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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조금씩 즐기는 맛, 맛맛으로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맛맛으로  어제는 먹는 양이나 먹는 모습을 나타내는 ‘먹새’를 함께 만나 보았습니다. 오늘도 먹는 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온갖 열매들이 익어 가고 있습니다. 사과도 나오고 배도 나오고 감도 익어 갑니다. 포도도 아직 있고 대추며 밤 같은 열매는 벌써 우리 입을 즐겁게 해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먹거리가 한꺼번에 눈앞에 놓이면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즐거운 고민이 생깁니다. 사과를 한 조각 먹다가 배도 한 조각 먹고, 포도도 몇 알 집어 먹고, 잘 익은 감도 맛봅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먹는 것을 나타내는 재미있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맛맛으로’입니다. 맛을 바꾸어 가며 먹는 재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맛맛으로’를 어찌씨(부사)로 풀이하면서 두 가지 뜻을 보여 줍니다. 첫째는 입맛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색다른 맛으로 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맛있는 대로라는 뜻입니다. 첫 번째 뜻을 보면 ‘맛맛으로’라는 말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먹거리만 이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먹으면서 입맛을 새롭게 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음식이 아무리 많아도 한 가지만 이어 먹다 보면 금세 물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좋은 음식도 맛맛으로 먹어야지 계속 먹으면 금방 물린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가위 상을 생각해 보면 뜻이 더 잘 보입니다 다가오는 한가위를 생각해 봅니다. 차례상이나 차례를 지낸 뒤 밥상에 여러 가지 먹거리가 한 상 가득 차려집니다. 송편도 있고 과일도 있습니다. 나물도 있고 부침개, 고기도 있습니다. 집집마다 준비하는 것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여러 가지 먹거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비슷할 것입니다.  그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맛을 보아 가며 먹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송편 하나 먹고, 배 한 조각 맛보고, 사과도 한 조각 먹고, 포도 몇 알 집어 먹고, 나물이며 부침개도 조금씩 맛봅니다. 이렇게 먹다 보면 입안에서 맛이 계속 달라집니다. 이럴 때 ‘맛맛으로’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립니다. 한가위 음식은 맛맛으로 먹어야 제맛이지.” 이렇게 말해 보면 어떨까요? 말뜻을 몰랐을 때보다 ‘맛맛으로’라는 말을 알고 나니 한가위 음식상을 바라보는 모습도 조금 달라지는 것 같지 않으십니까? 가을은 ‘맛맛으로’ 먹기 좋은 철입니다 가을은 참 예쁘다 라는 노래가 있는데 가을은 참 맛있다. 라고 해도 될 만큼 가을은 열매의 철이라 먹거리가 넉넉합니다. 나무에서는 열매가 익고, 밭에서는 곡식과 여러 먹거리가 여물어 갑니다. 시장에 가도 제철 먹거리가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이럴 때 집에 여러 가지 과일을 조금씩 마련해 놓고 하나씩 바꾸어 가며 먹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사과를 먹다가 포도를 먹고, 포도를 먹다가 배를 먹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면 밤도 한 톨 까 먹습니다. 이렇게 맛을 바꾸어 가며 먹으면 같은 양을 먹더라도 한 가지를 계속 먹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를 것입니다. 맛이 바뀌니 입맛도 새로워집니다. ‘맛맛으로’라는 말에는 바로 이런 먹는 즐거움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맛맛으로’에는 또 다른 뜻도 있습니다 그런데 ‘맛맛으로’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뜻 말고 ‘맛있는 대로’라는 뜻도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맛맛으로 연방 먹어 댄다.  라는 보기를 들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니 자꾸 손이 가서 계속 먹는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러니 ‘맛맛으로’는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 맛을 바꾸어 가며 먹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맛있는 대로 먹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같은 말인데도 문장 속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우리말에는 먹는 즐거움을 나타내는 말도 많습니다 여러 날 동안 먹는 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서 만나 보니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날마다 먹고 삽니다. 누구와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맛있는 것을 찾아 먹고, 여럿이 돈을 모아 먹거리를 마련해 먹기도 합니다. 그런 나날 속에 ‘도리기’가 있고, 사람마다 다른 먹는 양과 태도를 나타내는 ‘먹새’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여러 가지 맛을 바꾸어 가며 먹는 ‘맛맛으로’를 만났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살펴보니 먹는 일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생각보다 참 많습니다. 우리가 평소 ‘먹는 양’, ‘여러 가지를 조금씩 먹다’, ‘맛있는 대로 먹다’처럼 풀어서 말하던 모습에도 오래전부터 쓰여 온 우리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말을 만날 때마다 우리가 몰라서 못 쓰는 우리말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올가을에는 여러 맛을 ‘맛맛으로’ 즐겨 보세요 가을철에는 먹을 것이 참 많습니다. 그렇다고 한 가지 과일만 실컷 먹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맛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과 한 조각, 배 한 조각, 포도 몇 알, 감 한 조각…. 다가오는 한가위에는 여러 음식이 차려진 상 앞에서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며 ‘맛맛으로’라는 말을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누군가 왜 이것저것 조금씩 먹어?” 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 보면 어떨까요? 맛맛으로 먹는 거야.” 말뜻을 풀이해 주다 보면 오늘 처음 만난 ‘맛맛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맛보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가을철에 나는 열매 가운데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올 한가위에는 한 가지 음식만 찾기보다 여러 가지 먹거리를 맛맛으로 즐겨 보면 어떨까요? [한 줄 생각] 한 가지 맛에 머물지 않고 여러 맛을 즐기다 보면, 가을의 넉넉함도 한결 더 깊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맛맛으로 뜻: ① 입맛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색다른 맛으로.     ② 맛있는 대로. 보기: 한가위 땐 먹을 게 많으니 이것저것 맛맛으로 조금씩 먹어 보았습니다. 오늘 한마디:  가을 열매가 많으니 오늘은 이것저것 맛맛으로 먹어 볼까요?”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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