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글로벌 국채금리…구조적 고금리 오나? [뉴스]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가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는 수십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국채금리가 앙등하자 당장 미국의 장기 주담대 금리가 치솟는 등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이 미국 등 주요국의 부채폭증, 유가 폭등, 하이퍼스케일러들과의 자금유치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것 하나 단기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국채금리의 상승세가 구조화할 가능성이 제법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채 투매 해일에 휘청거리는 채권 시장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338%까지 올라 전날 기록한 24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안전자산 수요와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승분을 반납해 전날보다 0.044%포인트 내린 5.243%에 마감했다. 미 10년물 금리는 3분기에만 0.9%포인트 가까이 올라 이번 세기 들어 가장 큰 분기 상승폭을 기록했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도 장중 6.020%까지 올라 1998년 이후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가 5.945%로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964%까지 올라 5%에 바짝 다가선 뒤 0.062%포인트 오른 4.917%에 마감했다.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장중 변동 폭도 0.16%포인트로 평소의 두 배에 달했다.
독일 국채 대비 프랑스 국채의 가산금리(스프레드)는 1.4%포인트로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국채에 몰렸던 헤지펀드의 차익거래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되면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그리스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고 전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달 30년 만의 최고인 3%까지 오르는 등 매도세는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예상보다 견조한 경기,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수요,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연합뉴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선진국들의 국채이자
장기금리 급등은 각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선진국들이 지난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에 지급한 이자만 3조 3000억달러(4488조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AI 관련 지출 추정액인 2조 6000억달러와 국방지출 3조 1000억달러, 청정에너지 지출 2조 3000억달러를 모두 웃도는 규모다.
누아 안 MFS 수석상무는 미국 경제가 과열 상태이고, 그 전염이 분명히 있다”며 사람들이 가장 약한 고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 알후사이니 컬럼비아스레드니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시장에서 위기가 만들어지는 희미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 AP=연합뉴스
집사겠단 사람 없다 …미 주담대 7.28%로 주간상승폭 4년만 최대
1일(현지시간) 미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주택대출 평균 금리는 7.28%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주(7.03%)보다 0.2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주간 상승 폭으로는 2022년 10월 이후 가장 크다.
이 같은 주택대출 금리 급등은 최근 미 국채 매도세가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통상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대출 금리는 미 10년물 국채 금리의 흐름과 밀접하게 움직인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342%까지 올라 2002년 4월 3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 주택대출 금리는 연초만 해도 6% 아래로 내려갔지만, 2월 말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쟁이 길어지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최근 국채 매도세까지 겹치며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주택대출 금리 상승은 주택 구매자의 대출 비용을 높여 이미 부진한 미 주택시장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홈즈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래드 케이스는 지난 몇 년간 보지 못했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이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금리 상승의 부담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생애 첫 주택 구매자와 중산층에 타격이 더 크다. 반면 현금 여력이 충분한 고가 주택 구매자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으면서 시장 내 수요 양극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대출 신청 지표에서도 수요 위축이 확인된다. 미국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이번 주 주택 구매 관련 대출 신청 지수는 4.3% 하락해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융자 지표 역시 8.7% 하락했다.
기존에 낮은 금리로 주택대출을 받았던 집주인들이 갈아타기나 이사를 포기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흐름도 감지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부동산 중개인 돈 웨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집 구경이 사실상 끊겼다”며 가장 인기 있는 지역에 좋은 매물들이 나와도 아무도 보러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주택 판매자들은 호가를 낮추고 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리얼터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9월 매매 계약이 진행 중인 주택 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4.1% 감소했다. 가격을 인하한 매물의 비중은 20.8%로, 9월 기준 2018년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AFP=연합뉴스
정부부채, 유가, 하이퍼스케일러가 동시에 국채금리 밀어올려
상황이 한결 심각한 건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채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들이 정부부채 등 다수인 데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잇단 (경제) 충격으로 부채 수준이 천국이 아닌 곳을 향한 계단처럼 치솟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 서비스 비용을 억제하기 위한 조처는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각국 공공 부채가 늘어나고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며 차입 비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나온 경고다.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지난달 처음으로 40조달러(약 5경 3700조원)를 넘었고, 프랑스도 조만간 공공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에 달할 걸로 전망된다. 영국은 지난달 부채 이자 비용이 88억파운드(16조원)로 올라 8월 기준으로 199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독일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은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 이상이다.
미국 워싱턴 DC 국제통화기금(IMF) 본사에 있는 IMF 로고. 2023.5.12. 로이터/연합뉴스
가뜩이나 높았던 국제유가는 더 올랐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중단 소식에 이어 미국이 중동에 최대 1만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4.37% 오른 배럴당 102.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71% 오른 배럴당 92.87달러에 마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4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유업체들이 당국의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지역으로의 석유 제품 수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유가는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으나, 중국의 수출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 국방부가 중동 지역에 세 번째 항공모함단과 해병대 함정을 파견하고 병력 9000∼1만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이들 병력이 11월 말까지 중동 지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러시아 정유시설 피격 등으로 전 세계 석유 제품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중단과 미·이란 긴장 고조는 공급 부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AP=연합뉴스
하이퍼스케일러가 발행하는 채권도 골칫거리다. 가장 안전한 자산인 국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채권 발행 규모는 이미 2000억 달러(약 272조원)를 훌쩍 넘었으며 향후 몇 년간 신규 발행 규모는 1조 달러(약 136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렉 피터스 PGIM 자산관리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빅테크 채권 발행이 ‘모든 곳’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채권의 양이 역대급이다.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정부부채를 유의미하게 줄이는 건 지난한 일이다. 유가 폭등은 전쟁이 끝나야 수그러들텐데, 종전은 하세월이다. AI패권 장악에 사활을 건 하이퍼스케일러의 자금 흡입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놓고 보면 지금의 국채금리 상승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구조로 정착할 가능성이 제법 높아 보인다.
지난해 10월 2일,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AI 데이터 센터에서 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다. 2025.10.2. 로이터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편집위원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