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민주당 [사람들] 민주당이 싸워야 할 진짜 상대는 내부의 동지가 아니라, 스스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던 낡은 제도와 관행 그 자체여야 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정치권이 다시 한 번 거칠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한동훈 의원의 수사기록 유출 문제였다. 김 후보자는 물러나는 순간에도 수사 기밀 유출과 짜깁기 사태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벼르고, 민주당 역시 한 의원이 확보한 자료의 출처와 경위를 철저히 파헤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공개 수사자료가 어떤 경로로 외부에 흘러들어 갔는지는 분명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불법적 유출이 있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부터 전개되는 정치적 역학 관계다. 민주당이 한동훈을 향해 화력을 집중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한동훈의 정치적 존재감은 더욱 거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의원은 국회 입성 불과 몇 달 만에 주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와 신뢰하는 정치인 순위 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무소속 정치인으로서 이례적인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수치 이면에 높은 유보율과 응답 거부 비율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되겠지만, 그가 정치적 중심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민주당 스스로 자초한 ‘업보’에 있다. 과거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외치면서도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검찰의 조직적·인적·정보적 자산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틈을 타 과거의 검찰 자산은 한동훈이라는 인물을 통해 다시 정치 전면으로 소환됐다. 여기에 언론은 늘 그래왔듯 권력과 영향력이 모이는 곳을 향해 줄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방식 또한 뼈아픈 대목을 남긴다. 지금 민주당은 한동훈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일대일 맞대결 구도를 자발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한 의원이 이를 ‘공익 제보’라 맞받아치고, 민주당이 다시 반격하는 공방이 반복될수록 본질인 ‘법적·제도적 진상 규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국민의 눈에는 어느새 한동훈이 민주당의 대척점에 선 야권의 상징적 상대로 비쳐질 뿐이다.
정치판에서 상대의 체급은 상대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다. 상대와 계속 싸워주고, 그의 말 한마디에 일일이 반응하며, 상대를 ‘주적’으로 규정해 주요 정치 의제의 중심에 세워주면 상대는 자연스럽게 정치의 메인 무대로 진입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소모적인 대결이 벌어지는 사이, 정작 내부의 분열로 동지들이 상처 입고 쓰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의 원인을 돌아보기보다 책임을 내부에 돌리고 동지를 향해 칼날을 겨눈다면, 결국 남는 것은 분열과 공멸뿐이다. 왜 인사 검증이 부실했는지, 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는지에 대한 성찰은 사라지고 ‘누구를 척결할 것인가’에만 매달리는 정치라면, 그 끝에서 돌아서는 것은 적이 아니라 지지자들일 수밖에 없다.
정권을 잡았다는 것은 상대를 링 위에서 눕혔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더 무거운 역사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수사기록 유출 의혹이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경로를 밝히고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다. 굳이 ‘민주당 대 한동훈’이라는 거대한 스포트라이트의 링을 민주당 스스로 만들어줄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 민주당이 칼끝을 겨눠야 할 대상은 한동훈이라는 개인이나 내부의 동지가 아니다. 민주당이 싸워야 할 진짜 상대는 내부의 동지가 아니라, 스스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던 낡은 제도와 관행 그 자체여야 한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