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교권보호관 나서지 않아도 되는 학교 만들자 [교육] 지난 22일 경기도교육청에서 교권보호단 발대식이 열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 그려진 가상 조직 교권보호국 을 본떠 만든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이 도내 학교 현장에 투입된다. 드라마 속 감독관 나화진 이 300명으로 늘어나 경기도 곳곳으로 흩어지는 셈이다. 발대식 이후 접수되는 아동학대 신고와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사안은 곧바로 전담관에게 배정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시작은 SNS 글 한 편이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당선인 시절 참교육을 10회까지 다 봤다 며 경기도형 교권보호국 신설을 공개 토론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취임 후 2호 정책 결재로 교권보호단 운영계획 을 처리했다. 교육감이 직접 단장을 맡는 직속 상설조직이다. 교권보호119팀과 통합법률지원팀, 교권보호지원센터, 콜센터가 그 아래 묶였다.
숫자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당초 50명을 뽑겠다던 공모에 1823명이 몰려 36대 1을 기록했고, 선발 규모는 결국 300명으로 늘었다. 교원 110명, 경기도민 30명, 전문가 160명. 전문가 그룹에는 변호사와 의사, 경찰, 갈등조정 전문가, 상담사, 전직 인권위원회 조사관이 들어 있다. 배치는 동부 58명, 서부 83명, 남부 96명, 북부 63명이다. 학교가 이미 오래 아팠다는 뜻이고, 그 아픔을 지켜보던 사람도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분명, 2026년 오늘 학교 현장에 이 제도는 필요하다
교육부 집계로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3년 5050건으로 네 배 넘게 뛰었다. 2024년 4234건, 2025년 1학기에만 2189건이다. 교원에 대한 상해·폭행과 성폭력으로 분류되는 침해는 같은 기간 144건에서 675건으로 늘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만들어진 교권 5법 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담았다. 그런데도 국공립 초중고 교원의 아동학대 관련 입건은 2021년 270건에서 2025년 369건으로 늘었다.
더 눈여겨볼 숫자가 있다. 2023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교육감이 의견서를 제출한 교원 아동학대 신고 1439건 가운데 71%인 1023건이 정당한 생활지도 로 판단됐다. 신고 열 건 중 일곱 건은 애초에 학대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 일곱 건의 교사는 신고인이 되고 조사 대상이 되고 진술서를 썼다.
그동안 학교가 제공한 보호조치는 2022년 3035건에서 2023년 6699건으로 늘었지만, 그중 법률 지원은 매년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담은 있었는데 변호사는 없었다는 얘기다. 교육활동보호센터 이용 건수가 2022년 약 6만 2000건에서 2024년 약 12만 4000건으로 두 배가 된 것도 같은 그림이다. 아픈 사람은 계속 늘었고, 그 사람 옆에 앉아 서류를 대신 써 줄 사람은 없었다.
교권보호단의 1호 사안은 부천 오정초였다. 아이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한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폭언에 시달렸고 학교 앞 피켓 시위까지 겪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했지만, 정작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당했다. 교육감은 지난 10일 자신의 명의로 형사고발장을 냈다.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한 명이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담임교사와 교장·교감, 교육청 공무원까지 13명을 아동학대로 고소한 일도 있었다. 반성문을 쓰게 한 것, 운동장에서 종례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교사 개인이 홀로 감당하던 싸움을 기관이 대신 지겠다는 것. 방향 자체는 옳다. 혼자 감당하라고 두는 것보다 나쁜 행정은 없다.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 2006/8.22:연합뉴스
다만, 학교가 법정을 닮아갈 때 학생과 학부모의 자리는 없다
경기도의 몇몇 학부모 단체는 다른 걱정을 내놓았다. 피해 사실이 확정되기도 전에 한쪽만 전담 지원하는 구조는 학생과 학부모를 미리 가해자 자리에 세우는 것 아니냐는, 학교의 사법화 에 대한 우려다.
이 우려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 악성 민원은 실재하고, 그 앞에서 무너진 교사도 실재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제도가 촘촘해질수록 학교의 갈등은 절차의 언어 로 번역된다. 민원, 신고, 위원회, 의견서, 통합법률지원팀, 고발. 절차는 사안을 종결시키는 데는 유능하지만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는 무능하다. 그리고 사안이 종결된 뒤에도 우리 아이는 내일 아침 그 교실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가야 한다.
전담관 300명 안에 갈등조정 전문가와 상담사가 함께 들어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조직이 변호사의 조직이 될 것인지 조정자의 조직이 될 것인지는 조직도가 아니라 운영에서 갈린다. 도교육청은 조례 개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제도 전환을 추진하고, 이르면 3월 교권보호단을 교권보호국 으로 확대·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시적 대응기구가 상설 행정조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조직도 어디쯤에 학생과 학부모의 자리가 있는지, 전환 전에 물어야 한다.
▲ 22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조원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 참석자들(사진 출처 : 경기도교육청)
교총이 지난해 교원 6111명에게 교권 5법 시행 이후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물었을 때 79.6%가 달라진 게 없다 고 답했다. 법을 만들어도 학교는 잘 바뀌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직을 하나 더 만든다고 저절로 바뀔 이유도 없다.
조직도에 없는, 참교육
지난주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환송식이 있었다.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 4년 임기를 마친 교장이 다른 학교로 떠났다. 학부모들의 뜻이 모여 만들어진 자리였고, 환송행사에 참여했던 20여명의 학부모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고, 흐르는 눈물을 애써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
언젠가부터 우리 학교는 정년을 앞둔 교장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학교쯤으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작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는 지역에서 무슨 일이든 먼저 손을 드는 학교가 되었다. 교장과 교감은 학교의 문턱을 낮췄다. 학부모가 언제든 학교의 사정을 들여다보고,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에 함께 공감하고, 필요하다면 그 문제를 지역사회에 대고 말할 수 있도록 협력했다. 학부모가 학교 편이 되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먼저 학교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 순서를 아는 관리자였다.
올해 초 교장과의 첫 만남에서 그가 했던 말은 필드에서 만나자 였다. 교문 밖에서 서로 바라보기만 하지 말고,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만나자는 뜻이었다. 그는 급식실과 운동장과 교실 주변을 직접 걸어 다니며 살폈다.
최근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 뒤 학교에 가기 싫다며 등교를 거부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 집으로 교감 선생님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공문에도 없고 조직도에도 없고 실적으로 잡히지도 않는 대응이었다. 전담관 300명 중 누구도 이 일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 학교에는 민원보다 소통이 많다. 학부모가 화가 났을 때 먼저 떠올리는 것이 국민신문고가 아니라 담임과의 상담 신청이라면, 그 학교는 이미 상당한 것을 해낸 것이다. 이것은 예산이 든 사업도 아니고 조례로 만들어진 기구도 아니다. 문턱을 낮추기로 한 관리자의 결정과, 그 문으로 들어가 본 학부모들의 경험이 쌓인 결과다.
드라마의 문법은 응징이다. 무너진 질서를 압도적인 힘으로 되돌린다. 현실의 교권보호단은 다행히 응징 기구라기보다 지원 기구에 가깝다. 그러나 그 제도가 최후의 방어선이 아니라 첫 번째 창구가 되는 순간, 학교는 교육공동체가 아니라 소송 당사자들의 공간이 된다.
학부모의 몫, 민원보다 소통이 우선되면 안될까?
민원은 강력하다. 접수되는 순간 답변 기한이 생기고 담당자가 지정되고 기록이 남는다. 그래서 편하다. 감정이 상한 밤에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된다.
반면 소통은 느리고 불편하다. 시간을 잡아야 하고, 내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집 아이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돌아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먼저 집어 들어야 할 언어는 민원이 아니라 소통 아닐까. 아이에 대한 고민을 민원 접수번호로 바꾸기 전에, 담임과 마주 앉는 자리 한 번을 먼저 만들어 보는 일 말이다.
물론 문을 닫아 건 학교도 있다. 대화를 거부하는 학교 앞에서 학부모에게 소통부터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학교의 문턱이 낮았기 때문에 우리가 민원 대신 소통을 택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제도가 필요하다. 다만 순서는 지켜져야 한다. 교권보호단은 학교가 실패한 뒤에 오는 장치여야지, 학교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기하는 장치여서는 곤란하다. 71%가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정났다는 통계는 교사를 위한 방패가 필요하다는 근거인 동시에, 그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풀 수 있었던 일이 그만큼 많았다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제 머지 않아 9월이 되면 우리 학교에는 새 교장이 온다. 또 한 번의 4년이 시작된다. 학부모인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민원 접수번호가 아니라 마주 앉을 자리 하나일 것이다.
경기도의 실험은 지켜볼 만하다. 300명이 어떤 사안을 어떻게 다루는지, 고발과 조정 가운데 무엇이 기본값이 되는지, 학생과 학부모의 자리는 그 구조 어디에 마련되는지. 늦어도 내년 3월, 교권보호단이 국 으로 승격되기 전에는 답이 나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짜 참교육은 드라마처럼 오지 않는다. 등교를 거부한 아이의 집 계단을 올라가는 어느 교감의 발걸음, 교문을 열어 학부모를 안으로 들이기로 한 어느 교장의 결정, 그리고 화가 난 채로도 일단 담임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어느 학부모의 망설임 속에 있다. 300명이 출동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를 만드는 일은, 결국 교문 안쪽에서 시작된다.
조태희 시민기자 jotaehu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