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효성, 시공 잘못하고 건물 가로채?… 사업권 탈취 피소 [뉴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소재한 대형 복합시설의 모습. 2026.10.8. 시민언론 민들레
서울 서초구 소재 대형 복합시설을 시공한 효성중공업이 지하주차장 경사로의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도 이를 제대로 시정하지 않은 채, 기존 시행사의 건축주 지위를 가져가고 유치권까지 행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책임준공 기한을 넘겼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약 3464억 원을 대신 갚고 자신들의 명의로 건축주를 변경했다. 시행사 측은 효성중공업이 시공 과정에서 밝혀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백지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무단으로 사용해 사업권을 탈취했다며 형사 고소에 나섰다.
8일 시민언론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시행사 잠원동복합개발PFV (이하 시행사)는 지난달 23일 서울경찰청에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이사와 임원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죄 혐의 등으로 고소하고, 서초구청 관계자들도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문제가 된 건물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옛 현대제철 사옥 부지에 들어선 지하 8층~지상 12층 규모의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이다. 연면적은 약 2만 6450제곱미터(㎡)로, 신사역과 논현역 사이 이른바 금싸라기 땅 에 지어졌다. 감정평가금액은 4500억 원이다. 시행사는 지난 2023년 3월 15일 효성중공업과 약 740억 원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하나은행 등 12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돈을 빌려준 단체)과 총 3630억 원 한도의 PF 대출약정을 맺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7월 31일까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했다.
그러나 책임준공 기한을 2달 여 앞둔 지난 5월 지하주차장 진입 경사로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시행사가 제출한 고소·고발인 의견서에 따르면 서초구청 담당자는 지난 5월 27일 잠원동 시공 현장을 방문해 지하주차장 경사로를 실측하고 법정 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녹취에서 구청 담당자는 경사로를 시정하지 않으면 사용 승인이 어렵다며, 보완이 아니다. 규정에 맞추라 효성한테는 강제성이 필요하겠다 고 지적했다.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 6조는 주차장 경사로의 기울기를 직선 구간 17%, 곡선 구간 14%를 초과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체 하부에 대형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의 경우, 경사로 출입 시 바닥에 긁히거나 강한 충격을 받아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막기 위해 이러한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에 서초구청 담당자가 다녀간 다음 날인 5월 28일 효성중공업과 감리업체 등은 경사로를 비롯한 지적사항을 6월 20일까지 고쳐 구청 점검을 받겠다 는 취지의 이행각서를 작성해 서초구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들은 건축주인 시행사에 이행각서 제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민들레가 입수한 이행각서에도 시행사 측 날인은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소재한 대형 복합시설에서 지하주차장 경사도를 실측하는 모습. 2026.10.8. 독자제공
아울러 이 과정에서 효성중공업 측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차장 경사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서초구청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현장에서 조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6월 15일 효성중공업 측이 작성한 지하주차장 경사로 기울기 현황보고 내부 문건에는 경사도 확보를 위해 현재 바닥 할석(하자 수정을 위해 바닥을 깸)을 진행했으며 추후 사용승인 신청 시 서초구청 공무원이 확인하면 타설(콘트리트 붓기)을 완료함. 공무원 의견을 적극적으로 따라준다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현재 미타설 중 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준공 후 용도변경 신청 시 추가적인 현장 점검은 없는 걸로 확인됨 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현장 점검만 넘어가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해당 문건에는 곡선구간 안쪽의 주행거리가 짧아지면서 일부 구간에서 기울기 기준을 충족되지 못한 구간 발생 이라는 문구와 함께,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사도 수치가 표시된 도면도 첨부돼 있었다. 가장 가파른 구간은 17.63%에 달했다.
그러나 6월 20일까지 고치겠다 는 이행각서와 달리 효성중공업 측은 경사로의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시행사는 6월 29일 서초구청 담당자를 만나 기준을 못 맞추면 승인할 수 없다 는 취지의 답을 들었고, 효성중공업 측은 7월 6일 시행사에 공문을 보내 현 설계 상태로는 안측 램프 중앙부위 경사도를 법 기준 곡선 14% 이하 에 맞출 수 없음을 거듭 알려드린다 라고 했다.
이후 효성중공업 측은 경사로를 1.5m 연장하고 차선 중심선을 바깥쪽으로 200밀리미터(㎜) 이동시키는 등의 개선안을 제시한 뒤, 답변이 없거나 이견 또는 반대할 경우 원상태로 재시공하겠다 고 통보하고 시행사 동의 없이 시공했다. 시행사 측은 이러한 조치가 경사로 자체를 법정 기준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경사도를 측정하는 기준선을 변경해 수치를 낮추는 방식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당시 효성중공업 건설현장 공사팀장도 시행사 측과 통화에서 지금 (기울기를) 맞출 수가 없는 거잖아요? 라며 그래서 저희가 개선안을 제안을 드렸고, 계속 (법에) 맞춰주기를 원하시니. 그게 딱 나온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비슷하게는 나오거든요 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 측의 재시공에도 보수는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관계자가 7월 말경 디지털 장비로 직접 잰 값은 곡선 구간 14.77~22.54%, 직선 구간 17.99~25.84%였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소재한 대형 복합시설의 뒤쪽 모습. 건물 전체를 두르고 있는 담장에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2026.10.8. 시민언론 민들레
경사로 하자를 둘러싼 갈등은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면서 사업권 탈취 분쟁으로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주차장 경사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효성중공업은 약정된 책임준공 기한인 7월 31일까지 구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당일 효성중공업 이사회(경영위원회)는 시행사의 PF 차입금 3464억 원을 8월 1일자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효성중공업은 책임준공 기한이 끝나자마자 일주일도 되지 않아 건축주 명의를 자기 앞으로 바꿨다. 효성중공업이 채무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8월 1일은 토요일, 다음 날인 8월 2일은 일요일이었다. 주말이 지난 직후인 8월 4일 대주단인 하나증권은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했고, 같은 날 효성중공업은 대주단에 3464억 원이라는 거액의 대출금을 한번에 갚았다. 그리고 다음 날인 8월 5일에는 시행사 동의 없이 건축주 명의를 자기 앞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문제는 건축주 명의 변경 과정이다. 시행사 측은 사업 초기 대출 과정에서 대주단에 백지로 제출한 건축주 명의변경 동의서 사업주체 명의동의 변경서 와 지난 6월 금융 목적으로 대주단에 제출한 인감증명서를 효성중공업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시행사가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명의 변경에 동의한 것처럼 서초구청을 속였기 때문에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후 효성중공업은 건축주 명의를 확보하고 약 1개월 뒤인 9월 4일 서초구청으로부터 건물 사용승인을 받았다. 경사로 위반을 지적했던 서초구청 담당자는 다른 담당자로 교체된 뒤였다. 이어 9월 15일에는 해당 건물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효성중공업 명의로 마쳤다.
효성중공업 측은 그에 앞서 8월 초순부터 용역 인력을 상주시켜 시행사 직원들 출입을 통제하고, 8월 28일부터 유치권 행사를 통지했다. 현재 건물 전체에 2~3m 높이의 담장을 설치해 외부인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다만 사업 초기인 2023년 5월 30일 맺은 대출약정서에는 책임준공 의무를 위반한 시공사는 유치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있다. 효성중공업 측은 당시 유치권 포기 확약서도 제출했다. 그럼에도 유치권을 행사 중인 것이다.
시행사 측은 효성중공업이 경사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건축주 지위와 건물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사업에 5년간 투자한 약 500억 원의 자기자금과 효성중공업에 준 703억 원의 공사대금을 한 푼도 회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시행사는 수분양자와 맺은 계약금도 토해내야 하는 상황까지 겹쳐 줄소송도 예고돼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개인 투자자는 기자에게 수억의 재산을 잃었다 며 피해를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대기업인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뒤 PF 채무를 대신 갚고 시행사의 사업권을 가져가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법적 논란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의 도덕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효성중공업 시아이(CI). 2026.10.8. 효성중공업 홈페이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년 11월 17일 책임준공의무를 불이행한 시공사가 대주단에 대출금을 대신 변제한 뒤 이를 근거로 시행사의 사업시행권을 뺏으려 한 사건에서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불이행하여 대출금채무를 대위변제한 경우에 시공사가 시행사의 지위를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해당 사업에서 큰 수익을 볼 것으로 판단한 시공사가 의도적으로 책임준공의무를 불이행하여 대출금채무를 대위변제함으로써 시행사로부터 해당 사업을 탈취하는 것을 용인하게 되는 불합리가 초래될 수 있다 (2023카합20622 결정)며, 시공사가 시행사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22대 상반기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문진석 의원은 시민언론민들레와의 통화에서 대형 시공사들이 PF 사업장에서 시행사의 사업권을 사실상 가져가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지난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대기업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이번 사건과 유사하게 책임준공 기한을 어기고 사업권을 가져가려고 했던 사건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문 의원은 물건이 좋을수록 대기업이 그런 짓을 한다 며 대형 시공사가 공사기한을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PF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 결국 사업 전체를 가져가 버린다 고 말했다. 이어 대주단은 애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행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백지 형태 서류나 인감증명, 지분양도 각서 등을 미리 받아놓는다 며 이후 시행사가 투입한 돈을 일시에 갚아버리고 사업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방식을 두고 (시행사를)말려 죽이는 작전 이라며 예전에는 대기업들이 평판을 생각해 이런 일을 잘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임원들이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다 보니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경우가 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칼만 안 들었지 강도 수준 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효성 우리가 피해자…건물 뺏을 마음 없어
서초구청 서류 들어와서 적법하게 처리해
효성중공업 측은 자신들이 시행사의 사업권이나 건물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대신 갚은 3000억 원대 PF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채권자와 우선수익자로서 담보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통화에서 효성은 일단 채권자의 지위 라며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권을 행사하려고 건축주 명의를 변경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효성 측은 건물이 자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됐더라도 아직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보존등기가 나더라도 효성 소유가 아니다. 귀속청산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행자에게 통지한 뒤 2개월이 지나야 효성 소유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현재도 법적으로는 저희 소유가 아닌 상태 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일 집사게이트 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HS효성이 입주한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으로 입주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집사게이트는 김 여사 일가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가진 렌터가 업체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가 2023년 기업들로부터 184억원을 부당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이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를 통해 35억원을 투자했고 특검은 대가성 투자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2025.8.1. 연합뉴스
유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애초에 확약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대주단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 이라며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기 때문에 시행자에 대해서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건축주 명의변경 과정에 대해서는 시행사가 사업 초기 PF 대출약정을 체결할 당시 미리 제출한 명의변경 동의서를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관계자는 시행사가 최초 대출약정 당시 건축주 명의변경동의서를 대주에게 제출했다 면서 대주에게 대출금을 모두 갚은 뒤 해당 서류를 넘겨받아 구청에 제출해 명의변경을 진행했다 고 말했다.
이어 그 서류 자체가 이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라고 한 서류이기 때문에 동의를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며 서초구청에서도 이를 확인해 명의변경을 해준 것 이라고 주장했다.
공사상 하자와 사용승인 문제에 대해서는 시행사가 공사가 다 됐음에도 사용승인 접수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저희가 책임을 지게 된 사유 라며, 쟁점이 된 건물의 경사도 문제에 대해서도 서초구청이 현장을 점검한 뒤 사용승인을 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 고 해명했다.
효성 중공업 관계자는 저희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30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입해 회사가 어려운 상태 라면서 건물이나 사업을 빼앗아올 마음은 없고, 담보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토지만 공매를 요청한 상태 라고 밝혔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시행사가 주장한 주차장 경사로 문제와 관련, 9월 초 해당현장에 방문해 부설주차장 경사도를 2차례 확인한 결과 적법했다 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주 명의 변경에 대해선 건축법 시행규칙 제11조(건축 관계자 변경신고)에 의거 건축주의 명의변경동의서 및 권리관계의 변경사실(당사자들 간 체결한 계약 관계서류 등)을 증명할 서류가 접수돼 신고서를 처리하게 됐다 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김시몬·김성진 기자 simonn0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