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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이재명 정부가 여자농구의 쾌거에서 배워야 할 것

이재명 정부가 여자농구의 쾌거에서 배워야 할 것
[뉴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밥상을 채운 화제는 정치가 아니라 아시안게임(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이었습니다. 추석 연휴와 대회 기간이 겹쳐 지상파 3사가 경기 중계를 쏟아낸 탓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정쟁과 진흙탕 싸움에 피로를 느끼던 국민에게 선수들이 코트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불굴의 투혼은 정치가 채워주지 못한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장면은 여자농구였습니다. 세계 랭킹 14위 한국은 준결승에서 7위 중국을 만났습니다. 상대는 223㎝ 장신 센터 장쯔위를 앞세운 전 대회 챔피언이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주전 센터 박지수가 부상으로 빠지고 박지현마저 소속팀 일정으로 합류하지 못한 악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대표팀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준비로 7년만 골리앗 중국 꺾은 여자농구 중국팀의 높이를 정면으로 상대하기보다 느린 움직임을 역이용하고 빠른 공수 전환과 정확한 외곽포로 맞서는 전략을 들고나왔습니다. 결과는 3점슛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한국은 3점슛 12개를 꽂았지만, 중국은 13번을 쐈으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골리앗 중국에 85-80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한국이 중국을 꺾은 것은 2019년 이후 7년 만이었습니다. 2014년 인천대회 이후 단독 대표팀으로는 12년 만에 결승에 오른 한국은 다음 날 홈팀 일본마저 75-7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중국전에서 소진한 체력 고갈로 4쿼터에 2점 차까지 쫓기는 위기도 있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한국 대 일본 결승. 한국 허예은이 볼 다툼을 하고 있다. 2026.9.27. 연합뉴스 반대편에는 야구가 있었습니다. 조별리그 3연승으로 순항하던 한국은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상대는 전원 실업야구 선수로 구성된 팀이었습니다. 모두 프로선수로 이뤄진 한국팀은 일본팀 선발 히구치 신에게 7이닝 동안 4안타 무득점으로 묶였고, 병살타를 세 차례 기록하며 공격의 흐름을 스스로 끊었습니다. 결국 0-5로 완패당했습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진 것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20년 만이었습니다. 결승전에서 일본과 다시 만나 접전 끝에 3-1로 이기면서 겨우 체면은 세웠으나, 뒷맛은 여전히 씁쓸했습니다. 일본 실업야구가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나선 대표팀이 상대를 충분히 분석하고 대비했는지 되돌아볼 대목이었습니다. ‘불가사의한 승리는 있어도 불가사의한 패배는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팀의 패배와 졸전 역시 단순한 운이나 이변으로 돌릴 일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이 극명하게 대비된 두 경기는 국내외적 위기에 직면한 이재명 정부에 세 가지 교훈을 던져줍니다. 현실과 난제를 철저하게 분석·대비하는 자세 첫째, 냉철한 분석과 철저한 대비입니다. 여자농구는 장쯔위의 높이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높이에 똑같이 맞서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느린 움직임을 역이용하고, 빠른 공수 전환과 외곽슛으로 대결하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준비했습니다.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냉철하게 분석한 전략이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이재명 정부 앞에는 하락세를 보이는 국정 지지율, 가중되는 경제적 어려움, 부동산 안정화와 검찰·사법 개혁 문제, 미국의 안보·통상 압력 등의 난제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 위기 앞에서 막연한 성과 홍보나 ‘해낼 수 있다’라는 정치적 수사만으로는 아무것도 풀 수 없습니다. 체감 경기 악화와 민생 현장의 경고음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안보와 통상의 이중 압박을 가해오는 미국에 대해서도 추상적인 원칙론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싸울 각오도 보여줘야 합니다. 둘째, 오만함을 버리고 겸허하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일본 실업야구 투수에게 무득점으로 묶인 장면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상대의 이름값이나 소속만 보고 전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약해 보이더라도 긴장감을 잃는 순간 경기의 흐름은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습니다.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전심전력을 다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의 불편한 질문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겸허함 이재명 정부 역시 거대 여당의 의석수나 권력의 외양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에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은 9월 18일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에서 만기친람할 시간도 역량도 되지 않는다”라며 권한은 주고 책임은 확실하게 묻는다”라는 국정 운영 원칙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기기보다 각 부처에 권한을 부여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대통령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기기보다 각 분야의 전문성과 현장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국정 운영의 겸허함이 전제돼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9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이전보다 짧고 분명하게 답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였습니다. 다만 검찰 개혁이나 주택 문제처럼 논쟁적인 현안으로 들어가면 답변이 다시 길어지고, 대통령이 설명하고 싶은 답과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답 사이에 간극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국민의 질문을 받아들이는 겸허함도 중요합니다. 겸허함은 말투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국민의 불편한 질문을 경청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은 비로소 정권의 진심을 읽게 됩니다. 한 사람의 질주보다 열 사람이 한 팀 이루어야 셋째, 진영 내부의 분열을 넘어선 단합입니다. 여자농구가 중국이라는 거함을 넘어선 결정적 힘은 특정 스타의 영웅주의가 아니었습니다. 핵심 선수들의 공백을 나머지 선수들이 메우고, 공격과 수비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만들어낸 유기적인 조직력이었습니다. 반대로 야구는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병살타로 스스로 기회를 끊었습니다. 결국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쉽게 팀의 승리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의 질주보다 열 사람의 조화된 완보가 더 멀리 갑니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는 수사·기소권 분리를 둘러싼 검찰 개혁의 방향을 놓고 여권 진영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됐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 관련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라고 주장했고, 청와대가 이에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논쟁 자체가 민주사회에서 없어야 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정권 내부와 지지 진영 안에서의 논쟁이 감정적인 주도권 다툼으로 번질 경우 국정의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정작 시급한 민생 현안이 정치적 공방의 뒤편으로 밀려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 동력을 유지하려면 내부의 이견을 생산적인 정책 경쟁으로 관리하면서도, 국익과 민생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질서를 세워야 합니다. 청와대와 내각의 역할도 분명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관에게 권한을 주지 않은 채 결과에 대한 책임만 묻는다면 부처가 제대로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이 대통령이 밝힌 권한은 주고 책임은 확실하게 묻는다”라는 원칙이 실제 국정 운영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정부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9.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필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정직한 승부 물론 스포츠의 승패와 국정 운영을 곧바로 견주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와 규칙이 분명한 경기장과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 현실은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가 보여준 장면들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서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준비하는 팀과 방심하는 팀, 겸허하게 상대를 대하는 팀과 자신감을 과신하는 팀,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팀과 내부의 흐름이 끊긴 팀 사이의 차이는 코트에서도 국정에서도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이재명 정부가 국민에게 다시 희망을 주려면 거창한 구호보다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정 난제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철저한 대비, 오만하지 않은 겸허함, 공동체의 목표를 향한 유기적인 단합이 그것입니다. 코트에서 보여준 여자농구의 쾌거와 그라운드에서 드러난 야구의 졸전은, 국정에도 결국 기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보여줬습니다. 스포츠가 보여준 정직한 승부의 원칙을 국정 운영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 국민의 신뢰도 다시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ohtak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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