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학교 내 상담사나 적응지도교실 등에 대한 인지도는 80%를 웃돌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마음을 붙이고 다닐 수 있는 민간 자유학교나 대안학교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 이용률도 고작 4.1% 수준이었다. 세도하라는 이런 문제를 개인 선택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대안학교들을 사회적으로 지원하고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절박함으로 ‘BLUESEEDS’를 열게 된 것이다.
그림3) 수요와 공급 불균형’과 인지도 한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PPT: 세도하라 히로유키(ⓒ)
놀이, 경제성, 사회성 균형 잡기
테토코토가 추구하는 교육철학은 세도하라의 독특한 ‘삼각형 이론’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배움과 삶을 지탱하는 세 꼭짓점으로 ‘놀이(遊び)’, ‘경제성(経済性)’, ‘사회성(社会性)’을 제시했다.
기존 주류 교육은 오직 미래 ‘경제성’(취업과 생산성)에 치우쳐 있거나, 규율을 강요하는 ‘사회성’만을 주입한다. 반면, 일부 대안교육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와 감성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다가 현실 사회와의 접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테토코토는 이 세 요소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아이가 사회 안에서 자립적이면서도 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삼각형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아이들의 ‘자기 긍정성’이 자리 잡고 있다. 세도하라는 학교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의 원천은 아주 단순합니다. ‘다른 사람과 달라도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주류 기준에 맞추지 못해 상처받은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지식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달라도, 조금 천천히 가도, 나만의 삼각형을 그려 나가며 ‘나는 내가 좋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 철학은 학교의 이름인 ‘BLUESEEDS(푸른 새싹)’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세도하라는 아이들을 가리켜 스스로 숨을 쉬고, 언젠가 수많은 가지와 잎사귀를 뻗어 다른 생명들을 품어줄 큰 나무로 자라날 존재들”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비록 작고 유약한 ‘푸른 새싹’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억압받지 않고 제 결대로 자랄 수 있도록 풍요로운 대지가 되어주는 것이 곧 대안학교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그림4) 테토코토가 추구하는 교육철학은 배움과 삶을 지탱하는 세 꼭짓점으로 ‘놀이(遊び)’, ‘경제성(経済性)’, ‘사회성(社会性)’이다. PPT: 세도하라 히로유키(ⓒ)
시각화,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성인 학교
세도하라와 BLUESEEDS 운영팀은 이토시마의 실험을 학교 공간에만 가두지 않고, 대안교육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세 가지 실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대안학교 시각화를 위한 ‘백음(百音)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대안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미디어 시각화 작업이다. ‘백음 프로젝트’는 일본 전역에서 자기만의 철학으로 대안학교나 자유학교를 시작한 교육 실천가들을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하여 영상과 기록으로 남기는 활동이다.
대안학교가 왜 필요했는지, 그곳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다채로운 영상과 토크 이벤트를 통해 시각화하고 청각화함으로써, 대안교육을 ‘문제아들이 가는 곳’이 아닌 ‘교육의 가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로 대중 인식을 전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두 번째는 정보 장벽을 허무는 ‘교육 옵션 데이터베이스’ 제공이다.
이것은 학부모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 구축이다. 내 아이에게 맞는 대안학교를 찾고 싶어도 정보가 흩어져 있어 접근하기 어려웠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BLUESEEDS는 일본 전역의 대안교육 기관들의 위치, 교육철학, 프로그램, 인프라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모두가 만드는 교육 선택지 데이터베이스(데이터 맵)’를 개발하여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대안교육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세 번째는 육아를 다시 배우는 부모 학교인 ‘어른이 가자(おとなのがっこう)’다.
가장 독특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성인들을 위한 교육 과정이다. 세도하라는 많은 부모가 아무런 준비나 교육 없이, 마치 ‘무면허 운전’을 하듯 육아를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고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른이 가자’ 프로그램에서는 학부모와 지역 사회 성인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교육을 진행한다.
인간 내면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성인 발달 이론’을 학습하고, 가정 내에서 서서히 관계를 회복하는 대화법인 ‘NVC(비폭력 대화)’를 구체적으로 훈련한다. 아이 변화는 결국 아이를 둘러싼 성인들의 ‘의식 진화와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테토코토만의 깊은 통찰이 반영된 결과다.
그림5) 대안교육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세 가지 실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백음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 제공, ‘어른이 가자’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변화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
테토코토 교실과 작업실은 언제나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와 무언가를 뚝딱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정형화된 책상과 의자 대신,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목공 도구들과 숲에서 주워 온 나뭇가지, 조개껍데기, 흙과 점토들이 훌륭한 교재가 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오늘의 하루를 기획하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결정한다.
한 아이는 자신의 목공 작품을 보여주며 말했다.
예전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그려야 하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해서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가 너무 싫었어요. 머리도 아팠고요. 하지만 테토코토에 오면 내가 오늘 뭘 만들지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 나무를 깎다가 실수해서 모양이 이상해져도 선생님은 혼내지 않아요. ‘멋진 대안을 찾아보자’고 말씀해 주시죠. 여기선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만들 수 있어서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의 변화는 고스란히 가족 행복으로 이어졌다. 주류 교육 시스템에서 매일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지켜봐야 했던 학부모들도 대안교육이 한 가족의 삶을 어떻게 구원해 낼 수 있는지를 고백한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제 세상은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이 거대한 사회에서 우리 아이만 낙오자가 되는 것 같아 매일 밤을 불안과 죄책감으로 지새웠죠. 높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테토코토의 문을 두드렸을 때도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어른이 가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비폭력 대화(NVC)를 배우고 성인 발달 이론을 공부하면서, 정작 변해야 할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다려주자, 놀랍게도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스스로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더군요. 우리 가족에게 테토코토는 단순한 대체 학교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어준 고마운 안식처입니다.”
그림6) 대안학교 ‘푸른 씨앗’은 아직 작은 한 걸음이지만, 아시아 교육 전환을 푸른 메시지였다. PPT: 세도하라 히로유키(ⓒ)
아시아의 새 흐름으로… 연대의 약속
세도하라 히로유키가 이끄는 BLUESEEDS 실험은 이제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 밖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역사회 전체와 호흡하는 ‘지역공생(地域共生)’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일반사단법인으로 독립한 중립적 거처 ‘umu(우무)’다.
‘umu’는 어린이와 성인이라는 구분과 장벽을 허물고, 지역 사회 누구나 찾아와 쉬어갈 수 있는 개방형 커뮤니티 공간이다. 일본어로 ‘서로 마주하고 교차하는 서식지’를 뜻하는 ‘아와이(あわい)’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지혜를 나누고 배움을 주고받는 거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류 포럼 마지막 순서였던 ‘생태 공론장’에서 세도하라는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깊은 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 역시 과도한 입시 경쟁과 학령인구 감소, 공교육 붕괴라는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기에, 이토시마에서 건너온 ‘푸른 새싹’ 이야기는 국내 실천가들에게도 깊은 영감과 실천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세도하라는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참가자들을 향해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리 활동은 아직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작고 미약한 한 걸음에 불과합니다. 경제적 과제도 여전하고, 가야 할 길은 멉니다. 하지만 오늘 여러 실천가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비주류 길’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아시아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부모님들과 활동가분들도 아이들의 생육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이 푸른 새싹들이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함께 대지를 넓혀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효율성과 성장만을 강조하면서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갈 때, 아이들의 온전한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묵묵히 흙을 일구고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토시마 ‘테토코토’가 던진 푸른 메시지는 아시아 교육 문명을 전환하는 새로운 주춧돌로 생각되었다.
그림7) 세도하라와 BLUESEEDS 운영팀은 이토시마의 실험을 학교 공간에만 가두지 않고, 대안교육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종길 다석철학연구자 gjg6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